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염색한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면, 스태프들 사이에 섞여서 스튜디오로 들어선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 했다. 왁자지껄하게 뛰어 들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과격한 악수라도 나눌 것 같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박 2일’ 속의 야생 원숭이가 되었을 때뿐이었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사진 촬영을 준비한 MC몽은 조금 수줍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물론 플래시가 터지자 익숙한 얼굴로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연출해 냈지만, 거기엔 우리가 상상하는 요란한 환호성이나 “훌라때 훌라때”하는 추임새는 없었다. 심지어 따뜻한 조명을 느끼듯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은 타고난 미남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마치 착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즐겁고 신나게 사는 법을 알고 있는 그의 노래처럼 말이다.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가 시작되자 MC몽의 태도는 한층 진지해졌다. 제대로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곡 설명을 드릴게요”라며 새 타이틀 곡 ‘호러쇼’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그는 좀처럼 웃지를 않았다. 그리고 리패키지 앨범의 발매를 앞둔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모르겠어요”라는 문장을 답변 사이에 계속해서 끼워 넣게 되는 긴장감은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이 엄지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짓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래서 예상과 달리 MC몽과의 인터뷰는 농담처럼 웃어가며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수십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기자가 “진짜 잘 만든 노래”라며 ‘호러쇼’의 미덕을 새삼 강조한 무렵에서야 그는 조금 안도한 표정으로 ‘MC몽스러운’ 동작으로 하이파이브를 청했고, “중고 키보드를 사려고 반값에 나온 매물을 거래 했는데,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했다. 급하게 태국에 가야 한다더니 입금 후에 연락이 끊겼다”는 포복절도 할 경험담을 털어 놓으면서도 그는 장난스럽게 웃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장비 값 좀 아끼려다가” 일을 당했다고 자책을 했다. 문장을 말하고, 다시 그 문장을 생각하고, 또 한 번 그 문장에 부연을 더했다. 그것이 MC몽의 진짜 화법이었다. 스스로도 “겁이 많아졌다”고 말한 것처럼 서른의 이 남자는 두드리고 또 두드리며 돌다리를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한 시간 남짓, 사실 타인을 이해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동안 MC몽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넉 달이나 걸린 편곡 기간, 강호동을 섭외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 그리고 그 고생의 결과물로 나온 곡을 스튜디오 가득 틀어 놓고서 모든 마디와 음절을 벅차게 듣는 그 표정은 음악과 예능, 힙합과 댄스, 악동과 악당의 경계에서 늘 줄타기를 해 온 이 남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그동안 그를 향해 쌓아 왔던 오해와 편견을 모두 내려놓자 앞으로 만날 미지의 MC몽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MC몽이 다시 한 번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 그런데 정말로 이번 노래 어떻게 들으셨어요?” 그가 만족할 답을 알 순 없었지만, 이렇게 소심한 음악가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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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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