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논현동의 스튜디오에서 <위기일발 풍년빌라>의 포스터 촬영이 있었다. 자체로도 개성이 넘치는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각자의 역할을 압축한 독특한 표정을 보여주며 정지된 모습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해결사 역을 맡은 백윤식은 “짱짱하게 나오게 해 주세요”라며 걱정을 표했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자 험상궂은 모습을 하며 “한 50명 죽인 사람처럼 갈까요?”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스튜디오에서 돋보인 사람은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촬영을 진행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이보영이었다. 완벽한 여성의 모습으로 복규(신하균)에게 접근하지만, 사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서린을 연기하는 그녀에게서 미리 전해들은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관한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작품이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
이보영
: 아직 4회 정도밖에 촬영하지 않았는데도 초반부터 너무 센 장면들을 찍어서 힘들기는 했다. 초반에 쉬엄쉬엄 찍을 줄 알았는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장면이나 복규를 유혹하기 위해서 키스를 할랑 말랑 하는 장면처럼 강렬한 것들 먼저 찍었다. 캐릭터가 확 보여주는 장면들을 몰아서 찍었다.

캐릭터가 복잡하면서도 쉽지 않은 인물인데, 선택에 고민은 없었나.
이보영
: 고민을 좀 했지만 캐릭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변신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았다.

극 중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두개의 인물을 준비하고 있는 건가.
이보영
: 말투를 다르게 두개를 준비 했는데 하면서 자꾸 헷갈린다. (웃음)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도 이중적인 인물을 연기하지 않았나.
이보영
: 그 영화에서는 직업이 두개일 뿐, 정작 내가 맡은 인물은 초지일관 백치미가 넘쳤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다른 인물을 보여줘야 한다. 한쪽은 귀엽고 발랄하고 엉뚱하다면, 다른 한 쪽은 무심하고 세상을 다 아는 듯 한 느낌이다.

“테니스를 친 첫날 눈물 흘리면서 자고 있더라”

가장 늦게 캐스팅 된 것으로 아는데, 준비 기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이보영
: 그럴 줄 알고 걱정 했는데, 촬영이 3주 정도 늦춰지면서 시간을 좀 벌었다. (웃음) 초반에 테니스도 쳐야하고, 무술도 해야 하고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많은 만큼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이보영
: 테니스 친 첫날 집에 가서 9시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자고 있더라. (웃음) 어렸을 때 자세 연습만 할 때는 지루해서 포기 했었는데, 공을 치면서 배우니까 재미있다.

3년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더욱 신중했을 것 같은데, 작품의 어떤 점에 특히 끌렸다.
이보영
: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대부분 미니시리즈를 하게 되면 후반으로 가면 주인공 두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면 배우 입장에서는 기계적으로 연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작품은 인물도 다양하고, 각자의 스토리가 있어서 모두가 부각된다. 그만큼 부담이 덜하고 알차게 연기를 준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을 것 같았다. 다양한 가지들이 있어서 오히려 든든하다.

그렇다면 대본이 확보된 상태에서 사전 제작을 하는 점도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겠다.
이보영
: 물론이다. 전체 스토리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있다. 그렇지만 연기를 할 때 뒤를 생각하기보다는 한 씬 한 씬 그 장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말은 대본과 연출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보영
: 대본을 읽으면 아귀가 놀라울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 나는 작가님이 천재인줄 알았다. 대본을 읽는 입장에서도 처음 읽을 때보다도 두 번, 세 번 읽을 때 더 재미있어진다. 다만, 사전 제작을 하게 되면서 비쥬얼적으로 의상이 신상이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지금은 최대한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송 될 때는 이미 다 익숙한 옷들이 아닐까 싶다. (웃음)

“중간 시청자가 유입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다시보기도 잘 되어 있지 않나”

의상 자체도 강렬할 것 같다.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이보영
: 실제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비쥬얼적으로 확실한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색감이나 디자인이 화려한 옷들을 입는다. 난생 처음으로 호피도 입었다.(웃음)

보통 유혹을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처음으로 유혹 하는 역할을 맡은 것 같다.
이보영
: 처음으로 리드하는 입장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더라. 그렇지만 초반에 보여주는 모습 보다는 뒤로 갈수록 보여줄 것이 많은 인물이라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다. 작품 안에서도 다양하게 변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드라마 분위기가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는데, 직접 코미디 연기를 하기도 하나.
이보영
: 내가 개그적인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적으로 웃긴 장면은 많다. 나는 그저 열심히 복규를 유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인데, 다른 사람이 그 장면을 보면 웃긴 식이다.

복규의 돈이 필요한 입장이라도 들었는데, 결국은 로맨스가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겠다.
이보영
: 돈이 필요한 것은 업소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복규의 순수한 모습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서린은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마지막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서린의 진짜를 알기 힘들다.

워낙 스토리가 중요한 작품이다 보니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서도 스포일러를 만들게 될 까봐 조심스럽다.
이보영
: 작품이 재미있다면 몇 가지 장면들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게 무슨 영향을 미치겠나. 흡입력이 있다면 뒷이야기를 알더라도 그 힘으로 계속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재미만 있다면 뭐가 걱정인가.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이보영
: 자신 없이 작품을 시작하는 사람이 어딨나. 그리고 우리 감독님 만나시면 아마 더하실 텐데. 처음 작품 출연을 고민할 때 감독님이 나에게 문자를 보내셨다. “보영씨. 이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웃음) 이야기 특성상 중간에 시청자가 유입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다시보기도 잘 되어 있지 않나.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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