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연출한 차영훈 PD. / 사진제공=KBS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연출한 차영훈 PD. / 사진제공=KBS
“‘동백꽃 필 무렵’으로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눈물 둑이 터질 만큼 너무 행복하고, 많은 걸 이룬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이런 작품을 또 연출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예요. 연출자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을 다 받은 느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감독은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10주 연속 수목드라마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전국 23.8%, 수도권 24.9%까지 올라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에겐 기록 이상의 묵직한 감동과 함께 깊고도 긴 여운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슴을 울리는 임상춘 작가의 대사,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를 내면서 ‘동백꽃 필 무렵’ 은 많은 이들의 인생드라마가 됐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가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차 PD는 드라마 성공요인을 대본으로 꼽았다. 그는 “책(대본)이 정말 좋았다. 좋은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대본임에 틀림없다. 그런 대본을 연출할 수 있는 건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라며 “배우들과 제가 농담처럼 ‘배우가 연기를 못하거나 내가 연출을 못 하면 좋은 대본이 이상해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부담이 느껴질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읽었을 때 느낀 감동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 PD와 임상춘 작가는 2016년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차 PD는 “임 작가님은 말보다는 글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시작은 시놉시스 첫 줄에 있던 말로 시작한다. ”편견에 갇힌 한 사람의 성장기’. 이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고, 작가님이 글로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사랑해주셔서 연출과 작가로선 충분히 행복하고 기쁘다. 작가님과 통화를 하면 서로 운다. 눈물 둑이 무너진 느낌이다. 떠나보내기 아쉽다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차 PD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옹산은 따뜻한 척하지만 배타적인 공동체다. 옹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다. 저마다 편견과 선입견이 있지 않나. 하지만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안에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도 내 안에 있지만, 이겨낼 힘도 내 안에 있고 우리 안에 단초가 있다는 것. 노력하고 나누고 공감하면 의지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연출을 맡은 차영훈 PD. 그는 “저마다 가진 편견을 해결할 단초와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 사진제공=KBS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연출을 맡은 차영훈 PD. 그는 “저마다 가진 편견을 해결할 단초와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 사진제공=KBS
‘동백꽃 필 무렵’에선 주인공 공효진, 강하늘을 비롯해 오정세, 염혜란, 김지석, 지이수, 손담비 등 모든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차 PD가 꼽는 신스틸러는 누구일까. 그는 “모두가 신스틸러다. 모두가 잘 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세 번 나오는 조연과 단역 배우들도 120%의 역할을 해주셨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는 김선영 배우를 신스틸러로 꼽고 싶다. 배우의 명성에 비해선 작은 역할일 수 있는데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을 갖고 참여해 주셔서 부담스러웠다. 역할 자체를 본인이 크게 만들어주셨다. 존재감 있게 표현해주셨다는 점에서 김선영 배우를 비롯한 ‘옹벤져스’ 식구를 신스틸러로 꼽겠다”고 말했다.

공효진과 강하늘은 어떤 배우였을까. 차 PD는 “공효진과 강하늘은 압도적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단어가 없다. 두 사람은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기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은 본능적인 천재다. 이유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연기를 하는데, 찍고 나면 그게 맞았다는 걸 안다. 연기자로서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하늘에 대해서는 “강하늘은 6개월은 그냥 황용식으로 살았다. 저 친구가 황용식을 벗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얼마 전에 찍은 화보를 보니 벗어난 것 같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동백꽃 필 무렵’은 매 회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동백과 용식이 손을 잡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필구를 TV로 지켜보는 장면도 큰 감동을 줬다. 20년이 넘은 시간이지만 늙은 동백과 용식이 아니라 젊은 모습 그대로여서 더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차 PD는 “작가님이 기적과 꿈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하셨다. 그 엔딩은 1회를 쓰면서 준비된 장면이다. 동백의 꿈과 기적이 이뤄지는 장면이지 않나. 사랑했던 아들이 꿈을 이뤘고, 꿈을 이루는 순간 동백의 옆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며 “시간이 흘러도 공효진과 강하늘의 앞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상이겠지만, 그 얼굴로 ‘내 삶이 기적’이라고 했을 때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임상춘 작가의 좋은 대본, 배우들의 열연 속에 호평을 얻으며 종영했다. 하지만 종영 후 문제가 발생했다. 마지막 회에서 실제 사고 영상을 그대로 내보낸 것. 지난 23일 사고 피해자는 KBS 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에 직접을 글을 올려 관계자의 직접적인 사과와 장면 삭제, 사과 자막을 요구했다. 그는 “제 사고 영상이 허락없이 방영됐다. 좋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쓰인 뜻은 알겠으나, 너무 배려 없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이 문제를 삼은 장면은 지난 21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에서 우리 속 평범한 영웅이 만든 기적 중 한 장면으로 비쳤다. 해당 장면에는 ‘2015년 창원 시민들의 기적’ ‘차 밑에 깔린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 맨손으로 차 들어올려’라는 자막과 함께 당시 사고 현장을 담은 뉴스 영상이 흘렀다.

차 PD는 “이 드라마는 평범하고 작은 영웅들의 선의들이 모여서 사회의 기적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영상이라고 생각해서 썼다. 그런데 사고 당사자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죄송하고 유감이다. 당사자 분과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고 접촉해 사과를 드린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에 보낸 부분은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수정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다시 한번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한 점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차 PD는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 스태프 노동 시간 논란도 언급했다. 지난달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동백꽃 필 무렵’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을 제대로 못 한 채로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는 재론의 여지없이 속상하고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주당 근로시간이나 촬영 간 휴게시간, 이동 간 휴식 시간 보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모범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다 해결이 되고 희망연대에서도 지지 성명문을 내셨다. 150일 정도 촬영을 했는데, 그 시간 동안 협의 과정을 거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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