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팬심은 잠든 고래도 깨어나게 만든다. 지난해 가을 방영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프리미엄판 DVD가 출시된다. 작년 12월에 선보인 DVD 세트의 내용에 추가해 본방송 당시 편집된 미방영분과 감독 및 배우들의 코멘터리 및 인터뷰를 수록하게 될 이 DVD는 기획부터 시장 조사까지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에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물이다. 방송은 끝났지만, 팬들의 애정이 남아있는 한 드라마의 생명력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 감독판 DVD 출시 확정

<베토벤 바이러스>의 팬들이 당초에 원한 것은 감독판 DVD. 방영분을 그대로 담는 일반판과 달리 감독의 재편집본을 싣는 감독판은 제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DVD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유독 마니아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MBC <네멋대로 해라>, MBC <다모>, MBC <하얀거탑>, KBS <한성별곡>, MBC <환상의 커플>,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KBS <경성스캔들>, KBS <마왕>, MBC <일지매> 등 몇몇 드라마에 국한되어 출시된 바 있다. 인기 드라마의 경우 DVD 판매수가 수십만에 달하는 일본이나, 세계적인 시장을 상대로 하는 미국과 달리 케이블 TV의 재방송과 불법 다운로드, IPTV 등과 경쟁하며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DVD 시장에서 영화보다 고가로 책정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 DVD, 더구나 감독판 DVD의 출시는 불투명한 이익구조라는 부담을 속에서 좀처럼 생산 동기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드라마의 팬들은 작품의 종영과 동시에 감독판 DVD를 강력히 요청하며 선입금자를 모집해 유효 시장을 확보하는 등 DVD 출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한다. 스스로 돕지 않으면 좋아하는 드라마의 비하인드를 원하는 만큼 만날 수 없는 팬들에게 감독판 DVD는 일종의 전리품인 셈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감독판 DVD 청원이 추진된 것은 지난 11월부터의 일로, 이재규 감독의 스케줄 문제로 재편집이 불가능하게 되어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사인 MBC 프로덕션은 팬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여 편집돼 방송되지 않은 자료들을 대량 공개하고, 다양한 부가 영상을 추가하는 새로운 버전의 DVD를 출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DVD 제작 현실화를 위해 선입금한 팬이 900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프리미엄판 DVD 출시가 7월경으로 확정 되었다. 산업이 이익을 좇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익 구조를 뛰어 넘은 팬들의 애정은 얼어붙은 산업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미약할지라도, 보다 다양한 결과물을 통해 전해지는 감동의 깊이는 팬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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