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tag 1 : 천재, 에픽하이, 베스트셀러 작가, 강혜정
tag 2 : 학창시절 왕따, 사기당한 래퍼, 적응하기 힘든 TV, 우울, 고독, 이상과 현실
tag 3 : 10line – Remapping the Tablo soul

이선주 : 타블로의 누나. 한동대학교 로스쿨 수석 졸업, 미 연방법원 서기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타블로 역시 스탠포드 대학 영문과를 4.0만점으로 졸업했고, 5개 국어에 능하다. 하지만 타블로는 초등학교 시절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당시 담임교사의 주먹에 맞았고, 타블로의 가족은 그가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자식들이 자유로운 교육을 받길 바라며 그들을 유학 시켰고, “자식과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원칙 아래 캐나다, 미국 등으로 사는 곳을 옮겼다. 타블로가 스탠포드 대학 입학을 위해 제출한 에세이도 전쟁 고아였던 아버지가 아홉 살 때 고아원에서 쓴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 타블로는 가족을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유일하게 내 편이 돼 줄 존재들, 그리고 내가 아는 것들 중에 영원한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비아스 울프 : 영화 <디스 보이스 라이프>의 원작이 된 동명 소설을 지은 작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타블로를 가르쳤던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타블로에게 학교에서 주는 2001년 문예창작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만큼 타블로는 학교생활에 충실했지만, 공부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또한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왜소한 체격에 동양인이면서도 흑인 친구들과 어울려 어디에도 소속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책을 읽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고, 이야기와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의 음악이 종종 마치 영화 같은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건 이런 성향 때문인지도. 세상에 울분을 토하는 대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긍정적인 너드.

김건모 : 가수. 고등학교 2학년이던 타블로의 시를 보고 그에게 5집 앨범의 ‘Rainy Christmas’의 작사를 부탁했다. 당시 타블로는 대니얼 리라는 이름으로 참여했지만, 이후 ‘예술가가 그리는 장면 또는 그림’이라는 뜻의 타블로로 이름을 바꾼다. 그 때 타블로는 9년 동안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지만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을 배우던 도중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생각했고, 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그 곡을 연주하던 중 영화 <쥬라기 공원> 메인테마를 연주해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났다. 당시 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던 교수는 타블로에게 “음악은 공산주의야. 그런데 너의 연주는 민주주의야”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그 후 타블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랩에 어울리고, 랩이 또 다른 시라는 것을 깨닫고 대학시절부터 랩을 시작한다.

에픽하이 : 타블로가 “음악 다음으로 삶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 그룹. 미쓰라 진, 투컷츠와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처음 만난 뒤 “음악, 패션, 정치, 음모론”등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다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타블로가 일을 저지르면 미쓰라 진이 그에 대한 의견을 내고, 투컷츠가 그것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완벽한 팀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미쓰라 진은 타블로의 아버지를 제외하면 그를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타블로와 투컷츠는 한 때 1주일에 한 번씩 함께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같이 보기도 했다. 이런 팀워크 안에서 에픽하이는 타블로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각각 상이한 음악적 관심사로 인해 때론 각자 작업하다시피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하면서도 곧 발매할 앨범 까지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건재할 수 있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타블로가 한국에서 갖게 된 첫 번째 공동체.

다이나믹 듀오 : 개코와 최자가 만든 랩 그룹. 미쓰라 진은 래퍼로 데뷔하기 전 개코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에픽하이와 다이나믹 듀오는 한 사기사건으로 인해 앨범 제작비를 날리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에픽하이는 2천만 원의 빚을 졌고, 대학 졸업 후 집에 손 벌리지 않았던 타블로는 그 돈을 갚느라 “남의 집 화장실보다 작은 방에서 냉장고에 머리를 넣은 채 더위를 식히며” 랩을 써야 했다. 그리고 고생 끝에 낸 첫 앨범은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 미국에서 건너온 천재 대학생에게는 견디기 어려웠던 시기.

한효주 : MBC <논스톱 5>에 타블로의 상대역이었던 배우. 타블로는 그녀와 키스신을 찍기도 했는데, 다른 두 멤버들은 Mnet <연애 & 망상>에서 “다른 건 하나도 안 부러운데 저건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블로는 에픽하이의 앨범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뒤 “나 자신을 고립시킬까, 아니면 대중이 들을 수밖에 없는 음악을 만들까 고민”했고, 기획사에 먼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요청한다. 미국 명문대생이면서도 갖은 고생을 다했고, 여자들에게 차였으며, 때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타블로의 독특한 과거사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됐고, <논스톱 5>는 타블로의 이런 모습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발표한 3집 앨범은 ‘Fly’의 히트와 함께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타블로는 에픽하이가 “예능에서 구제”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오래 전부터 TV를 보지 않았고, TV에 적응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민망했다고.

페니 : 타블로와 함께 앨범 (이하 )을 함께 제작한 프로듀서. 은 타블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은 모든 트랙이 피아노와 현악 세션 등이 포함 된 어쿠스틱 악기 중심의 연주곡으로 만들어졌고, 앨범 제목 그대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연상시키는 구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취향이나 음악적인 바탕이 고스란히 반영된 앨범인 셈. 이는 타블로의 내외적인 변화에 따른 결과다. 타블로는 3집 앨범을 발표한 뒤 두 명의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이를 치유하며 에픽하이의 정규 앨범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 앨범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많은 곡을 만들었다. 또한 에픽하이는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난 뒤 자신들이 직접 회사를 차렸다. 자신들이 마음먹은 대로 앨범을 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 그리고 타블로는 어린 시절부터 배웠던 것과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대로 하기 시작했다.

정형돈 : 정형돈 a.k.a MC빡돈. 에픽하이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팀을 이룬 래퍼로, “Mother, father, give me a one dollar”라는 폭탄 같은 랩으로 (개그) 힙합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에픽하이는 그의 랩을 바탕으로 ‘전자깡패’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어찌 보면 장난 같은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전자깡패’는 지금 타블로, 그리고 에픽하이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 개의 조각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 안에서 <魂>, , 등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들을 마음껏 하는 한편, ‘전자깡패’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정식으로 발표할 여유도 갖고 있다. 또한 타블로는 소설 <당신의 조각들>을 발표했고, 가끔씩 MBC <놀러와> 등의 토크쇼에 출연하며 즐겁게 웃기도 한다. 30대에 접어든 타블로가 갖게 된 여유.

강혜정 : “비전이 비슷하고, 그래서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타블로의 여자친구. 두 사람은 곧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예정이다. “CD사는 여자가 예뻐 보인다”던 타블로는 유재하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좋아하는 강혜정을 만나 “커피숍에 앉아 얘기를 하다 내가 뭘 쓰고 싶은 건지” 그려질 만큼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있다. 믿을 곳이라곤 오직 가족 밖에 없던 10대 소년은 한국에서 가족만큼 중요한 친구들과 함께 20대를 견뎠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며 30대를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 빠져 있던 우울한 소년은 점점 어른이 되고 있다.

Who is next
에픽하이가 출연한 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 함께 나온 윤도현 밴드와 같은 소속사인 김C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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