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과거로 돌아가고 과거의 공포가 돌아오는 시대, 그 중에서 유일하게 반가운 공포물이 돌아왔다. 94년 심은하의 과 95년 이승연의 <거미> 이후 14년 만에 되살아난 MBC 납량특집 미니시리즈 10부작 <혼>(극본 고은님 인은아, 연출 김상호)의 제작발표회가 3일 오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렸다. <트리플> 후속으로 8월 5일 밤 10시 첫 방송되는 <혼>은 죽은 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고생 하나(임주은)와 어린 시절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범죄 심리학자 신류(이서진)의 만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하나는 쌍둥이 여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뒤 원혼의 빙의를 거쳐 가해자를 응징하고, 신류는 하나의 빙의 능력을 통해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절대악 백도식(김갑수) 변호사를 직접 처단하기 위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지난 해 KBS <전설의 고향> ‘환향녀’ 편에 출연했던 이진이 <혼>에서는 신율의 전 애인이자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품의 법정신의학 전문의 이혜원 역을 맡았고, 최근 데뷔한 그룹 티아라의 멤버 지연이 하나의 쌍둥이 여동생 두나 역을, 그룹 초신성의 박건일이 자신을 왕따에서 구해 준 하나를 위해 목숨을 거는 고등학생 시우 역을 연기한다.

“<렛 미 인>을 <혼>의 기획 단계부터 모델로 삼았다”

“<혼>은 현대판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영화 <여고괴담>시리즈의 연장선도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교감을 그린 영화 <렛 미 인>을 <혼>의 기획 단계부터 모델로 삼았다”고 밝힌 김상호 감독은 “익숙함이 너무 없으면 시청자들이 낯설어하고, 그렇다고 익숙하게 하기엔 너무 식상하기 때문에 공포의 문법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게 어려운 숙제였다. 19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분장이나 음향으로 공포를 준다기보다는 공포의 끝이 인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에 귀신은 주로 낮에 나온다. (웃음)” 또한 주인공 하나 역의 캐스팅을 위해 1058대 1의 공개 오디션을 열어 화제가 되었던 데 대해 김상호 감독은 “실은 자체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했고 출연료보다 임차료와 미술비를 확보하기 위해 오디션을 기획했다. 회당 배우 출연료보다 미술비가 1.5배 정도 많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혼>의 주인공이자 MBC <메리대구공방전>, 채널 CGV <램프의 요정> 등에 출연했던 배우 임주은에 대해 김상호 감독은 “어떤 때는 괜히 뽑았다 싶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웃음) 하지만 볼수록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집중력이 보통 사람의 150% 정도 된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혼의 빙의로 괴력을 갖게 되는 여고생 윤하나, 임주은
어릴 때 친구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지만 그 기억을 봉인한 채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혼자 된 엄마, 다리를 저는 바람에 내성적인 성격이 된 쌍둥이 동생 두나, 왕따 당하는 시우를 자기 손으로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학생회장 종찬(유연석)의 악행에서 시작된 끔찍한 사건들을 겪으며 죽은 자들의 혼이 빙의되어 괴력을 갖게 된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는데 기쁘다기보다는 큰 부담감이 느껴진다. ‘제 2의 심은하’라는 타이틀 때문에라도 더욱 열심히 준비했는데 작품의 특성상 직접경험은 물론 간접경험 또한 힘든 감정 신들이 많아서 어려웠다.”

트라우마를 지닌 옴므파탈 범죄 심리학자 신류, 이서진
열네 살 때 눈앞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선을 위해서는 선이 아니라 악의 한 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범죄 심리학자가 되었다. 신기에 가까운 범죄 프로파일링 능력과 잔인한 살인범마저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선의 이름을 하나를 이용해 악을 처단하다가 결국 그 자신이 악으로 치닫게 된다. “예전부터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김상호 감독과는 오랜 친구인데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출연을 결정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상의를 거쳤다. 개인적으로 장르 드라마들이 앞으로도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전 포인트
왕따, 원한, 범죄 프로파일러, 빙의, 절대악, 응징 등 <혼>에는 공포물의 필수요소들이 응집되어 있다. 그러나 소재와 수위, CG 등 TV 드라마의 특성상 가질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여주는’ 것보다 ‘느끼게’ 하는, 시청자가 공포에 공감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관건일 것이다. ‘오싹함’ 보다는 ‘서늘함’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상호 감독의 시도가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먹혀들까. 어쨌든 “이번에 안 보면 14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배우 박건일의 말이 공포물의 팬들에게는 가장 등골 서늘한 ‘본방 사수’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_MBC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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