장동건-고소영
이게 다 <연풍연가> 때문이다. 72년생 동갑, 대한민국 아니 지구 상위 1% 미모를 소유한 이들은 98년 <연풍연가>로 처음 만났지만 영화는 흥행 참패했다. 애초에, 공포의 청청 코디에서도 살아남는 불사신 장동건과 공익근무요원도 아닌데 메뚜기색 의상을 입고도 상큼했던 여신 고소영이 평범한 회사원과 관광 가이드인 척 하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그러나 그 후 10년, ‘화려한 싱글’인 줄만 알았던 이들이 또 뒤통수를 쳤다. 2009년 11월 5일 장동건은 팬 카페에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소영 씨와는 오랜 친구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너무 가까운 친구가 되었어요”라는 글을 올려 교제설을 인정했고 고소영 역시 “저도 든든한 동건 씨가 있어 무척 행복하고 기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네요”라는 글로 가진 자의 여유를 보이며 전국 수많은 여성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하지만 부러울 것 없다. 이제 파파라치도, 부부싸움도, 2세 문제도 걱정할 필요 없다. 마음 편히 오래 살면 된다. 울면 지는 거다. 하나도 안 부럽다. 결코, 네버. 그런데 지금 내 눈에 흐르는 건 엄마의 양수…?

정우성-이정재
이건 아무래도 <태양은 없다> 덕분인 것 같다. 73년생 동갑, <비트>로 불안한 청춘의 상징이 된 정우성과 <모래시계>로 순정파 터프가이의 대명사가 된 이정재는 98년 <태양은 없다>를 함께 찍었다. 극 중 사장이 홍기(이정재)를 내쫓자 도철(정우성) 역시 따라 그만둘 때부터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빛을 발했다. ‘올무스’ 헤어스타일을 해도 타고난 이목구비로 승부하는 이정재와 다 늘어난 츄리닝 차림에 백수인 척 해도 자체 발광하는 정우성의 미모는 언제나 뭇 여성들에게 “난 듈 다!”를 외치게 만들었다. 정우성이 고소영과 함께 찍었던 의류 광고는 훗날 정우성을 장동건과 만나게 했고, 한 때 고소영과 동종업계 라이벌 모델이었던 이정재는 장동건과 <태풍>에 함께 출연하는 등 이 복잡하게 얽힌 미남미녀 리그에서 두 사람은 심지어 패션사업의 파트너로도 함께 일했다. 그리고 최근 외로워하는 이정재에게 10년 지기 정우성이 염장을 지르며 얼굴 한 번 안 비추는 ‘정원 씨’로 페이크를 거는 광고는 그들과 함께 늙어가는 여성 팬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렇다. 아직 세상은 끝난 게 아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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