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마부키 사토시는 단순히 ‘미남 배우’라고 부를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특히 지난달 개봉한 영화 <보트>에서 그는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하면서 한국어로 대사의 절반가량을 소화 하는 열정을 보였다. 전부를 쏟아 붓는 그 몰임의 쾌감이 너무 좋아서 촬영 끝날 무렵에는 울어버렸다는 이 열혈 배우는 심지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때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주었다. 지난 5월 23일 있었던 기자회견 중 츠마부키 사토시와의 문답을 공개한다. 한 단어 한 단어 고심해서 고르는 그의 진지한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좋겠다.

“한국말의 ‘받치므’가 어려웠다”

하정우와는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친해졌다고 들었다.
츠마부키 사토시:
촬영을 하는 동안 (하)정우 형과는 정말로 친형처럼 사이좋게 지냈다. 항상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정우 형이 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진지한 자세를 촬영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나의 연기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제로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이 극 중의 토오루와 형구의 관계에도 깊이를 더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정우 형과는 촬영을 할 때가 아니라도 쭉 행동을 같이 했었고, 밤이 되면 항상 술을 함께 마시면서 연기와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고, 그런 부분들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영화를 함께 하기 전에, 하정우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었나.
츠마부키 사토시: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를 통해서 이미 어떤 배우인지 알고 있었다. 만나기 전에는 연기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그는 연기에 대해서는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진지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적으로 만나니까 정우 형은 오픈 마인드를 가진 분이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공기를 호흡하는 느낌으로 친해 질 수 있었다. 정우 형이 가진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나의 역할에도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 한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어로 연기 하는 분량이 상당히 많았다. 어떻게 연습 했는가.
츠마부키 사토시:
우선, 한국어를 기초부터 배우도록 노력을 했다. 그런데 한국어 발음의 ‘받치므’가 어려워서 익숙해지는 게 힘들었다. 단지 소리 나는 대로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려고 노력을 했고, 그래야 마음속으로 내가 충분히 그 뜻을 소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연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연기에 반응해 리액션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정우 형의 대사까지도 달달 외워서 촬영 했다. 덕분에 정우 형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 안에서 보다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작업을 했는데, 그만큼 더 자극적인 현장이었다.

“한국사람의 파워에 압도당해 전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다”

6주 동안 촬영을 하면서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했다고 들었다.
츠마부키 사토시:
일본에서는 많은 영화들이 한 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촬영이 된다. 실제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3주 만에 찍은 영화다. 그 정도로 빡빡하게 진행이 되는데, 비가 와도 강행군을 한다. ‘그래도 뭔가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방식으로 가혹하게 촬영을 해 나가는 편이다. 이번에 <보트>를 찍을 때도 타이트 한 스케줄 때문에 힘들기는 했지만,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에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촬영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츠마부키 사토시:
이전에 ‘부산 국제 영화제’에 왔을 때부터 한국 분들이 가진 파워에 압도당해, 언젠가 꼭 한국 분들과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었다. <보트>를 통해 드디어 하정우 씨와 함께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촬영 내내 신선함과 자극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일본에서는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일분일초가 너무 즐겁게 지나가서 촬영이 끝나고는 그만 울어버릴 정도였다. 작업 하는 6주 동안의 기간이 정말로 대단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어떤 장면을 지적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토오루는 영화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몰입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츠마부키 사토시:
말씀대로 여러 표정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의식적으로는 늘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토오루라는 인물은 언제나 폭발할 수 있을 만큼 내면에 많은 고민과 생활의 무게를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항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결국 말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츠마부키 사토시:
영화에서 토오루는 가족에 대해서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지만, 가족이 없으면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 가족은 짐이지만, 사실 토오루를 살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족은 없어서는 안 되는,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 주는 핵심이다.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츠마부키 사토시: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자칫 그것을 해결 하려고 노력하거나 그 부분의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 친구, 연인을 통해서 살아있는 그 자체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의미의 영화라고 생각 한다.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도 그런 행복한 마음을 전달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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