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듀오 바이브. 사진제공=메이저나인
듀오 바이브. 사진제공=메이저나인
그룹 바이브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이 사재기 의혹에 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메이저나인의 답변을 관통하는 논리는 ‘왜 우리만 갖고 그래?’인 것처럼 들린다.

메이저나인의 황정문 대표와 김상하 부사장은 7일 오후 서울 논현동 메이저나인 사옥에서 사재기 의혹의 사실 관계 설명회를 열었다.

메이저나인 측은 “바이브는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며 “‘타깃 마케팅’을 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깃 마케팅이란 그간 알려진 ‘바이럴 마케팅’의 방법을 좀 더 세분화해 일컫는 말이다. 주로 페이스북 또는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 바이럴 마케팅을 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해당 콘텐츠의 도달 타겟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타깃 마케팅’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요지는 논란이 되는 마케팅의 이름이 바이럴 마케팅인지 타깃 마케팅인지가 아니라 그 마케팅이 음원 플랫폼의 1위까지 갈 수 있는 실체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다. 김 부사장은 “여러 기획사들이 동일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마케팅 회사가 불법은 아니다”라며 “소속 가수들의 곡을 동일한 방법으로 마케팅했지만 성공한 곡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페이스북 마케팅은 노출을 늘려줄 뿐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이 말은 반은 사실이지만 반은 오류가 있다. 수많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타깃에 도달하게 했더라도, 속칭 광고비를 ‘태웠더라도’, 모든 음원이 멜론 최상위권에 진입하지는 않는다. 멜론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는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나인이 직접 사재기 편법을 쓰지 않았더라도 이 마케팅을 시행하는 업체가 그 편법을 써서 소속 아티스트들이 차트를 점령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메이저나인 측은 “같은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는 업체는 우리를 포함해 딩고, 와우엔터테인먼트, 포엠스토리, 리메즈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며 “모두 조사받았으면 좋겠다. 이들이 마케팅한 최근 두 세 곡만 조사해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멜론이 합동으로 조사해서 결과를 내야 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는 옳은 지적이다. 리메즈엔터테인먼트, 포엠스토리, 와우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년 간 김나영부터 시작해 장덕철 등 ‘아무도 몰랐던 음원 강자’들이 줄줄이 등장했을 때 마케팅을 활발히 펼쳐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메이저나인이 지적했듯 대형 아이돌들도 이 업체들을 통해 발매 전부터 사전 프로모션을 한다. 다만 이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펼치는 지에 대해서는 가요기획사들에게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펼쳐온 것도 잘 알려져있다.

메이저나인은 앞으로도 그와 같은 바이럴 마케팅은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며 현 음원 시장 구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메이저나인은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페이스북 마케팅) 꼼수라고 하는데, 다들 하고 있다. 그럼 모든 가수들이 꼼수를 쓰는 셈”이라며 “우리 뿐 아니라 많은 회사가 의혹을 받는데 그 중 정말 불법을 저지른 회사가 있으면 빨리 처벌을 받고 근절됐으면 좋겠다. 지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에 선의의 피해자만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나인의 주장대로 이들이 ‘선의의 피해자’라면 수사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마케팅 업체들의 실제 마케팅 방법과 행태를 조사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정당한 마케팅인지 사재기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선의의 피해자”라는 해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논란만 무성할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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