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 “방송하기 전엔 씨름경기 때처럼 늘 긴장으로 몸이 굳어지거든요. 그럴 때 ‘강호동 넌 할 수 있어’ ‘해낼 거야’ ‘문제없어’하고 중얼거리면 곧 괜찮아집니다.” – 강호동, 한 인터뷰에서 –
강호동이 ‘강심장’을 장착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을까.

故 김학용 : 강호동이 씨름선수 시절 속해있던 일양약품 감독. 강호동이 “아버지 같은 분”으로 모셨다. 강호동은 임신 중인 어머니가 많은 보약을 먹은 탓인지 “낳을 때 어머니가 기절할 만큼” 큰 체격을 타고났고, 입문 한 달 만에 도내 씨름대회 1등, 씨름 시작 7년 만에 이만기를 이겼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3년 반 동안 천하장사 5번, 백두장사 7번을 했으니 말 그대로 리그를 지배했다. 또한 강호동은 182cm, 130kg의 신체조건 외에도 두뇌 싸움에 능해 한 선수에게 “어린 녀석이 어찌나 영악하고 얄밉던지 뺨이라도 한 번 갈겨 주고 싶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강호동은 “씨름은 맨살을 맞대고 시작한다. 샅바만 잡으면 손을 통해 상대의 장단점을 금방 알 수 있다. 방송도 마이크를 잡으면 그날의 핵심이 뭔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게 예능은 씨름 같은 승부일지도. 또한 강호동은 아직도 모래만 보면 맨발로 선다.

이경규 : “당신이 실패하면 내가 옷을 벗겠다”는 말로 강호동을 예능의 세계로 입문시킨 장본인. 그는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한 강호동이 DJ DOC의 ‘슈퍼맨의 비애’를 부르는 걸 보고 “바보 아니면 천재”라 생각했다고. 강호동은 이경규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프로그램 기획력에 감탄했는데, 이경규가 강호동을 설득한 이유도 자신이 출연하는 MBC <코미디 동서남북>이 KBS <한바탕 웃음으로>에 뒤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호동의 첫출연 당시 순간 시청률은 <한바탕 웃음으로>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강호동은 처음부터 방송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정했었다. 혹시 그는 씨름과 예능의 천재가 아니라 뭘 해도 다 잘할 사람인 것인지도.

이휘재 : 개그맨. 강호동은 이휘재와 <코미디 동서남북>과 MBC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 등을 함께 하며 1994년 MBC 코미디 대상 우수상을 받는 등 예능계에 안착했다. 당시 강호동은 자신의 몸을 희화화하는 대신 진짜 승부를 벌였다. 그는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는 6시간 42분 동안 2만 5천 2백 90명과 악수를 해 기네스북에 올랐고, 당시 1주일에 라면 세박스를 먹었음에도 KBS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초전박살’에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씨름은 엘리트지만 코미디는 ‘무면허’”라 생각했던 그는 기술적으로 능숙한 코미디나 진행을 하는 대신 ‘절대로 지면 안 되는 승부’를 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여운혁 :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MBC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를 함께 하는 PD. 여운혁 PD는 당시 강호동을 “PD보다 더 열심히 뛰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강호동은 <강호동의 천생연분> 당시 12시간 동안 녹화하며 엄청난 촬영 분량을 만들어냈다. 강호동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에 강한 이유. ‘무릎 팍 도사’도 장시간의 토크로 출연자들의 속내를 파고든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예능을 바꾸고 있다.

김제동 : 최근 갑자기 퇴출당한 MC. SBS <야심만만>에서 강호동과 함께 출연했다. 당시 강호동은 엔딩에서 “이제까지 김제동의 선배 강호동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할 만큼 김제동을 부각시켰다. 김제동은 <야심만만>에서 유창한 언변으로 강호동을 놀렸고, 강호동은 종종 자신의 무식함을 강조했다. 그건 강호동이 토크쇼에 적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는 김제동에게 당하면서 게스트에게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동시에 어떤 연예인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 기어이 대답을 받아냈다. 그 결과 <야심만만>은 한층 직접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끌어냈고, 강호동은 ‘강호동 스타일’로 토크쇼에 진출했다.

나영석 :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의 PD. ‘무릎 팍 도사’가 강호동식 토크쇼의 집대성이면, ‘1박 2일’은 강호동식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집대성이다. 그는 이틀 동안 온몸을 던져 ‘1박 2일’을 촬영하고, 출연자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쇼의 일부로 만든다. ‘1박 2일’이 갈수록 스태프와의 협상과 게임이 많아지고, 최근에는 스태프 전원이 출연자들과 시합한 것은 한 번 잡은 소재는 놓치지 않고 밀어붙이고, 결국 승부를 보는 강호동의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천하장사의 박력과 ‘호동이’의 넉살을 모두 가진 ‘1박 2일’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끌어안으며’ 방송 안으로 끌어들인다. 어떤 사람이든 곧바로 포옹하고 어울리는 친화력은 그만의 힘이다. 강호동은 자연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는다.

최양락 : SBS <야심만만>에 함께 출연한 개그맨. 강호동은 <야심만만> 시즌 2에 윤종신, MC몽, 전진, 서인영, 최양락 등 화제의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했지만, 결국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야심만만> 자체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크다. 이미 방송에는 <야심만만>보다 더 ‘독한’ 토크쇼도 있고, 고정 패널들이 토크를 거드는 것은 토크쇼의 기본 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유기적인 결합 대신 ‘센’ 에피소드를 끌어내기 위한 경쟁이나 질문에 초점을 맞춘 토크쇼는 자극성만 두드러졌다. 그리고, 특정 출연자의 재미있는 토크에 아낌없이 리액션을 하고, 그를 추켜세우는 강호동의 진행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개성의 패널을 조율하는 데는 실패했다. 늘 새로운 시대를 자신의 방식으로 헤쳐 간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유재석 : 강호동과 함께 한국 예능의 양강. 강호동이 타고난 체력으로 밤새 촬영을 하면 유재석은 주말마다 침을 맞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철야 촬영을 한다. 강호동이 ‘1박 2일’에서 동생들을 끌고나가는 대장이라면,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에서 하찮은 형부터 사기꾼 동생까지 모든 출연자와 함께 놀면서 상황을 정리하는 ‘지배하나 군림하지 않는 1인자’다. 1:1 토크의 정점인 ‘무릎 팍 도사’와 어떤 게스트든 즐겁게 수다를 떠는 MBC <놀러와>는 두 사람의 예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무한도전>과 ‘1박 2일’, <놀러와>와 <야심만만> (혹은 SBS <강심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그들의 시장은 자연스럽게 나눠졌다. 함께 미친 듯한 수다를 떨던 그들은 어느덧 각자의 팀을 꾸린 채 한국 예능을 양분했다. 그리고, 강호동은 <놀러와>와 같은 시간대였던 <야심만만>을 내리고 <강심장>을 시작했다. 강호동의 반격은 어떻게 진행될까.

수애 : 영화배우. 최근 ‘무릎 팍 도사’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수애가 데뷔 전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던 이야기를 하자, 강호동은 방송을 하던 당시 크게 반대하다 이제는 “네가 방송을 잘할 줄 알았다”고 말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했다. 과거 “15년 동안 한 번도 방송에 만족하지 못했”고, “아무도 웃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던 그가 자신의 성공에 대해 말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 “눈물이 흐르기 전에 그 눈물을 닦아 버린다”는 말을 생활신조로, “웃기는 사람이 돼야지 우스운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마음에 담고 예능을 했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예능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걸까. 그가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는 대신 그를 본받으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지금, 그는 예능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승기 : ‘1박 2일’과 <강심장>에 함께 출연하는 장한 동생. <강심장>에서 강호동은 25명의 게스트가 준비한 토크 중 가장 재밌는 것을 골라내고, 뭔가 ‘보여줄 게 있는’ 게스트를 무대 앞으로 불러낸다. <강심장>은 게스트가 토크로 경쟁을 펼치는 <야심만만>이자 연예인판 <스타킹>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포맷이 그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강심장>이 강호동의 가장 원초적인 특징을 담은 토크쇼처럼 보이기도 한다. 1회 방송에 한정한다면, 그는 <강심장>에서도 25명의 게스트를 고르게 아우르지는 않는다.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준다. 그래서 순간의 임팩트는 강하지만, 게스트의 유기적인 토크는 약하다. ‘1박 2일’처럼 고정 출연자가 손발을 맞추거나, ‘무릎 팍 도사’처럼 1:1 토크도 아닌 <강심장>에서 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그는 씨름도, 방송도,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무릎 팍 도사’도 매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갔다. 다시, 천하장사의 승부가 시작됐다.

Who is next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출연했던 이성진과 SBS <레츠고>에 나온 김태희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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