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활용이라고는 친구와 술을 마시는 정도밖에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주말은 다른 무엇보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 좋은 시간이다. 누굴 만나거나 어딜 가야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늦잠을 자고, 떡진 머리로 하릴 없이 거실의 TV와 방의 컴퓨터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오가는 그 여유로움이라니. 이런 ‘우리 집 투어’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코스 아이템 중 하나가 무료 고전 게임 사이트인 ‘싸이올드 게임’ 이다.

<철권> 시리즈 같은 21세기형 게임들도 많지만 역시 이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건 추억의 <너구리>, <라이덴>,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구석기 게임들이다. 게임 자체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큰 쾌감을 주는 건 키보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코인을 올릴 수 있단 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오락실 조이패드 옆에 동전을 쌓아두고 게임을 하고 싶었던 어린 날의 허기진 욕망을 부분적으로나마 채워준 달까. 무한 코인 덕분에 나처럼 게임 조작이 서투른 사람도 <파이널 파이트>의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무한 매력이다. 하지만 주말을 최대한 길게 보내고 싶다는 사람에겐 이 사이트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공간이동은 몰라도 시간이동은 가능하다는 걸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물론 미래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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