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 장래성 없는 야구 선수였다. 돈 없는 여행자였다. 기타 치는 법을 못 배운 뮤지션이었다. 웃기지 않는 예능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그를 원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안에서 마이너리그로 살려는 한 뮤지션, 남자, 가장의 이야기.

김대원 : 김C의 본명. 김C는 이 본명과 함께 10대 시절 전부를 야구 선수로 살았다. 하지만 그의 고등학교는 대학 입학을 보장할 만큼 좋은 성적을 못 냈고, 당시 164cm였던 그의 키 역시 전업 야구선수로 뛰기에는 부족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제대로 된 수업도 못 받았던 그는 고교 졸업 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할 일도 없고 돈도 없는데 뭐하냐”는 한탄을 하다 “노래 잘하니까 가수하라”는 말에 그 길로 가수가 되겠다며 고향 춘천을 떠났다. 인생 자체가 ‘인디’로 시작한 셈.

강산에 : 김C가 자신에게 “음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 사람”이라고 말하는 뮤지션. 김C가 속한 그룹 뜨거운 감자도 김C의 애완견 ‘감자’에 “‘뜨거운’을 앞에 넣어라”라는 강산에의 말을 듣고 만든 이름. 무전여행 중이던 김C는 과거 TV에 소개된 막걸리 집 ‘화사랑’에 갔고, ‘화사랑’의 주인아저씨는 기타를 치는 김C를 보고 “여기서 살래?”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김C는 ‘화사랑’에서 3년간 일을 하며 살았고, 그 때 ‘화사랑’ 앞의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강산에를 만나 자신이 “연예인이 아닌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걸 깨닫는다.

윤도현 : 김C가 “나를 세상에 알려준 사람”이라 말하는 뮤지션. ‘화사랑’에 술 마시러 왔다 김C를 알게 됐고, 이후 베이시스트 고범준 등을 소개해 뜨거운 감자가 결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C의 이름도 윤도현이 한 살 많은 김C를 형이라고 부르기 싫어 “김씨”라 말한 데서 비롯됐다. 김C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이름”이라 좋아한다고. 이후 윤도현은 뜨거운 감자를 윤도현밴드의 전국투어 공연 게스트로 참여시켰고, SBS <야심만만> 등의 토크쇼에 함께 출연했다. 김C는 토크쇼에서 가난한 로커의 생활을 전혀 우울하지 않게 이야기하며 독특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김C는 당시에 “2를 물어보면 2를 대답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나는 룰 자체를 모르니까 엉뚱한 4나 5를 대답했는데, 그게 재미있었나보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평생 마이너였던 사람의 엉뚱하다면 엉뚱한 메이저 입성.

김완태 : MBC 아나운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에서 김C와 결승전에 올랐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김C는 이를 “정규직인 아나운서와 일용직 DJ의 대결”이라 말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그는 라디오에서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한다는 데 말이 많다. 그런데 우리 대중문화가 일본에 비해 나을 게 뭐 있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김C의 모습은 대중에게 단지 ‘4차원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만들었다. “나처럼 툴툴거리는 사람이 있어야 개선이 되고 변화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

나영석 :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의 PD. 김C를 “사적으로 만났다면 형, 동생하고 싶은 사람이고, 좋은 아빠이자 뮤지션”이라 생각하는 그는 ‘1박 2일’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C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C는 ‘1박 2일’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복불복을 할 때도 다른 출연자들처럼 웃기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모습은 친구들과 기타 하나 메고 떠나는 여행의 현실감을 상승시킨다. 강호동이 ‘예능의 정석’이라면 김C는 ‘리얼’을 맡고 있는 셈. 하지만 김C는 여전히 “사람들과 친해졌어도 방송은 어렵다”며 방송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1박 2일’ 전에는 “내 음반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쏟아 붓는 사람을 위해” 방송을 한다며 “별로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사람들이 하는 거 그냥 멍하니 보고 있다 질문에 내 생각대로 얘기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C에게 방송은 음악을 알리는데 가장 필요한 수단이지만, 평생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그를 갑갑하게 만드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조성규 : 스폰지 ENT 대표. 김C가 시나리오를 쓴 <오이시맨>의 제작자로, 그가 수입한 영화 <조제 호랑이 물고기>의 DVD 코멘터리에 그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김C는 이밖에도 연기, 축구 시합 해설, 여행 프로그램 성우 등도 했다. 이 모든 분야에서 김C는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는 루저 캐릭터를 연기하고, 별 볼 일 없는 뮤지션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40%라 말했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도 그의 나레이션은 다른 소리에 함께 묻혀, 여행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듯 진행된다. 제작자들은 분야에 상관없이 마이너적인, 혹은 ‘김C스러운’ 무엇이 필요할 때 그를 찾는다. 그리고 야구선수 시절에도 유니폼 말고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옷을 입지 않았고, 1000만 관객이 본 영화는 하나도 보지 않은 김C는 자신의 색깔을 작품에 집어넣는다. “적어도 지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마이너고, “하고 싶은 말 하면 잘리는” 것이 메이저라는 김C가 메이저 세상과 자신을 조화시키는 법.

이외수 : 소설가. 한 때 김C는 이외수, 배철수 등의 닮은 꼴로 불리기도 했다. 이외수는 김C의 무명 시절 윤도현 밴드의 게스트로 섰던 그를 보며 “자넨 잘 될 거야. 근데 그 때까지는 색시가 힘들 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김유우주 : 크면 ‘노란 꽃잎’이 되고 싶다는 김C의 딸. 김C는 아내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우주에게 자신과 아내의 성을 모두 물려줬다. 김C는 ‘화사랑’에서 공연 중 그 곳을 찾아온 아내를 봤고, 당시 아내가 사귀던 남자가 ‘못된 놈’ 같아서 그 남자를 사귀지 말라고 말하면서 사귀게 됐다. 두 사람은 아내 쪽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그의 아내는 김C가 별다른 수입이 없는 동안 경제 문제를 책임졌다. 당시 강산에는 김C의 아내에게 “제수씨는 복권을 쥐고 있다. 복권이 맞으면 대박이다. 이게 꽝이 없는 복권이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결혼 생활 동안 김C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던 사람에서 끔찍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남자로 변했고, “나는 사회를 잘 모른다. 모든 빈 부분을 색시가 채워준다. 색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할 만큼 아내를 생각하는 사람이 됐다. 평생 남들과 다르게 산 사람은 그렇게 한 가족을 이루며 안착했다.

이하늘 : KBS <천하무적 토요일>의 ‘천하무적 야구단’에 김C와 함께 출연 중인 중년의 래퍼. 김C는 이하늘의 정성스러운 설득으로 팀의 감독에 취임했다. 그는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예능 프로그램과 조화 시킨다. 야구 선수 출신인 그는 자신이 원래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고, 누구든 문제가 생기면 거침없이 지적하는 그의 모습은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들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 나서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특성은 그의 웃음이 아닌 진지함을 필요로 한다. 김C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통해 코미디를 하지 않고도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예능의 변화와 함께, 김C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조금씩 ‘메이저’에 진입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 김C와 고범준으로 이뤄진 2인조 밴드. 김C는 언제나 ‘시간 많은 루저’였고, 자신이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만난 뒤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고, 악보 읽는 법을 배우지 않고도 곡을 썼으며, 더 좋은 사운드를 위해 레코딩을 배웠다. 김C의 모든 활동분야에서 나타나는 그의 분위기는 뜨거운 감자를 통해 100% 표현된다. ‘맛 좀 봐라’에는 청춘 시절 세상을 향해 질렀던 김C의 외침이, 최근작인 ‘비 눈물’에는 그가 라디오 진행을 하며 자신의 게시판에 적었던 ‘비와 눈물은 너무 닮았어’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음악을 인생의 최우선으로 놓고 살았고, 음악을 통해 가족을 만들었으며, 음악을 알리기 위해 TV에 출연했다.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낸 그의 정체성은 그에게 그 모든 것을 준다. 대중과 다르게 살아오다 대중 속으로 들어간 마이너리티. 그리고 여전히 그 안에서 자기 음악과 자기 삶을 살려는 아티스트. 김C의 이 흥미로운 균형은 계속될 수 있을까.

Who is next
김C와 ‘1박 2일’에 함께 출연하는 MC몽이 나온 MBC 에 출연한 유승호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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