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돈’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류준열./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돈’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류준열./사진제공=쇼박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에서 류준열은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을 맡았다. 조일현은 부자가 되겠다는 원대하면서도 단순한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다. 류준열은 실적 제로(0)의 신입사원에서 일확천금의 위험한 기회를 통해 에이스 주식 브로커로 거듭나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로 영화의 주축이 된다. “쉽게 버는 돈은 쉽게 잃어요. 돈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돼서는 안 되겠죠.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돈’ 때문에 고민하는 청춘의 얼굴을 대변할 류준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0. 이번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나?
류준열: 청춘의 고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돈, 거기에 공감했고 재미를 느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돈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무겁지 않게 던지는 영화다. 이 얘기라면 관객들과 무리 없이,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0. 주식 투자를 평소에 해봤나?
류준열: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소액으로 만져봤는데, 주식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회사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시스템을 알아가는 정도였다. 주식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10. 소소하게나마 이익을 보기도 했나?
류준열: 노코멘트.(웃음) 모르고 들어가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공부하지 않으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영화 ‘돈’의 한 장면./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돈’의 한 장면./사진제공=쇼박스
10. 주식 브로커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표현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류준열: 실제로 번호표(유지태 분) 같이 작전을 설계하는 인물도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일현이 클릭 한 번 잘못해서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큰 부담은 없었고 브로커의 심리나 표정에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 제작사 측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실제 브로커들을 만나 얘기도 해보고 사무실도 가봤다.

10. 실제 브로커들에게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
류준열: 평범한 직장인이면서도 날카롭고 냉철한 면모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브로커들이 사무실에서 목청을 높이고 사무실도 시끌시끌한 분위기인데, 실제 사무실은 오히려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무실을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연출한 것이다.

10. 어수룩한 신입사원에서 냉철한 에이스 주식 브로커로 변모해가는 다채로운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은?
류준열: 액션이 없는데 액션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극 중 일현은 사무실에 앉아 마우스로 클릭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눈빛 연기에 집중했다. 이번 영화는 거의 시간순으로 촬영했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일현이 점차 변모하듯 영화에 몰입할수록 내 얼굴도 달라졌다. 놓친 부분이 있어 신입사원 때의 모습을 다시 찍으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그 얼굴이 다시 나오지 않아 과감히 포기하기도 했다. 악역만 하다가는 진짜 악인처럼 얼굴이 되는 걸까, 바보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 바보가 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희한했다.

10. 마지막 장면은 2편 제작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들게 한다.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류준열: 고심하면서 찍었다. 돈에 대해 여러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현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일현의 마지막 표정에서는 후련함과 씁쓸함을 모두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류준열은 변모해가는 일현을 표현하기 위해 눈빛 연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류준열은 변모해가는 일현을 표현하기 위해 눈빛 연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쇼박스
10. 극 중 증권사 직원들로 나오는 배우들도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배우들과 케미는 어땠나?
류준열: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받기만 하면 나한테서도 좋은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 나는 그런 복을 타고 난 것 같다. 이번 영화는 특히 일을 한다기보다 형, 누나들과 MT를 간 느낌이었다. 영화를 하는 재미를 알게 하는 작품이었다. 정만식 선배나 김종수 선배는 단연 최고다. 때론 한없이 가볍고, 때론 한없이 진중한 연기에 ‘진짜 배우구나’라고 느꼈다.

10. 번호표 역의 유지태는 어떤 배우였나?
류준열: 학교에서 유지태 선배가 나온 영화로 수업을 한 적 있다. 예전부터 스타였고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다. 진짜 영화인. 천생 영화인. 영화를 오래 하셨고 앞으로도 오래 할 것 같다. 자나 깨나 영화 생각만 하신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나도 열심히 하면 유지태 같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지태 선배는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계신다. 내가 출연한 독립영화도 소개하신 적이 있다. 그런 활동을 하는 선배가 존경스럽고 멋있다.

10. 영화에서 일현이 시청하는 TV 화면에 손흥민 선수의 경기 영상이 나온다. 손흥민 선수와 돈독한 사이인데,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깜짝 출연 사실을 알고 있나?
류준열: 시나리오에 원래 있던 장면이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손흥민도 등장 사실을 알고 있다. (평소 자주 연락하나?) 자주 한다. 그 친구도 경기가 자주 있고 (나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서) 서로 응원한다. ‘뺑반’도 잘 봤다고 했다. (손흥민은) 겸손하고 멋있는 사람이다.

10. 영화에서처럼 큰 돈을 갖게 되면 뭘 하고 싶나?
류준열: 촬영 때도 그런 얘길 한 적 있다. 여행을 좋아해 세계일주를 갈까 했더니 듣고 있던 스태프들이 자기도 데려가달라고 해서 다 데려가게 생겼다.(웃음)

여러 캐릭터가 담길 자신의 먼 훗날 얼굴이 궁금하다는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쇼박스
여러 캐릭터가 담길 자신의 먼 훗날 얼굴이 궁금하다는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쇼박스
10. 최근 JTBC 여행 예능 ‘트래블러’ 촬영차 배우 이제훈과 쿠바에 다녀오지 않았나. 쿠바는 처음이었나?
류준열: 그렇다. 장소 섭외부터 신의 한 수였다. 특별한 규칙이 없고 아무 데나 가도 돼서 쿠바는 어떨까 했는데 느낌이 딱 왔다.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정말 재밌었다. 쿠바에서는 매일 하루 한 사람당 빵을 나눠준다. 새벽에 빵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쿠바에는 거지가 없다. 가족이 네 명이면 (빵을 배급 받을 수 있는) 티켓을 네 장 준다.

10. 아바나에서 비냘레스로 향할 때 굳이 올드카 택시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
류준열: 쿠바가 아니면 타기 어렵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지금 자동차 모델도 하고 있다.(웃음) 그 브랜드의 올드카 피큐어를 갖고 있는데, 그 피규어가 핑크색 오픈카 세단이다. 비슷한 차들이 꽤 있어서 똑같은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어려웠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좀 집착했다.(웃음) 쿠바인들은 자신들이 전 세계 최고의 정비공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50년 이상 된 차들도 다 고쳐서 탄다. 올드카 택시 계기판에 9만km라고 돼 있었는데 99만km를 넘겨서 앞자리가 다시 0이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신기했다.

10. 여행을 왜 좋아하나?
류준열: 일상과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게 여행의 묘미이자 포인트다. 여행은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익숙함을 환기하는 것은 계속해서 사람을 발전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10. 여행을 통해 재충전을 하고 온 상태에서 ‘돈’의 신입사원 조일현을 찍는다면 그 때의 얼굴이 나올 것 같나?
류준열: 당시에도 충분히 쉬면서 촬영한 것 같은데…지금은 또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내 얼굴이 참 궁금하다.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얼굴에 드러나니까. 배우로서 내가 어떤 역할로 얼굴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역할이 쌓이고 쌓인 얼굴일 테니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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