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독존> EBS 밤 7시 50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대체 뭘 팔기 위한 광고인 줄은 모르겠지만, 그 문장만큼은 참으로 공감이 간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가야 이야기가 생긴다. 까나리 액젓을 마시고, 잠들기 전 순위 선정을 하는 것도 다 집 밖에 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을 떠나 모험과 탐험에 나서는 이들이 대여섯 살 난 꼬마들이라면, 재미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치원을 벗어나 서당과 시골집, 딸기밭 등을 누비며 생생한 배움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씩씩하고 유쾌하기만 하다. 오늘 방송될 내용은 꼬마들의 ‘제1회 유아독존 운동회’. 특공무술을 배우는 친구들과의 체력 대결에서 과연 어린이들은 어떤 승부를 펼치게 될까. 아니, 승부를 떠나 얼마나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대결을 벌이게 될까 궁금해진다. 아이들이야말로 희망이기 때문이다.

<카인과 아벨> SBS 밤 9시 55분
천하의 소지섭도 별 수 없다. 선우(신현준)와 서연(채정안)이 키스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 그가 한 일은 아마도 그저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멍해진 채 걸음을 돌리는 일일 것이다. 대체 뭘 보장받으려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등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원래 삼각관계란 그렇게 진행되는 법이다. 하긴, 지금 초인(소지섭)을 괴롭히는 것이 어디 연애뿐이겠는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그 유골이 납골당에 안치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는 6학년 산수익힘책을 받아든 신입생처럼 아득하고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언제 악당 최치수가 “개대가리”를 부르며 그를 공격해 올지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하나 있는 형이라는 인간은 애인을 뺏어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가 정말 해리성 장애를 겪고 있는지 의심까지 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히든트랙 조성모> M.net 밤 8시 30분
아시나요, 조성모가 새 앨범을 낸다는 사실을. 어떤 사람에게 조성모는 여전히 매실 음료 광고 속에서 낯간지러운 표정 연기를 선보이던 청춘스타 중의 한명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순간을 환기 시키는 명곡을 불렀던 좋은 가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매일 조금씩 자신의 진짜 모습을 공개한다. 첫 회, 길었던 머리카락을 자르며 새로운 시간으로 불쑥 발을 내딛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들은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그의 새 앨범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프로젝트는 공들여 준비한 앨범의 모든 노래를 리스너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어미새의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매일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조성모의 진짜 얼굴인 동시에, 그의 진짜 음악인 셈이다. 알고 보니 <스트릿사운드 테이크1>을 통해 보다 생생한 음악을 전달하고자 했던 최재윤 PD가 연출을 맡았다. 그 결과야 어찌 되었든, 음악 공유에 열정을 바치는 고마운 오지랖이 아닐 수 없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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