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둘 다 [관용구]
1. 세계적 휴대폰 회사 M사의 광고 말미에 베컴이 하는 말
2.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을 때 하는 말

발음 시에 음절 하나하나가 독립된 소리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가능한 부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포인트. 표기 하자면 [nan dul da]에 가까우며, 특히 두 번째 음절을 발음함에 있어서 알파벳 [l]의 발음을 [r]과 정확히 구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혀를 앞니 뒤쪽에 살짝 붙였다 떼는 방식으로 [l]소리를 연습할 것을 권하며, 그래도 두 소리의 변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l]을 발음하기 전에 ‘을’을 덧붙여 발음하면서 입에 익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난 두을 다]를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정확한 ‘난 둘 다’의 발음을 얻을 수 있다.

‘난 둘 다’는 발화자가 영국 축구 선수 베컴이라는 데에서 그 발화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국을 꿈꾸었던 나라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미국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서구의 비서구에 대한 문화적 식민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플레이가 아닌 이미지와 외모로 비서구에 침투하였으며, 화보와 광고 등으로 그 공격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베컴 헤어스타일’이 유행 했으며, 일본에서는 그의 동상을 세울 정도로 서구인 베컴의 이미지는 거름망 없이 우월한 무엇이 되어 비서구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는 미하일 바흐친이 소설 속 발화에 내제된 이질적인 목소리에 대해 ‘잡종성’이라고 규정한 특질들이 작품 밖에서 구현된 예로 볼 수 있다. 금발의 백인 베컴이 레드와 블랙, 영국과 미국, 실력과 스타일 모두를 가질 수 있다고 ‘난 둘 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은 공격적 하이브리드에 대한 서구의 자신감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용례[用例]
* 카푸치노와 마끼아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난 둘 다!
* 단정함과 내추럴함은 공존 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만 난 둘 다!

* 사람이란 외모가 출중하던가, 실력이 뛰어나던가 하는 법이지. 그런데 넌 둘 다!

* 경건함과 흥겨움을 함께 느끼고 싶어. 그래서 난 둘 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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