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다시, 봄’에서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 유도선수의 꿈을 접은 호민 역으로 열연한 배우 홍종현. /사진제공=26컴퍼니
영화 ‘다시, 봄’에서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 유도선수의 꿈을 접은 호민 역으로 열연한 배우 홍종현. /사진제공=26컴퍼니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다시, 봄’은 싱글맘 은조(이청아 분)가 자고 나면 하루씩 더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 속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는 이야기다. 홍종현은 부상으로 유도선수를 그만둔 호민 역을 맡았다. 그는 국가대표를 꿈꾸며 희망에 가득찬 20대 모습부터 아버지의 치매와 잃어버린 꿈으로 인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30대 모습까지 은조의 시간여행 속에서 변모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2007년 모델로 데뷔해 훤칠한 외모로 주목 받은 홍종현은 영화 ‘쌍화점’에서 왕의 호위무사 건룡위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는 왕이 되기 위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 3황자 왕요를 연기했다. 올해 안에 군에 입대할 홍종현은 KBS 주말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과 SBS에서 방영 예정인 사전제작 드라마 ‘절대그이’에도 출연한다. 입대 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홍종현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나?
홍종현: ‘내가 만약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며 대본을 읽었다. 관객들이 자신을 투영해보면서 후회도 하겠지만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영화가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랐다.

10. 시간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인물의 기틀은 어떻게 잡아나갔나?
홍종현: 촬영은 순서대로 하지 않았지만, 밝고 에너지 넘쳤던 호민의 과거 모습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호민이 유도 선수로 활동할 때,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구직 활동을 할 때 등 각 상황마다 은조를 만난 호민의 각기 다른 심리 상태에 집중했다. 희망에 가드? 차 있던 호민, 힘들지만 이겨내보려고 했던 호민,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을 만큼 좌절했던 호민 등이다.

10. 은조와 악연으로 얽혔을 때는 어두운 면모를 보이지만, 과거의 호민을 보면 밝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밝은 캐릭터를 맡았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홍종현: 그렇다.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관객들이 어색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까운 내 친구들은 오히려 평소 제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특히 만취 연기를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그냥 홍종현이던데?’라고 하더라.(웃음)

10.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보니 어떤가?
홍종현: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그동안 해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도 많다. 이번 영화에서도 몇 장면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해보지 않았던 걸 해서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됐다.이런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밝은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은 촬영도 즐거웠다.

홍종현은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사진제공=26컴퍼니
홍종현은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사진제공=26컴퍼니
10. 날마다 하루씩 어제로 시간여행을 하는 은조에겐 전에 알고 있던 호민이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 변화를 표현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홍종현: 나보다는 (이청아) 누나가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그때그때 호민의 상황에 따른 감정을 파악하고 누나를 항상 새롭게 대하면 됐다.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장면을 붙여서 찍진 않아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방 촬영도 많아서 다음날 촬영을 준비하면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10. 이청아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홍종현: 이 작품을 찍으면서 누나를 처음 만났다. 주변에서 선한 사람이라고 많이들 얘기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상대배우들과 빨리 편해졌으면 하는 걱정을 하곤 하는데, 청아 누나와는 어색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신기했다. 누나가 편하게 대해줘서 현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누나는 나보다 많은 것을 준비해오고, 어떤 얘기를 했을 때 진지하게 받아주고 조언해줬다. 친구처럼 편안한 면도 있었다.

10. 유도하는 장면을 준비하다가 다쳤다고 했는데.
홍종현: 어떤 운동이든 단기간에 배워서 잘하기는 힘들지 않나. 국가대표 후보였을 정도로 유망주였던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유도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도하는 장면을 디데이로 두고 하루에 다 찍었는데, 이틀 전 어깨를 삐끗했다. 다 낫지 않아서 현장에서 진통제를 먹어가며 촬영했다. 평소의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습했던 것보다 덜 나온 것 같아서 속상했다.

영화 ‘다시, 봄’의 한 장면. /사진제공=26컴퍼니
영화 ‘다시, 봄’의 한 장면. /사진제공=26컴퍼니
10. 영화처럼 하루씩 더 과거로 간다면 어느 시점까지 가고 싶나?
홍종현: 고1 때쯤으로. 3~4년 전은 너무 가깝고 중학생 밑으로는 아닌 것 같다.(웃음) 대략 그 때면 뭔가를 다시 시작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도 직업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10. 영화 제목이 ‘다시, 봄’인데, 지금은 인생의 어느 계절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홍종현: 가을쯤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쑥쑥 잘 컸던 것 같고, 20대 때는 나름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보냈다. 이제 서른이 됐으니 가을쯤 아닐까. 군대도 가야 하고 더 성숙해져야 하고 해내야 할 것들도 남아 있다. 배우로서 커리어도 더 쌓아야 하고… 언젠가 전성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10.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나?
홍종현: 그렇다. 그럼 안 되나.(웃음)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아직 아닌 거다. 작품도 많이 하고 싶고,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졌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갈 수 있는 길이 많다.

10.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달라진 점은?
홍종현: 외적으로는 나이가 좀 먹었다.(웃음) 내적으로는 연기를 할 때 좀 편해지고 즐기게 됐다. 경험이 없을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고민이다. 서툴렀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십몇 년 하니까 쓸데없는 고민이 뭔지, 어떤 것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김소연과 연상연하 커플 케미를 선보이고 있는 홍종현. /사진제공=26컴퍼니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김소연과 연상연하 커플 케미를 선보이고 있는 홍종현. /사진제공=26컴퍼니
10. KBS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도 출연하고 있다.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홍종현: 시청률 30%를 넘었다고 할 땐 실감이 안 났다. 예전에는 대부분 어린 친구들이 저를 알아봤는데, 주말극을 하고 나니 부모님과 동년배인 분들도 인사를 건넨다. 그럴 때 실감난다.

10. 주말극을 선택한 이유는?
홍종현: 캐릭터나 스토리가 일상적이지 않나. 내가 의외로 평범한 캐릭터를 해본 적이 적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해보면 배울 점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대극을 연속으로 해서 현대극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10. 욕심 나는 장르가 있나? 누아르는 어떤가?
홍종현: 당연히 좋다. 지금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을 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0. 2017년에는 데뷔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했는데 20주년에도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해도 되나?
홍종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면 뭔가 하지 않을까.

10. 데뷔 20주년이 됐을 때를 상상해본다면?
홍종현: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고 걱정도 많았다. 지금 20주년을 생각해보면 기대된다. 지금부터는 즐기면서 지치지 않게 일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그 때 쯤이면 잘 하고 있지 않을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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