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0시 55분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셀러브리티 스페셜이다. 박찬호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 출현했을 때 이승기는 그의 전성기 인기에 대해 물었다.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현재의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의 인기를 더해도 안 된다. 물론 현재 그는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가 아닌 불펜 멤버고, 사람들은 그의 투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촌스러운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IMF 여파에 마음이 얼어붙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던 과거의 영웅은 아직도 자신을 응원해주던 그 함성을 잊지 않고 힘을 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그를 통해 용기를 얻은 과거가 있다고 해서 꼭 어떤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외로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상대팀 전체와 상대하는 그에게 이 말 한 마디 정돈 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역시 당신을 잊지 않고 있노라고.

올리브 밤 12시
SBS <스타일>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패션과 스타일이라는 개념은 비록 낯설지는 않아도 오늘 어디서 점심을 먹는지에 대한 문제만큼 생활과 밀접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탓인지 종종 어떤 맥락도 없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트렌드세터 네 명이 4인 4색 화보촬영을 위해 뭉쳤다’ 라는 에 대한 느낌도 비슷하다. 오늘 첫 방영되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 Dazed&Confused > 편집장 김애경과 모델 휘황, CF 감독 이사강, 댄서 조성민이 모여 휘황의 옛날 사진을 보고 ‘Back to Basic’이라는 촬영 콘셉트를 잡고 촬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체 왜 모여서 왜 촬영을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진 않는다. 혹 모든 것에 이유와 맥락을 찾는 것이 이 세계에선 굉장히 ‘엣지’ 없는 촌스러움인 게 아닐까. 굳이 내용이랄 건 없어도 최신 핫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에겐 그 자체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르겠다.

SBS 밤 12시 5분
변희재와 전여옥이 함께 출연한다. 이쯤에서 보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은 정말 흥미로울 거라 감히 자신한다. 2PM 재범의 탈퇴 및 미국행이라는 가장 핫한 주제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로선 어떤 구도일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얼핏 같은 편인 게 당연해 보일 저 둘이 반대 진영에 설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변희재는 미국인 박재범을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하는 건 당연하다는 뜨악한 논리로 재범의 추방을 당연시 했다. 여기서 반전이 생길 수 있다. 전여옥은 재범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남의 나라를 원 없이 욕했던 <일본은 없다>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즉 어쩌면 진중권 대 변희재의 식상한 매치와는 차원이 다른 대형 팀킬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아, 그러고 보니 본인이 쓴 게 아니었던가?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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