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엿 같은 인생’이라고 마음속에서 커져만 가는 분출욕구를 어딘가에 쏟아냈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다. “여러분들이 바로 제 여자 친구예요”라고 외치는 ‘오빠들’에게 바치는 애정으로, 혹은 야간자율학습 시간 몰래 빠져나와 남학교의 축제를 찾아가는 일탈행위 등으로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사춘기의 방황과 좌절을 그리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의 제작발표회가 3월 23일 문화일보 홀에서 열렸다. ‘2009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르며 많은 뮤지컬 팬들로부터 큰 걱정과 기대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의 제작발표회에는 제작사 뮤지컬 해븐의 박용호 대표, 김민정 연출을 비롯하여 배우 김무열, 조정석, 김유영, 송영창 등이 함께 했다.

지난 2007년 작품, 연출, 작곡 등 토니상 8개 부문을 수상하며 오프브로드웨이를 넘어 전 세계로 핵폭풍을 일으킨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891년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2차 성징을 겪는 청소년들의 불안과 넘치는 에너지를 강렬한 록 사운드에 실어내고 있다. 1891년의 독일을 주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현재를 살아나가는 모든 이들에게는 공통된 사춘기가 있다”는 박용호 대표의 말처럼 100년이 지난 지금도 도덕, 성, 사회구조 등에 반항 심리를 가지는 사춘기의 열병은 여전히 지속중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각 신마다 캐릭터들의 각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관객들이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를 배치했다. 또한, 록사운드를 기본 선율로 삼고 있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벤들라의 고민을 표현하는 ‘Whispering’과 같은 곡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클래식하면서도 몽환적인 선율 역시 함께 만날 수 있다. 모두에게 치열했던 그때를 되돌아볼 수 있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5월 본 연습을 시작으로 오는 7월 4일부터 6개월 동안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감정의 종합선물세트 멜키어, 김무열
우연히 벤들라와 관계를 가지며 많은 시련을 겪게 되는 모범 소년 멜키어 역에는 뮤지컬 <쓰릴 미>, <즐거운 인생> 등을 통해 불안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왔던 김무열이 맡는다. 최근에는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이번 작품의 ‘티켓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끝없이 진리를 탐구하고 똑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반항심도 많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물이다. 독일의 청교도 학교가 배경이고 시적인 표현의 대사 등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 시절의 고민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멜키어는 뜨거움을 간직한 채 겉은 상당히 차갑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만큼, 그 진심을 알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큰 눈 가득 불안함을 담은 모리츠, 조정석
왜소한 체격에 열등생이지만 가슴 속 꿈틀거리는 욕망을 지닌 반항아 모리츠 역에는 그동안 뮤지컬 <펌프보이즈>, <이블 데드> 등을 통해 특유의 위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조정석이 캐스팅 되었다. “모리츠는 열등생이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이후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는 인물이다. 열등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학생이며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서른이란 나이에 고등학생 역을 하게 되서 대표님께 너무 죄송스럽고 (웃음), 열심히 한다면 분명히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순수한 영혼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무 웃지 말아주시고, 걱정 많이 안 해주셔도 잘 할 수 있으니까요. 지켜봐 주세요. (웃음)”

“엄마,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벤들라, 김유영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 벤들라는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멜키어와의 관계로 임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많은 팬을 거느린 김무열, 조정석과 함께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에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김유영은 이번 작품이 첫 데뷔작이다. “벤들라는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을 하게 되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인물이다. 처음 벤들라가 됐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굉장히 떨렸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내서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 초연 제1대 벤들라로서 오리지널 벤들라 못지않은 모습으로 다가서고 싶다.”

관전 포인트
자위행위, SM, 동성애, 낙태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 담긴 청소년들 내면의 억눌린 에너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30여 분간 시연된 무대에서는 청소년기 특유의 폭발하는 에너지들로 무대가 꽉 채워졌다. 거칠고 강한 사운드와 의자 위를 뛰어다니며 이루어지는 강렬한 안무 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하지만 공연기간 6개월, 226회라는 긴 기간 동안 모든 배우가 원캐스트로 이루어지는 만큼 배우들의 컨디션이 제일 염려되는 부분이다. “사춘기는 누구나 다 겪지만 그 문제들이 다 해결되고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배우 이미라의 말처럼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그동안 풀리지 않고 합리화시키며 덮어두었던 문제들은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

사진제공_뮤지컬해븐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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