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국가의 폭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삶을 갉아먹는다. 우리가 다시 용산참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을 이혁상 감독과 공동 연출한 김일란 감독의 말이다. ‘공동정범’ 언론시사회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공동정범’은 2012년 개봉했던 ‘두 개의 문’ 후속작이다. 용산참사 이후 억울하게 수감됐던 철거민들의 삶과 당시의 기억, 갈등에 대해 얘기한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시의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두 개의 문’에 이어 공동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두 개의 문’은 미완성 영화라고 생각했다. 용산참사 당시 망루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답해줄 사람들은 돌아가셨거나 감옥에 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이 출소했다. 그들의 기억을 통해 용산참사를 재구성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혁상 감독은 “용산참사가 서서히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중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다큐멘터리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두 감독은 사고에서 살아나온 생존자이자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이기도 한 이충연씨를 중심으로 영화를 제작하고자 했다. 하지만 출소한 연대동지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의 기억이 과장되거나 생략 됐을 뿐 아니라 출소 이후 서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목격했다. 이 감독은 “이런 갈등은 국가폭력이 만든 또 다른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심리상태를 조사하는 건 용산참사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의 방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사고 이후에 사람들은 유가족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생존자들 역시 만만치 않은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가 생존자들의 삶을 덜 신경 쓰고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생존자들이 국가에 의해 ‘공동정범’으로 묶인 이후부터 쌓인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은 서로에게 향했다. 갈등은 심화됐다. 김 감독은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진상규명”이라고 말했다. “국가폭력은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갉아먹고 있다. 우리가 다시 용산참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김 감독은 “출소자들이 완성된 영화를 함께 봤다”며 “영화를 본 뒤 서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에 해결될 순 없지만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공동정범’은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개최해 의미를 더했다. 누군가의 기억에선 사라진 사건일 수 있지만 출소자들에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 감독은 “그들을 인터뷰하는데 현재 진행형으로 얘기하더라. 한 번도 제대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 울분이 쌓였다. 고통이 9년 누적되니 참사 얘기에 화를 쏟아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새 정권이 들어서며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다. 그 안에선 ‘누군가 해결 중이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동정범’이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했다.

‘공동정범’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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