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서우.
1988년 7월 7일에 태어났다. 올해 생일에는 밤샘 촬영을 했다. 작년 생일에도 촬영을 해서 새삼스럽진 않았는데 현장에서 갑자기 스태프 분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파티를 해 주신 게 엄청 감동적이었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열한 살 위의 큰 언니, 여섯 살 위의 작은 언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신인 때 공개 오디션을 보는데 한 4차 까지 올라가니까 너무 많이 떨려서 긴장을 풀려고 술을 쬐금 마시고 갔다. 그런데 조명 아래 얼굴이 막 벌게지고 자세가 점점 풀어지는 거다. 오디션 보시는 분이 “서우야, 혹시 술 먹었니?”라고 물으셔서 솔직히 말씀드렸더니…떨어졌다. 하하하.
<미쓰 홍당무> 오디션을 보러 간 날, 교복 촬영이 있어서 그 차림 그대로 갔더니 이경미 감독님이 나를 그냥 중학생으로 아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데, 뭔가를 많이 알고 있는 듯한 어린애’라고 생각해서 뽑으신 것 같다. 사실 난 연기에 대해 전혀 모를 때라 “인천에서 촬영하면 회는 진짜 많이 먹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한국 무용을 했지만 몸이 별로 유연한 편이 아니다. 지상에서도 웨이브를 잘 못 하는데 수중에서 웨이브를 해야 해서 제시카 알바의 <블루 스톰>을 비롯해 잠수나 수중 장면이 나오는 영화들을 다 찾아보며 동작을 연구했다.
버진이의 제주도 사투리는 수정을 많이 거쳐 나왔다. 제주도 말 그대로 하려면 자막 처리를 너무 많이 해야 해서 최대한 사투리를 뺐다가, 전체 대본 리딩 이틀 전에 다시 사투리를 넣기로 했다. 제주도가 고향이신 배우 서태화 선배님께서 정말 잘 가르쳐주셨다.
제주도 사투리 중에 제일 처음 배운 말은 ‘데맹생이’다. 데맹생이 안 처박심? “머리 안 처박냐”라는 뜻인데 엄마(김미경)가 버진이한테 물질 잘 하라고 혼낼 때 하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은 “밥 묵었수꽈”다. 밥 먹었냐는 말이 인사말인 게 정감 있어서 참 좋다.
<탐나는도다> 첫 회 시청률로 배우들끼리 내기를 했다. 가장 가깝게 쓴 사람이 이기고 제일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이 술값을 내는 건데 난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점점 올려가자는 마음에 11%를 썼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내가 술값 낸다 치고 50%!” “그럼 난 80%” 하고 통 크게 썼다. 나만 너무 소심하게 쓴 것 같다. 으으.
‘박규’ 역의 임주환 오빠를 처음 봤을 때 ‘키 지인짜 크다!’ 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초반에 같이 촬영하면서 ‘왜 이렇게 눈을 못 뜨겠지? 제주도 햇빛이 강한가?’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주환 오빠를 보면서 연기하려면 하늘을 올려다봐야 해서 그런 거였다. 하하.
‘윌리엄’ 역의 황찬빈 오빠는 처음 봤을 때부터 외국인 같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친한 여자 친구 같다. 만나면 주로 오늘 뭐 먹을까, 어디 보쌈집이 맛있는데 거기 굴 들어갔니 안 들어갔니 하면서 수다를 떤다.
‘얀’ 역의 이선호 오빠는 되게 조용하다. 우리 넷 중에 제일 맏이라서 궁금한 걸 많이 물어보게 된다. 난 ‘얼른 여자 친구 사귀라’고 충고해주고. 하하.
내 팬은 주로 여자들이다.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 언니도 그렇다던데 우리가 옆집 동생이랑 언니 같은가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좀 게으른 편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미적거리고 “가기 싫어! 안 가면 안 돼?”하면서 떼쓰다 늦으니까 이제 매니저 오빠들이 촬영 시작 시간을 한 시간이나 당겨서 알려준다. 그래서 모처럼 제 시간에 간 날엔 아무도 없고!
10월 개봉 예정인 영화 <파주>는 <탐나는도다>의 촬영이 중단되었던 올해 초 두 달 가량 ‘바짝’ 찍었다.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되는 역할인데 말수도 적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캐릭터라 <파주>에 빠져 있다 나중에 다시 버진이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앞으로 연기 하면서도 좀 더 배우고 싶다. 가끔 회사 사람들에게도 이것저것 해주는데 매니저 오빠가 다 먹어놓고는 별로라고 막 그런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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