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인간극장’에서 63년 만에 아내를 공개하는 배우 이순재 / 사진제공=KBS
‘인간극장’에서 63년 만에 아내를 공개하는 배우 이순재 / 사진제공=KBS
배우 이순재가 아내 최희정 씨를 최초로 공개한다.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신년특집에는 이순재의 63년 연기 인생기가 밝혀진다.

그의 오랜 연기 인생이 시작된 건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이었다. 당시 다양한 예술영화를 접하던 중 ‘햄릿’을 본 순간 이순재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이야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당시 배우는 딴따라라 불리며 열의 아홉은 반대하던 직업이었다. 하지만 “연기도 곧 예술”이라는 확신으로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무대에서 온갖 배역을 섭렵, 연기실력을 다져나갔고, 1964년 TBC 방송국이 생기며 드라마까지 발을 넓혔다.

그러나 이순재는 소위 반짝이는 ‘스타’는 아니었다. 묵묵히 해오던 연기가 전환점을 맞은 건 1991년 김수현 작가를 만나면서였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로 비로소 돈을 벌어오는 가장이 됐고 이후 MBC ‘하이킥’ 시리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국민 아버지에서 ‘야동 순재’로 대변신했다.

이순재는 방송을 통해 아내 최희정 씨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1966년에 결혼해 50년 넘게 남편의 그림자로 철저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희정 씨는 ‘인간극장’에서 최초로 매력을 발산하며 등장했다. 그는 배우 이순재, 남편 이순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와 촉망받는 무용가였던 최희정 씨가 ‘이순재의 그녀’로 살게 된 이유는 바로 러브레터였다고 밝혔다.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애인이 행여 해외에 눌러앉지 않을까 노심초사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그때의 정성이 평생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살게 한 힘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연기밖에 몰랐던 남편을 대신해 아내는 5년 만에 얻은 아들의 돌 반지를 팔아 두 평짜리 만둣집을 열고 배달까지 직접 했다. 연기에 미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온 그녀. 지금도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함께 대본을 연구하며 의상, 발음, 표정까지도 꼼꼼히 체크 한다고 했다. 미국에 있는 손자들을 보고 한 달 만에 돌아온 최희정 씨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극이 있던 날, 마지막까지 객석을 떠나지 못했다.

이젠 어느 현장에서도 최고참이 된 이순재를 향해 손숙, 나문희, 고두심, 정보석, 최수종, 유연석 등 작품을 함께 한 동료, 후배들은 입 모아 “롤모델이자 한결같은 분”이라 말했다. 여든다섯, 이제는 여유를 부려도 될법한데 일정만 있다 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키고, 늘 대본에 시선 집중, 차로 이동하는 순간까지 대본을 놓지 않는다.

이순재는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21년째 교수 생활을 해왔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대사와 격한 동작까지 직접 시범을 보이니 그 열정을 본받아 제자들도 일취월장하는 중이다. 게다가 소위 ‘나이부심’이란 것도 없는 대선배. 여든다섯과 이십 대의 만남을 ‘인간극장’ 제작진이 두 달여간 밀착 촬영을 해봤지만 손주뻘 되는 제자들과 분식집에도 가고 옛날 첫사랑 얘기도 나누는 등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스승님이었다.

며칠 뒤면 한 학기 동안 준비해온 연극 ‘갈매기’의 막이 오른다. 분장, 의상, 무대까지 연극의 모든 곳에 손길을 주는 순재 씨. 드디어 무대가 끝나고 이제야 순재 씨는 미소짓는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연기만 생각하며 달려온 길. “그래, 한번 해봐. 덤벼들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식지 않는 열정이 이순재가 63년 동안 큰 사랑을 받은 이유다.

‘인간극장’ 이순재 편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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