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나머지 5명이 전부 강호동을 닮아가는 거 같다. 어떤 상황이든 뭔가 하려고 하지 않나.
이수근
: 많이 그렇지.
MC 몽 : 요즘 예능 프로그램 돌면서 그런 얘기를 한두 번 듣는 게 아니다. 휘재형도 “몽아, 네 안에 강호동이 보인다”고 그러더라.

나영석 PD는 강호동이라는 MC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영석
: 이 바닥에서 15년 이상 20년 다 되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할 때 제일 힘 있고 제일 열심히 한다. 제작진이 지치다가도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 보면 미안해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강호동이 앞서 나서고 구르면 다 으쌰으쌰 하게 된다.
은지원 : 그래도 요즘 호동이 형이 좀 덜 부담스러울 거다. 각자 알아서 하니까. 그만큼 우리에게 기회도 많이 주고.

“ ‘1박 2일’을 통해서 세상사는 질서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하지만 각자 알아서 하게 되면 부담도 많아질 것 같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웃겨야할지, 더 리얼한 분위기를 살릴지 결정해야 하는데.
은지원
: 다큐로 가도 진 사람은 예능이 된다. (웃음)
나영석 : 예능이라고 하지만 뭔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보면 알겠지만, 출연자들이 뭔가 웃기는 걸 만들어낼 때 처음 시작하는 그림들은 ENG로 촬영된 게 거의 없다. 거의 우리가 쉬거나 딴 거 하고 있을 때 자기들끼리 하는 모습이 6mm에 찍힌 게 대부분이다.
MC 몽 : 사실 위험할 때가 많다. 이러다 너무 다큐 가는 거 아냐, 예능 가는 거 아냐. 그걸 계속 고민한다.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호동이 형이고. 다큐와 예능의 균형이 흔들릴 때 정확히 알고 그걸 예능으로 끌고 간다.

세 사람 모두 ‘1박 2일’에 출연하면서 버라이어티 쇼에 대해 다시 배우는 거 같다.
이수근
: 정말 많이 배웠다.
MC 몽 : 리얼 버라이어티는 속일 수 없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이 다 드러난다. 나는 나도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됐다. 난 예전에는 사회생활 할 때 겁도 많고, 낯도 가렸는데 ‘1박 2일’을 통해서 세상사는 질서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이수근은 ‘1박 2일’ 하면서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이수근
: 내가 제일 많이 얻었을 거다. ‘1박 2일’에 처음 출연했을 때는 나 혼자 준비하려고 했다. “뭐 물어보면 이거 해야지”하는 식으로.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호동이 형이나 동생들이 자신감을 주면서 계속 뭘 해보라고 하지 않았으면 내 모습을 못 찾았을 것 같다.
나영석 : MC몽이 수근 씨 옆에서 많이 받아주고, 지원이는 워낙 예전부터 수근 씨 개그를 좋아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은지원 : 난 원래 이수근 빠였다. (웃음)
이수근 : 그래서 힘이 많이 됐다. <개그콘서트>도 관객이 안 웃어주면 편집되지 않나.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얘기해도 누구 건 재밌고, 누구 건 재미없을 수 있는 건 주위 반응이 많이 결정한다. 내가 어색해서 그냥 넘어갈 것도 주위 동생들이 크게 웃어주면 자신감이 생겨서 한 마디 더하게 된다.

그만큼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건가.
MC 몽
: 리액션은 정말 중요하다. 내 방송은 리액션이 반이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는 것도 “어우, 안녕하세요~”라며 액션을 크게 하는 게 더 밝고 즐거워 보인다. 지난 번 외국인 특집에서 지원이 형이 외국인 보면서 너무 웃겨서 깔깔 대고 웃었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 어머니도 따라 웃더라. 그런 게 리액션이 중요한 이유다.
이수근 : ‘1박 2일’에 나오기 전까지는 리액션이 뭔지 몰랐는데, 여기서 배웠다.

“다른 방송도 ‘1박 2일’ 자존심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한다”

1박 2일 내내 모든 행동에 예능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면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들이 있나?
이수근
: 인성이 변했다. ‘1박 2일’을 통해 인기를 얻으니까 더 조심하게 됐다.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자기가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았다고 기분 나빴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그러기도 했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변한 것 같다.
MC 몽 : 나도 그렇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오면 수줍어하기까지 하는 성격이었다. 반대로 방송에서는 활발했고. 그런데 ‘1박 2일’ 출연 뒤에는 호동이 형처럼 다 끌어안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사진 찍자고 하면 어깨동무도 하고. 사람이 좀 유해지고, 경쾌해졌다.
은지원 : 밥 먹는 습관도 달라졌다. 일상에서도 밥을 안 먹으면 안 되고, 남기면 안 될 거 같다. 그래서 살이 찌고. 원래 라면을 안 먹었는데 이젠 좋아하게 됐다.

그런 변화들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나.
MC 몽
: 그렇다. 사랑을 표현할 때도 ‘메마른 논바닥에’ 같은 가사가 나온다. (웃음) 김C 형 딸 이름 우주가 들어가고. ‘1박 2일’을 하면서 내 인생이 진짜 많이 바뀌었다.
은지원 :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음악할 때는 딴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버라이어티 할 때는 망가지는 게 겁나지 않지만, 대신 음악 할 때는 멋있게 보이고 싶다. ‘1박 2일’ 느낌으로 음악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의 모습을 실제 모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는 안 받나?
MC 몽
: 받을 땐 심각하게 받는다. 이상한 말을 많이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말 때문에 기분 나쁜 거지 ‘1박 2일’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거에 기죽지는 않는다.

특히 세 사람은 무식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처음 ‘섭섭하다’는 표현이 나올 때도 주변에서 수도도 몰라서 무식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경험담을 얘기했었다.
MC 몽
: 무식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 될 때도 있다. 길 가다가 꼬맹이들이 “4곱하기 7은?” 이런다. 다른 프로그램 나갔을 때 방청객 분들이 그러기도 하고. 7단이 밥 먹여줘?
은지원 : 난 상관없다. 무식한 거랑 음악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수근 : 병원에 갔는데 어떤 꼬마애가 나보고 ‘앞잡이’라고 하니까 옆에 있는 애 엄마가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라고 한다. 그럼 그게 나쁜 말이라는 거 아닌가. 듣고 나니까 이상하더라. (웃음)

‘1박 2일’에 출연하면서 실제 생활도 달라지고, 서로의 관계도 달라졌다. PD의 입장에서는 지금 ‘1박 2일’이 어떻게 달라진 거 같나?
나영석
: 난 잘 모르겠다. 똑같은 거 같다. 다만 아까 수근 씨가 인사 안 받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 것처럼, 다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은지원 : 너무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부담을 받는 게 있다. 예전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이젠 조심스러워지고.
MC 몽 : 스태프들과의 관계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송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오락 프로그램은 각자 스케줄 때문에 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그런데 여기선 하룻밤 자고 빈 시간에 또 얘기하다 보니까 서로의 사적인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된다. 나는 여자 친구 문제를 상의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방송 할 때도 ‘1박 2일’ 자존심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한다.
이수근 : 조금만 재미없으면 “거기서만 재밌는 거네”라며 바로 공격 들어오니까.

그렇게 서로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예전보다 더 자주 나영석 PD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여행에 끼고 싶은 것 아닌가 싶었다.
나영석
: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상황을 보니까, 그러면서 출연자들이 상황을 조율할 수 있도록 팁을 던져주게 된다.
은지원 : 예전에는 녹화 중에 스태프들하고 대화할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스태프들을 잘 알고, 그만큼 계속 협상도 요구하면서 끌어들이니까. 황당한 미션 있으면 시범 보여 달라고 그러기도 하고.
나영석 : 시범 보여 달라는 얘기는 그만해. (웃음)

“여행하는 프로니까 아름다운 경치도 많이 보여줄 터”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요즘 ‘1박 2일’은 카메라가 더 넓게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예전보다 더 여행이란 뭔가에 대해 고민한 달까.
나영석
: 실제로 신경을 많이 쓴다. 어디 들러서 게임을 하는 건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기 위해 하지만, 더 큰 목적은 뭘 하더라도 그 장소를 찍는 것 아닌가. 예능적인 건 이 친구들이 만들어줄 거라고 믿고, 우리는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니까 그런 그림을 더 보여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여행 떠나서 어느덧 해가 져서 민박집에 가서 복불복 하는 식이어서 여행의 느낌은 살려도 경치는 못 보여줬다. 이제는 가능한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1박 2일’ 특유의 영상미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외국인 특집에서 12명의 남자들이 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1년 전이었다면 그냥 보여주는 대신 뭔가 더 했을 거 같다.
나영석
: 원래는 그날 강에서 몇 개 해보고, 그 중에 하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유정 작가가 자연과 열두 명의 남자를 보니까 그냥 여기서 확 뛰는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그림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재미는 덜했을지 모르지만, 찍고 나서는 나도 마음에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긴 부분이 기억나는 대신 좋은 그림이 기억나다니. (웃음)
나영석
: 그런 건 있다. 좀 전에 말한 부분에서도 조금 더 웃기려면 몽이가 게임을 했을 거고, 물에 빠져서 콜록거리는 표정을 잡았을 거다. 하지만 거기서 중요한 건 외국인과 같이 여행을 온 거였고, 전 세계 청춘이 같이 뛰는 게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아도 뿌듯할 거 같았다. 겁이 없어진 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웃음) 예전에는 어떻게 더 웃길까를 생각했지만 이젠 어떤 게 더 어울리고 보기 좋은가를 생각하게 된다. 시청자에게 웃음이 아니더라도 더 좋을 수 있는 걸 선택하려고 한다.

점점 스태프 전체가 가는 여행처럼 변하는 것 같다.
MC 몽
: 그렇잖아도 우리하고 스태프하고 게임해서 스태프 100여 명을 마당에서 재울 뻔 했던 게 진짜 아쉽다. 그 때 괜히 좀 봐주다가 그러지 못했는데….
나영석 : 그럼 한 번 더해. 받아줄게. (웃음) 진짜 마음먹고 하면 스태프가 이길 걸.

온 자연을 배경으로 여행도 하고 쇼도 하는 건가. (웃음)
MC 몽
: 최고 비싼 세트에서 찍는 거다.
나영석 : 그 말 하면 호동이 형한테 혼난다. 그거 호동이 형 멘트다. (웃음)
이수근 : 자기도 누구한테 들은 걸 거야. (웃음)

마지막으로 각자 생각하는 버라이어티 정신에 대해 말해 달라.
은지원
: 나를 버려라.
MC 몽 : 나를 위한 게 아니다. 무조건 백 프로 시청자를 위한 거다.
이수근 :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은지원 : 진짜 이미지 관리하고 멋 부리면 이 프로그램 못 한다.
MC 몽 : 아, 그런데 승기는 망가지는데도 멋있다. 걔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웃음)

인터뷰. 위근우 (eight@10asia.co.kr)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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