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M.net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 보지? 솔비 지금 피겨 스케이트 잘하고 있는 거야?
글쎄? 너 솔비 별로 안 좋아하잖아. 잘하든 말든 너랑은 상관없는 일 아니야?

솔직히 별로 안 좋아하지. 그래서 궁금한 거야. 지금 잘하고 있는지, 열심히 하고 있는지. 혹시라도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진 않으니까.
아하, 비난의 알리바이를 나에게서 찾으시겠다는 말이구먼? 그런데 그건 정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 거 같아. 처음에 솔비가 김연아 CF 따라할 때부터 김연아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너나 나나 솔비가 김연아 수준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잖아. 그렇다고 국내 유망주만큼 잘할 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냥 봤을 때 그럴싸한 쇼트 프로그램 하나 정도를 큰 실수 없이 끝낼 계획이라면 그럭저럭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나처럼 별 기대 안 하고 보는 사람에겐 그냥 그래.

그럼 네가 솔비를 지도한다면 그 천사표 코치님처럼 봐주면서 할 거야?
그 최인화 코치라는 분? 솔직히 내가 봤을 땐 거기서 좀 엄하게 나오는 김세열 코치님만 해도 천사더라. 그런데 그분들은 그렇게 이해해주면서 해도 실력을 향상시킬 능력이 있으신 분들이니까. 만약 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체중 감량을 목표도, 간섭도 없이 자기 원하는 대로만 하겠다는 제자를 곱게 봐주긴 어렵지. 심지어 예전보다 쪄서 돌아와서는.

그치, 그치? 살 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안 그래?
트집 잡을 거리가 생기니까 신나셨구먼. 너한테 좀 말리는 것 같지만 사실 중요하지. 몸이 가벼워야 점프도 잘 할 수 있고, 날씬한 몸매여야 안무의 선이 살아나니까. 솔비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장면은 어느 정도 편집의 힘일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감량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곳에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체중 관리의 기본은 식단 관리인 거니까. 그러니까 굶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결국 김세열 코치 말대로 핑계야, 핑계. 누가 굶으라고 했나? 기름진 음식 대신 삶은 계란이랑 바나나 같은 걸 먹으면서 운동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서 마치 건강을 지키며 다이어트 하느라 안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문제인 거지.

그거 말고도 좀 따끔하게 지적해줘야 되는 거 없어? 응?
아까도 말했지만 기준을 높게 잡지 않으면 그렇게 흉한 수준은 아니야. 최근 에피소드 보니까 새 코치 만나면서 스핀도 곧잘 하던데, 뭐. 특히 자기 입으로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거야. 하나의 기술을 몸으로 습득했다는 거니까. 복싱의 원 투 스트레이트건, 태권도의 뒤차기건 하나의 테크닉을 습득할 땐 몸이 그 느낌을 이해하고 흡수할 때까지 반복 훈련해야 하는데 이번엔 나름의 결과가 만들어진 거지. 내가 볼 땐 훈련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입으로 3개월 있다가 갈라쇼를 나가겠다고 설레발쳤던 게 문제야.

그럼 네가 볼 땐 피겨 스케이팅 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문제가 없다는 거야?
문제가 왜 하나도 없겠니. 다만 빙판 위에서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 짧은 거리나마 곡선 스파이럴도 할 수 있고, 스핀도 넘어지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처음보단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인 거잖아. 만약 그 습득 속도가 느리다고 하더라도 그게 흉잡을 일은 아닌 거고. 기초 체력에서 문제를 많이 드러냈지만 저질 체력인 게 약점이긴 해도 잘못은 아니잖아.

너도 참 답답하다. 기술 습득의 정도 말고 태도의 문제 말이야. 솔비가 보이는 태도 중에서 뭔가 운동을 배우는 사람으로선 지양해야 하는 그런 거 말이야. 새 코치 만날 때 거의 1시간씩 늦고 그러잖아.
따지면 있지. 시간 늦은 건 기본적인 예의 부족인 거고. 그러고 보니 새로 만난 정보경 코치랑 안무에 대해 의논할 때는 좀 문제가 있었던 거 같네.

맞아. 코치가 어련히 알아서 잘 지도해줄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방식은 다르다고 우기잖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어필할 땐 어필해야지. 내가 볼 때 그 장면의 진짜 문제는 코치가 원하는 것처럼 기술 하나 씩을 완성해나가서 나중에 그걸 조합해 안무를 만드는 대신 음악과 안무를 미리 짜서 거기에 맞춰 연습하겠다는 태도야. 말하자면 코드는 볼 줄 모르면서 ‘로망스’ 한 곡만 외워서 여자들 앞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거랑 똑같은 거지. 아까 얘기한 것처럼 3개월 후에 그럴 듯한 쇼트 프로그램 하나를 보여주는 게 최종 목적이라면 그 방법도 틀린 건 아니야. 오히려 더 쉬운 길일 수 있지. 하지만 피겨 스케이트라는 운동을 배우는 입장에선 분명 잘못된 태도인 게 맞아. ‘로망스’를 아무리 멋있게 연주하더라도 기타 교본 맨 첫 장에 있는 ‘클레멘타인’을 못 치면 그건 실력이 아닌 거니까. 그래서 정보경 코치는 그런 식으로는 이끌지 않으려 한 거고.

어쨌든 네가 봤을 땐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 즈음에선 어느 정도 볼만한 결과물을 만들 거란 거고?
아마도? 가수니까 표정 연기나 손놀림처럼 기술적이진 않지만 얼핏 보면 화려해 보이는 동작에도 능숙한 편이니까.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안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최종회로도 ‘까방권’을 획득할 것 같진 않아.

그렇다니깐?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덤비고선 ‘솔비에게 스케이트란?’이란 질문에 스트레스라고 답하는 건 뭐람?
그렇다고 내 인생의 활력소 따위의 손발 오그라드는 대답을 하는 것보단 낫잖아. 그랬다간 최연성 마린 뽑듯 안티가 양성됐을 텐데.

너 오늘따라 되게 관대하다? 내가 스포츠는 잘 몰라도 매 회마다 솔비가 최인화 코치를 곤란하게 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는 다 얘기할 수 있겠다.
너도 할 수 있는 걸 굳이 내가 하긴 좀 그렇잖아. 대신… 댓글란이 비어 있으니까. 아니, 그냥 그렇다고. 뭐 꼭 채워야 하는 건 아닌데, 내가 너무 좋게 봐준 거 같으면 다른 의견으로 균형을 맞춰도 되니까. 아무튼 난 분명 솔비에 대해서 좋게 얘기한 거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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