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어릴 땐 미소년이었다. 정말이다. 김무력 장군의 2대손이자 만노군 태수 김서현의 아들, 용화향도의 수장 김유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다 천명-덕만 자매 때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만 번 베기’ 수련을 할 때 9천 9백 9십 개를 넘겼다가도 “마음이 흐트러졌다. 누가 알든 상관없다. 단지 내가 알기 때문이다”라며 처음부터 다시 할 만큼 융통성이라곤 없었던 걸 보면 어차피 자기 팔자는 자기가 꼰다는 옛말이 맞다.

장작을 패면 밑동 나무까지 쪼개 버리고 목검으로 바위를 갈라놓을 만큼 힘이 센 반면 동서남북 잘 분간 못하는 길치로 길을 잘못 들었을 땐 “잠시 암자에 들러 물을 마시려는 것이다!”라며 둘러대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대신 자기편으로 오라는 미실의 면전에서 “절 죽이셔서 그 시신을 가지시옵소서. 산 채론 가지 않겠사옵니다. 송구하오나 이 유신, 부족하고 어리석어! 협박 외엔 다른 말을 알지 못하옵니다” 라며 눈치 없이 뻗대는 유신은 만일 현대에 태어났다면 온달수처럼 백수가 되거나 조재희처럼 마흔 살까지 결혼 못했을 듯. 자신을 좋아하는 천명에게는 “덕만을 지켜주고…덕만을 살펴주고…덕만을 아껴주고 싶습니다” 따위 핀트 어긋난 고백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덕만에게는 “내 본심을 말하마! 난 니가 공주가 되는 것도 싫고, 그냥 낭도 덕만! 늘 내게 구박받는 용화향도! 내 낭도 덕만이길 원한다! 부탁한다” 따위 세상에서 제일 멋대가리 없으면서도 낯 뜨거운 고백을 하지만 이 경우는 상대 역시 무디기 짝이 없는 성격이라 한 쌍의 짚신벌레처럼 어울린다. 어쨌거나 항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바르게 사는데 어딘가 한없이 답답해서 안쓰러운 유신랑, 그래도 꿋꿋하게 자라다오. 청소년은 나라의 희망이니까. 정말이다.

갈래 : 드라마, 세속오계, 생활의 달인

[1점 문제]Q. 다음 중 진짜 김유신의 대사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1) 난 슬플 땐 바위를 쳐.
2) 술수 따윈 모릅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죠.
3) 울지 마십시오. 꼬마 공주님은 웃는 얼굴이 훨씬 예쁩니다.
4)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널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너 자신조차도!
5) 니가 남자건 6두품이건 상관 안 해. 갈 데까지 가보자 한번.

[2점 문제]Q. 유신이 덕만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하는 장면에 가장 적절한 BGM을 고르시오.

“네가 내 낭도로 처음 들어오던 날을 기억하느냐. 첫날부터 대오를 이탈해 모래주머니를 찼지. 그 땐, 제멋대로 구는 네가 무척이나 싫었다. 그래서 굴렸지. 네가 바락바락 대들 때까지…굴리고 또 굴렸다. 헌데 넌 아무리 굴려도 지칠 줄을 모르더구나. 좋아졌지. 씩씩하고, 포기를 모르는 네가 좋았어…계속 그런 덕만이로…내 곁에 남을 순 없는 것이냐. 억울하고 화나고 슬플 것 없이…그냥 예전의 너로 말이다. 그렇게 나와 함께…다시 너를 만들어 가면 안 되겠느냐.”

1) 이승기 ‘결혼해 줄래’
2) 클래지콰이 ‘she is’
3) G드래곤 ‘Heartbreaker’
4) 허경영 ‘콜미’
5) 김동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당신의 독해력을 알아보는 주관식 문제]Q. 다음 대화에서 유신의 대사 중 괄호 안에 들어갈 공통된 단어를 쓰시오.

김서현 : 분노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느냐? 안 된다, 나가라 답하면 미실은 제 2, 제 3의 사다함의 매화를 풀 것이다! 그리 되면 우리 가문은, 너는…어찌되겠느냐? 미실의 다음 수를 알지도 못한 채 어찌 무턱대고 분노부터 하는 것이냐!

유신 : 아닙니다! ( )가 먼저에요! 우리 집안의 이(利)가 먼저가 아니라 ( )가 먼접니다. 정치가 먼저가 아니라 ( )가 먼접니다! 미실의 수를 생각하기 전에 ( )가 먼접니다. 그렇지 않기에…우린 미실에게 놀아나는 것입니다. 미실은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하여 우린 ( )도, 생각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정답은 다음 주에 발표됩니다.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1, 2
2점 문제 – 답 없음 (‘엣지’는 언제나 옳다.)
주관식 문제 – berryberry99, mavis25, gpfla1712님 모두 10점 만점에 10점!

[실전! 고난도 말하기 전략]
* 길 가는데 붙잡고 교회 다니라고 하면
피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다.

* 누가 메신저로 100만원만 빌려달라고 할 때
이 사람, 의심이 가는 자를 믿은 적 없고, 믿은 자를 의심한 적 또한 없사옵니다.

* 이것이 ‘인지상정’이니라.
과거는 그냥 과거일 뿐이다. 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든 무슨 짓을 했든 지금부터의 자리가 날 어떻게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 그게 뭐가 중요해? 헛된 것에 힘쓰지 말거라.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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