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프로그램에도, 예능프로그램에도 심지어 뉴스에까지 등장했던 10여 년 전 아이돌 오빠를 좋아할 때가 그래도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의 액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를 수 있는 것으로 뮤지컬 VIP티켓을 꼽는 비루한 ‘뮤덕’으로 살기엔 내가 가질 수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정보는 오로지 무대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회를 마지막으로 2007년에 막을 내렸던 <이석준과 함께> 같은 토크쇼도 있었지만, 사실 무대를 벗어난 배우들의 실제생활을 볼 수 있는 건 공연이 끝난 후의 ‘퇴근길’이나 배우들이 소속된 팬클럽 ‘단관’에서만 가능했다.

뮤지컬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구성도 내용도 각기 다른 다양한 뮤지컬쇼들이 생겼고, 그중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빛과 소금’의 쇼는 단연 <뮤지컬 토크>다. 인터넷생방송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실시간 삼행시 등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MJ든 게스트든 필만 받으면 2시간도 너끈히 넘겨버리는, 거기다가 돈 한 푼 들지 않는 이 방송이야 말로 실로 ‘뮤덕’들의 성지가 되겠다. 낯을 가리기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가 몸부림에 가까운 댄스와 건들건들 ‘뱃보이’ 춤을 추는 광경도, 서른이 된 장난기 넘치는 배우가 진지하게 자작시를 읊는 광경도, 뮤지컬계 예능인이라 불리는 게스트가 진행에 서툰 MJ들을 ‘아기MC’라며 구박하는 광경들도 만날 수 있다. 한참이나 늦게 올라오는 재방송만을 보다가 지난주에는 닥본사를 시도했다. 닥본사 끝에 내린 결론. 이제부터 수요일 밤 10시 30분만 되면 어슬렁어슬렁 모니터 앞으로 걸어가 ‘엄마미소’를 한 채로 그들을 만날 거니까, 수요일 밤에는 술마시자고 하지 말 것.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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