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XTM 밤 10시 10분 오늘은 속지 말자. 대머리 액션의 신성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한 <트렌스포터>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던 날 “<트렌스포머>가 벌써!”를 외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오늘 편성된 <박쥐>는 올해 칸에 다녀온 그 영화가 아니다. 1999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살인 박쥐떼가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공포물로서 그저 그런 B급 영화들을 만들어 온 루이스 모노가 연출을 맡았다. 시체에 박힌 박쥐 발톱을 본 박쥐 전문가 쉴라 박사(디나 메이어)는 박쥐의 일반적인 습성과 다른 흔적에 수상함을 느끼고, 그로부터 살상용 병기로 길러진 변종 박쥐가 탈출에 성공하여 수백만 마리의 박쥐들을 감염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위험천만한 박쥐 떼는 마을로 향하고, 이들을 물리치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가 벌어진다. 드라마적인 구성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박쥐라는 동물 자체가 주는 공포가 긴장감을 제공한다.

<8개의 팔다리를 가진 소녀> Q채널 밤11시
인도에는 락쉬미라는 여신이 있다. 그녀는 부와 행운을 상징하며 각각 4개의 팔과 다리를 갖고 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2005년, 인도 북동부의 작은 마을에서는 실제로 팔다리가 8개인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가난한 이 마을에서 장애아들은 벌판에 버려지는 것이 보통의 운명이지만, 그녀는 특별한 모습 때문에 락쉬미라는 이름을 얻고 마을의 상징으로 길러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신의 현현을 보기 위해 마을로 몰려들었고, 소문을 들은 정형외과 전문의는 결국 그녀가 두 아이의 육체가 붙어서 생성된 ‘기생 쌍둥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오늘 방송되는 <8개의 팔다리를 가진 소녀>에서는 락쉬미가 절반의 팔다리를 분리해내는 수술을 받는 과정이 공개된다. 여신의 모습을 버리고 인간이 되고자 한 그 소녀는 결국 행복해 졌을까. 결말이 궁금하다면 오늘 밤 방송을 놓치지 말자.

<100분토론> MBC 밤 12시 10분
괴물 박쥐의 공격이나, 돌연변이 아기의 출생보다도 더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것이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민들은 슬픔보다 더한 슬픔에 빠져 노란 손수건 한 장 마음대로 흔들 수 없는 정국에 가슴을 치고 있는데, 북한은 축포인지 무엇인지 모를 ‘발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모든 것을 ‘오해’라는 명료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정부는 서울대 교수 124명이 참가한 시국선언에 대해 ‘서울대 교수는 1700명’이라는 명쾌한 계산 하에 상황을 오해하고 있다. ‘미디어 법’이며 ‘비정규직 법’ 등 풀어야 할 문제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아무도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디어 6월이 되었고, 6월은 항쟁의 달이자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MBC가 마련한 ‘6월 정국’에 대한 토론은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 거론될 예정이다. 게다가 누가 알겠는가. 세상에 열사는 많고, 그 깊은 밤 또 누군가 전화를 걸어 엄청난 주장을 펼칠지도 모를 일이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유명한 방송사고도 MBC 뉴스 중에 있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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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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