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트와이스 멤버 사나(왼쪽)와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텐아시아DB
트와이스 멤버 사나(왼쪽)와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텐아시아DB
아베 정부의 대한(對韓) 무역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불똥이 연예계로 튀었다. K팝 그룹으로 활동 중인 일본인 멤버에 대한 퇴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일본인 멤버 퇴출 요구는 억지”라는 반론이 많아 보다 성숙한 태도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손배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라는 글을 통해 전자제품, 카메라, 자동차, 의류, 잡화, 영화 배급사, 게임 등 90여개 일본 기업을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했고, 수 많은 이들이 글을 퍼나르며 동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 국적 연예인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퇴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룹 트와이스의 사나, 모모, 미나와 아이즈원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 야부키 나코 등이 대표적인 타깃으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정치와 연예계는 별개”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정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대응은 그 자체로도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일본인 멤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룹이 타격을 받고, 한국인 멤버들도 피해를 본다” “일본인 멤버들이 무슨죄?” “방탄소년단 등 많은 가수들이 일본에서 공연이 예정 돼 있다. 연예계를 연관시키면 오히려 손해가 막대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 주장에 대해 “참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리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에 있는 일본인은 물론 일본 국민까지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이기는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일본 연예인까지 적으로 만들면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라며 “이들 멤버 퇴출 운동은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류 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국적에 관계없이 K팝을 비롯한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은 양국 간의 교류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주역들이다.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론이 나온 4일 방탄소년단은 6~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13~14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를 갖기 위해 출국했다. 그룹 위너는 지난 3일 도쿄 나카노 선플라자에서 일본 투어 ‘WINNER JAPAN TOUR 2019’를 시작했다. 트와이스는 오는 17일 일본 싱글 4집 ‘HAPPY HAPPY’, 24일 싱글 5집 ‘Breakthrough’를 연이어 발매하는 등 수많은 K팝 가수와 그룹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일본 국적 연예인을 퇴출시키면 누가 더 좋아할까.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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