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내 남자의 비밀’ 에서 기서라 역을 맡은 배우 강세정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내 남자의 비밀’ 에서 기서라 역을 맡은 배우 강세정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내 남자의 비밀’에서 기서라의 인생은 참 다사다난했다. 부잣집 외동딸이었지만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을 잃어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시기·질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바르게 자랐고, 사랑하는 남편 한지섭(송창의)을 만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얻었다. 하지만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어느 날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변해버린 남편에게 실망했고 딸을 잃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 무너지는 마음도 다잡아야 했다. 결국 그는 일련의 사고들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준 새로운 남자 강인욱(김다현)을 만나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기서라는 극 초반부터 갖은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미소로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수습되는 일이 반복되며 그의 태도는 다소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모든 사건의 피해자인 기서라가 통쾌하게 복수하길 바랐던 시청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기서라 역을 맡은 배우 강세정 역시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다. 10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하는 동안 한 몸이 됐던 기서라였기에 그의 태도와 주변의 반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강세정은 배우로서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다.

기서라 보다 더 씩씩하고 긍정적인 강세정을 만났다.

10. 100부작 드라마를 마쳤다. 종영 소감은?
촬영을 마치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끝나니 마냥 좋진 않다. 매일 보던 사람들을 못 보니 허전한 마음이 크다. 모바일 채팅방에서 ‘보고싶다’며 자주 연락하고 있다.

10. 한지섭(송창의)의 쓸쓸한 뒷모습이 담기며 드라마가 종영했다. 허무하다는 의견도 분분한데엔딩 만족도는?
기서라의 기준에서 본다면 만족스러운 엔딩이다. 기서라는 한지섭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고, 온갖 수난을 겪었던 기서라는 마침내 웃게 됐다. 허무하다는 반응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는 한지섭의 선택을 존중한다.

10. 기서라가 통쾌한 복수를 하길 바랐지만 못 미쳤다는 반응인데.
나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처음부터 기서라는 능동적이고 밝은 인물로 설정됐다. 때문에 통쾌한 한 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수동적으로 변했다. 답답한 점은 있었지만 배우로서 캐릭터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며 연기해야 했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아마 사랑하는 딸의 존재 때문에 더 화끈하게 나서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 강세정이 “촬영 내내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돼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강세정이 “촬영 내내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돼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사랑하는 딸 해솔 역의 아역배우 권예은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예은이가 이렇게 많은 회차에 출연한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런데도 연기를 얼마나 잘하던지. 대사가 많은 편이었는데 훌륭하게 잘 소화해줬다. 예은이 덕분에 나 역시 기서라에 몰입하는 게 수월했다. 예은이가 현장에선 ‘이모’ ‘둘째엄마’라고 불러줬다.

10. 기서라 역을 맡아 첫 회부터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감정 연기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나?
나는 촬영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감정에 이입이 돼있는 편이다. 때문에 ‘내 남자의 비밀’을 찍는 내내 힘든 상황 속에 묻혀 사는 기서라의 입장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대본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10. 이번 작품에서 뺨을 많이 맞았다. 특히 송창의에게 뺨 맞는 장면에 놀랐다. 어땠는지 궁금하다.
드라마에서 날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한 대씩은 맞은 것 같다.(웃음) 창의 오빠는 강도조절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팠다. 계속 맞다보니 무뎌졌다. 그래도 때리는 것보단 맞는 게 속이 편하다. 괜찮았다.

배우 강세정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지만 매력적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강세정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지만 매력적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후 첫 드라마였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오랜만에 하는 연기이기도 하고 본명으로 시작하는 드라마이기도 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해왔던 드라마들과 다른 어려움이 많았다. 다시 감을 찾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체력이 부족해서 고생도 했다. 그만큼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10. 가수로 활동하다 연기를 시작했다. 이젠 연기 활동에 전념 중이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는 걸까?
사실 연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가수로 먼저 알려졌던 거다. 연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중에 가수 제안을 받았다. 호기심에 시작은 했지만 내 의지와 달리 못하게 됐을 때 충격이 컸다. 당시엔 내 삶을 다시 찾고 싶어서 일본 유학도 갔다. 돌아와선 전공했던 연기를 살려 다시 시작하게 됐다.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10.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렵다고 생각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연기를 했는데, 누군가 내 연기를 보고 감동했다고 말할 때 희열을 느낀다. 이젠 본명으로 돌아왔으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오래 연기하는 게 목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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