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쥐>는 한국의 상업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불편한 것들의 모음이다. 이 영화에는 타락한 신부, 엄마와 오빠가 시어머니와 남편이 되는 유사 근친상간, 신체 절단, 살해와 흡혈, 거친 섹스가 동반된 불륜, 그리고 성기 노출이 있다. 하지만 박찬욱이 선사하는 건 불쾌함이 아니라 쾌락이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송강호)이 흡혈, 섹스, 살해에 대한 ‘시험’에 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현과 태주(김옥빈)가 그 모든 것을 즐겁게 저지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불륜은 하늘을 날아가는 로맨스가 되고, 영화 후반 그들이 저지르는 연쇄 살인은 마치 카니발과 같다. <박쥐>는 거친 편집으로 장르적 특질이 수시로 변하는 스토리 대신 이 쾌락들을 즐길 때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즐길 수 있다. 상현이 자신의 죄를 태주의 탓으로 돌릴 때, (정확하지는 않지만) 태주의 말을 기억하자. “내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인간의 윤리와 뱀파이어의 쾌락 사이에서 고민해야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박찬욱은 비윤리적이되 반윤리적이지는 않은 쾌락의 아름다움을 마구 뿌려대며 광대처럼 관객들을 놀려대는 건 아닐까. “내가 아니었어도 너희는 이런 것을 원할 거야.”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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