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해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수경.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해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수경.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자의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부모님이 내성적인 성격을 걱정해 연기 학원에 보냈다.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걱정과 달리 그는 배우로서 재능을 펼쳐보였다. 영화 ‘침묵’ ‘차이나타운’ 등에서 신인답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차이나타운’을 하면서 연기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분을 느껴서였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와 애틋하게 썸을 타는 막내 딸 해걸 역으로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는 이수경을 만났다.

10. 좀비물을 좋아하나?
이수경: 마니아는 아니지만 유명한 작품들은 봤다. ‘워킹 데드’ ‘부산행’ ‘월드워Z’ ‘웜 바디스’ 등.

10. 다른 좀비물과 다른 ‘기묘한 가족’만의 매력 포인트는?
이수경: 대중적인 코드도 있지만 마니아적인 면도 있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뒷장의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데 이 이야기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극 중 가족들 캐릭터 하나하나도 개성 있다. 하지만 튀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룬다. 선배들과 연기 합도 좋았는데 영화에도 잘 드러난 것 같다.

10. 충청도 사투리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이수경: 영화 ‘용순’를 통해 충청도 사투리 연기를 해봐서 이번에는 수월할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진하고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다. 선배들과 충청도가 고향인 감독님의 도움을 받았다. 사투리 선생님도 계셨다. 선배들은 마치 충청도 사람인 것처럼 사투리를 구사했다. 선배들이 하는 걸 참고해서 따라하기도 했다.

10. 배우들 중 사투리를 가장 잘 구사한 사람은?
이수경: (정)재영 선배다. 대본 리딩 때도 거의 완벽하게 했다. 사투리 선생님도 선배가 잘한다고 칭찬했다.(웃음)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10. 극 중 해걸은 좀비와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웜 바디스’에서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웜 바디스’를 의식하진 않았나?
이수경: 사랑에 빠지는 좀비와 인간의 관계는 ‘웜 바디스’에서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감독님께 그 작품을 한 번 더 찾아봐야 하느냐고 여쭸더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웜 바디스’는 두 사람의 관계가 주요 스토리였지만 우리 영화에는 다른 스토리도 많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보면 따라할 것 같기도 해서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10. 좀비와의 로맨스 연기에서 어려웠던 점은?
이수경: 리액션이 없는 상대와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상대의 대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더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헤맸는데 좀비 역인 (정)가람 오빠와 서로 의논하면서 풀어나갔다. 오빠도 나름대로 어려운 연기였을 것이다. 적응한 후에는 이전에 찍었던 장면을 다시 촬영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10. 극 중 좀비인 쫑비는 양배추를 즐겨 먹는 채식주의자인 데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점점 인간성을 갖게 된다. 당신이 쫑비 역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수경: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막연하게 재밌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가람 오빠는 두세 시간씩 일찍 와서 분장하고 촬영을 끝낸 후 한 시간씩 걸려서 분장을 지웠다. 함부로 도전할 게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10. 정가람과의 연기 호흡은?
이수경: 오빠는 아는 게 많은 만물박사다. 끊이지 않고 얘기할 주제가 나온다. 오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오빠가 양배추를 먹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등 열의를 다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고무되고 긴장됐다. 또래와 작업해본 적이 많지 않아서 오빠와 연기하는 게 좋았다. 내 또래라면 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좋았다.

10. 정재영과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 함께 출연했다. 6년이 지났는데 그 때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이수경: 그 때는 단역이어서 선배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없었다. 당시 내 분량을 찍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데 선배님이 분장을 하고 계셨다. 조그만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배님이 ‘배우인데 더 좋은 공간을 마련해주지 그랬냐’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감사하고 멋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그 얘기를 드렸는데 기억은 못하셨다. 하지만 반갑고 신기해 했다.

10. 정재영, 엄지원, 김남길, 박인환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와 함께 촬영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수경: 다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캐릭터화됐다. 재영 선배와 남길 선배는 개그 콤비 같았다.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지원 언니와는 여자여서 그런지 둘만 얘기 나누는 시간도 많았다. 언니 숙소에도 자주 놀러 갔다. 둘이 치킨을 시켜 먹고 별 생각 없이 ‘기묘한 가족’ 단톡방에 인증샷을 올렸는데 ‘왜 둘이서만 먹느냐’고 다른 선배들이 질투했다.(웃음)

이수경은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조연상을 받던 때를 떠올리며 “행복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수경은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조연상을 받던 때를 떠올리며 “행복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10. 개성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실제로 비슷한 면이 있나?
이수경: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탄다. 예전에 친구들과 있을 땐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는데 요즘엔 친구들과 있어도 얘기를 듣는 쪽이다. 내가 친구들과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니까 듣는 것도 공부가 된다.

10. 실제 성격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했다면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이수경: 영화 ‘차이나타운’부터 센 캐릭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나와 다른 캐릭터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당시는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들 속에 남은 내 모습을 보곤 이제 주위에서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다.

10. 20대 여성 연기자들 가운데서도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연기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침묵’으로 여자조연상도 받았다. 당시 기분은?
이수경: 상을 받았을 때 행복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내 이름이 불렸을 때부터 무대에서 내려오기까지 기억이 없다.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나중에 찾아봤다. 집에 돌아가서도 꿈꾸는 것 같았다.

이수경은 “김혜수 선배처럼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수경은 “김혜수 선배처럼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10. 앞으로의 계획은?
이수경: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두 작품을 하는 게 목표다. 드라마와 영화 상관없이 하나씩 하면 좋겠다. 이번 영화 개봉 전에도 드라마 ‘여우각시별’을 했는데, 일이 끊기지 않는 이 흐름이 좋다. 일을 쉴 때는 영양분을 못 받는 기분이다. 일을 해야 더 활기차진다.

10.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이수경: 데뷔 초반부터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 ‘주몽’ ‘태왕사신기’ ‘뿌리깊은 나무’ 등 어렸을 때부터 정통 사극 팬이었다. 이왕 하게 된다면 호흡이 긴 정통 사극이면 좋겠다.

10. 롤모델로 하는 선배가 있다면?
이수경: 이 질문을 받으면 항상 김혜수 선배가 생각난다. 내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봐서 그런지 선배를 떠올리면 애틋한 감정이 생긴다. 김혜수 선배는 현실에 없을 거 같은 이상적인 느낌이다. 배우이기 이전에 선배처럼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10.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나?
이수경: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연기로 칭찬 받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시작한 후 연기에 대해 칭찬 받았다. 기쁘고 얼떨떨하면서 내 가치를 인정 받는 느낌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기분이다.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연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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