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지난 19일 종영한 MBC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19일 종영한 MBC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와서 그런지 아직 드라마가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추위와 싸우고 밤새면서 찍을 때는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고 ‘대체 언제쯤 끝날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해요. 하하. 우리 드라마를 통해 ‘힐링했다’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하고, 저도 작품을 통해 힐링할 수 있었어요.”

배우 유이는 지난 19일 종영한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를 마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이는 극 중 시청률만 보고 달리는 독종 PD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한의 현실을 살아가는 30대 직장인으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돌직구를 날리는 걸크러시 매력의 소유자.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주인공 한승주와 나이 차이만 조금 났지 저와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승주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불같은 사람인데, 저도 ‘욱’하는 성질이 있거든요. 하하. 그리고 할 말은 다 하는 성격도 닮은 것 같습니다. 또 캐릭터의 성격적인 부분을 떠나서 승주가 놓인 상황과 그 당시 제 상황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모든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데릴남편 오작두’에 대한 유이의 자세에는 애정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유이는 “시나리오를 받기 바로 직전,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10년 간의 연예계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어요. 그동안 무조건 일이 1순위였고, 연애보다도 일이 중요했죠. 그런데 딱 서른 살이 되던 작년에 고비가 찾아왔어요. 누군가 ‘툭’ 치면 그대로 무너질 거 같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데릴남편 오작두’를 만났어요. 그리고 한승주를 연기하면서 점점 더 용기를 얻고 힐링할 수 있었죠. ‘작품 하나가 사람을 살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유이./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유이./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09년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유이는 귀여운 외모에 탄탄한 몸매로 단숨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데뷔하자마자 방송계는 물론 광고계까지 접수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같은 해 연기에도 도전했다. 그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재능도 드러냈다. 하지만 유이는 데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일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몰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당시에는 눈 뜨면 스케줄을 6개씩 뛰었어요. 갑작스러운 인기에 모든 게 생소했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연습생 생활을 한 거지?’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소중함을 몰랐던 거죠. 사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예전에는 사람들을 피했다면, 지금은 그런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됐어요.”

유이는 연기를 시작한 이후 조연부터 주연까지 차례대로 거치며 한 단계씩 성장했다. 초반에는 유이라는 이름 앞에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온전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시한부 삶을 선고를 받은 미혼모부터 30대 비혼주의자 싱글녀까지 그동안 그가 맡았던 다양한 역할은 배우로서 유이가 가진 스펙트럼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유이는 “아직 부족하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 혹은 연기자로 불리는 건 아직도 낯설어요. 제 연기에 스스로 자신이 있다면 괜찮을 거 같은데 아직 부족합니다. 지금도 제 연기를 볼 때 삐걱거리는 부분이 눈에 자꾸 띄어요. 하하.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발음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지금은 공식 석상에서 ‘안녕하세요. 유이입니다’라고 인사하는데,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연기자 유이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튼 유이는 연기 활동 제2막을 예고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사실 영화는 저에게 꿈 같아요.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라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작은 역할부터 시작할 계획이에요. 드라마에서도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맡았듯 영화에서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싶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영화로도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유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유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