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 “노래 잘하던 가수가 어느 날 노래를 못 부르게 되면 사람들이 어쩌나 하면서 안타깝다고 걱정을 하지만, 개그맨이 어느 날 웃기지 못하면 비웃음으로 바뀌죠. 저도 언제까지 사람들 앞에서 웃길 수 있을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거울을 보며 항상 자문하면서 삽니다. 그 스트레스는 안 해 본 사람은 잘 모르실거에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됐다. 계속 최고였다. 그렇게 20여년, 갑자기 웃음을 잃었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안재욱 : 신동엽의 서울예전 동기인 배우. 학창시절 두 사람은 길거리에서 깜짝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 키는 등 온갖 장난을 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신동엽은 수업시간에 교수가 자판기 커피를 부탁하면 다방 커피를 주문해 다방 아가씨가 커피를 가져오게 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신동엽은 동시에 셰익스피어와 아서 밀러의 작품을 연기했고, 졸업 후 안재욱과 <한 평 반짜리 혁명>에 출연할 만큼 진지한 연극도 좋아했다. 개그, 토크, 시트콤에 모두 강한 신동엽의 능력은 이때부터 준비된 셈.

이영자 : MC. 신동엽과 SBS <기쁜 우리 토요일>, SBS <기분 좋은 밤> 등을 함께 진행했다. 이영자는 신동엽에게 미국 공연을 제의 했다 그 결과 그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을 아직도 미안해 할 만큼 신동엽에게 정이 있다. 신동엽은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진행과 코미디 연기를 함께해 당시 새로운 대세가 되던 버라이어티 쇼에 안착했다. 외모와 재치, 토크, 연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었던 그는 1990년대가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예능인이었고, 소녀들의 환호를 듣는 ‘신세대 MC’가 됐다.

송창의 : 신동엽이 출연한 MBC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했던 PD이자 현 tvN 사장. 송창의는 신동엽을 “시트콤 배우로 가히 천부적이다. 순발력, 애드립,기지 모두 탁월하다. 게다가 대본의 빈 구석을 채워넣을 줄 안다”고 말할 만큼 신뢰했고, <남자 셋 여자 셋>은 신동엽을 주축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또한 신동엽은 당시 신인이었던 송승헌에게 먼저 다가가 그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줘 이후 송승헌이 틈 날 때마다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탤런트 김용림은 신동엽의 유학 전 마지막 촬영 날 처음으로 촬영장에서 울었다. 20대의 개그맨이 한 작품의 핵심이 된 것. 신동엽은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 시트콤을 모두 석권, 1990년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유정현 : 신동엽과 SBS <두 남자 쇼>를 진행한 현직 국회의원. 신동엽은 <두 남자 쇼> 이후 SBS <맨 II 맨>, SBS <즐겨찾기>, KBS <해피투게더>, KBS <샴페인> 등 두 사람이 진행하는 토크쇼를 꾸준히 했다. 특히 <두 남자 쇼>는 뛰어난 재치의 신동엽이 게스트를 공략하면, 어눌한 이미지의 유정현이 이를 받쳐주는 호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신동엽은 스스로 “성대모사도 못하고, 자유자재로 구사할 사투리도 없어 주눅들 때도 있었다”고 했지만, 남희석이 “남들이 2초에 생각할 걸 0.2초 만에 생각한다”고 할 만큼의 재치로 어디서든 웃겼다. 하지만 신동엽의 재치는 ‘심사숙고’의 결과물. 신동엽은 “500번 시도해서 50번 웃기는 개그맨도 있지만, 나는 15번 시도해 10번 웃긴다”는 게 지론이다.

신동진 : 신동엽의 형. 청각장애인으로, 신동엽은 어린 시절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서 형에게는 수화로 말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방송할 때 손동작이 크다고. 이런 형제간의 우애는 신동엽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장개업’, ‘러브하우스’, ‘진호야 사랑해’ 등 저소득 가정과 장애인을 돕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다. 신동엽은 스스로도 “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잘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브하우스’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저소득층 가정의 집 고쳐주기에 나섰고, ‘러브하우스’가 끝난 뒤에는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하기 싫다”는 이유로 한동안 일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지 않았을 정도. 개그, 버라이어티 쇼, 시트콤, 토크쇼를 거쳐 공익성이 강한 리얼리티 쇼까지, 그렇게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모두 관통했다.

김원희 : 신동엽과 SBS <헤이헤이헤이>를 함께 진행한 MC. “건강한 성적인 얘기가 너무 죽어있다”며 성인 코미디를 하고 싶어 하던 신동엽은 <헤이헤이헤이>에서 변태적인 취향의 남자부터 잘 생긴 남자에게 미친 듯이 달려드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성인 코미디를 시도하며 ‘변태 연기’의 일인자가 됐다. 자신도 “변태 끼가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그런 연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당시 신동엽은 이런 코미디를 반대하는 방송사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신동엽은 실제로는 매우 진지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의 과거 매니저는 “하루에 다섯 마디나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그가 골프를 칠 때는 농담조차 쉽게 하지 않는다고. <헤이헤이헤이>는 일이든 사생활이든 늘 심사숙고하며 사는 그에게 마음놓고 미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을까.

이효리 : KBS <해피투게더>를 함께 진행한 가수 겸 MC. ‘쟁반 노래방’과 ‘쟁반극장’ 등이 있었던 <해피투게더>는 토크, 게임, 연기를 다 해야 하는 토크쇼였고, 이는 신동엽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신동엽은 <해피투게더>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순간 물러난다. 그 전에도 절정기에 미국 유학을 떠났던 그는 “바짝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것이 모토였다고. 또한 공백기동안 그의 영향력을 절감한 방송사는 알아서 그의 출연료를 높였다. 신동엽은 “활동하는 동안 11년 동안 일하면서 한걸음씩 출연료를 올렸다. 노력한 만큼 조금씩 더 요구한 것이 지금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어필하며 꾸준히 톱의 자리를 유지한 것. 다만, 그가 쉬는 사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용만 : MC. 신동엽과 SBS <즐겨찾기>를 함께 진행했고, 신동엽이 설립한 DY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하지만 새 토크쇼와 사업은 그에게 위기를 안겼다. <즐겨찾기>는 과거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종영했고, 신동엽과 동업을 한 오랜 친구는 그에게 말도 안하고 회사의 주식 55.19%를 팬텀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도너츠미디어에 넘겼다. 당시 신동엽은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처절하게 느꼈”고, 체중 10kg이 빠졌다. 또한 그는 사업을 병행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에 여럿 출연했고, “100이었던 방송에 대한 역량이 방송 50과 사업 50으로 나눠져” 슬럼프를 겪기 시작한다. 현재 그는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선혜윤 : 신동엽의 아내이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빠밴드’의 연출자. 신동엽은 선혜윤 PD를 친한 동생으로 생각했지만, 선혜윤 PD가 다른 남자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겠다며 자신의 집을 짓고,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결혼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는 것 같다”던 화려한 싱글이 드디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순간. 신동엽은 결혼 뒤 “(딸) 지효를 보고 있으면 모든 걸 잊고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동안 남과 더불어 산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구라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에 함께 출연 중인 예능인.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는 ‘웃음을 잃은’ 신동엽을 놀렸고, 신동엽은 유재석과 강호동에 대한 코멘트를 해야 했다. 사업은 ‘천재’라고 불리던 그의 감각을 흐리게 했고, 아내와 딸이 생긴 뒤로는 마음껏 ‘변태 코미디’를 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가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 해도 옷 중에는 미니스커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 않았던 리얼 버라이어티는 예능 전체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확률 높은 15번의 멘트보다 50, 혹은 500번의 멘트를 던져 좋은 걸 편집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다른 장르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제 MC들은 신동엽처럼 재치있게 치고 빠지는 대신 출연자들과 뒤엉켜 ‘리얼’하고 ‘센’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가장 센스있고 가장 응큼하고, 그러면서도 가장 매력적이었던 남자가 어느 순간 뭘 해도 옛날 같지 않은 MC가 됐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오빠밴드 : 신동엽이 활동 중인 밴드. 신동엽은 오지 오스본과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을 직접 관람했을 만큼 록 마니아다. 이런 음악 사랑 때문인지 그는 ‘오빠 밴드’에서 베이스 연주에 진지하게 매달리고, ‘웃음을 잃어버린’ 그의 모습은 요즘 그의 현실과 겹쳐져 그가 정말 웃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신동엽의 웃음을 잃어버린 모습은 다른 멤버들이 그를 놀릴 틈을 주고, ‘아동탁’ 탁재훈과 함께 ‘오빠밴드’의 멤버들 중 가장 확실한 캐릭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 점에서 ‘오빠밴드’는 지금 신동엽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무대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영리하게 치고 빠지며 여유 있게 1등을 지키던 그가, 무대 밖 자신의 진지한 성격과 자신의 가족까지 노출하며 리얼한 신동엽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1등이었던 예능 천재. 그가 웃음을 잃고 던진 진지한 승부수가 성공할 수 있을까.

Who is next
SBS 시트콤 에 신동엽과 함께 출연한 공형진이 소속된 야구팀 플레이보이즈의 현빈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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