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KBS2 ‘마녀의 법정’ 에서 열연한 배우 주민하. 그는 “데뷔 11년 차 중고신인”이라며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KBS2 ‘마녀의 법정’ 에서 열연한 배우 주민하. 그는 “데뷔 11년 차 중고신인”이라며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주민하는 데뷔 11년 차다. 2006년 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 #3’로 데뷔했으나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서다. 영화 ‘노크’ ‘소녀괴담’ ‘자칼이 온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 ‘TV소설 일편단심 민들레’ ‘울지 않는 새’ 등 여러 작품에서 열연했다.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 받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3~4년 차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중고 신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네 중고 신인이에요. 그래서 잘해요”라며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배우는 정년(停年)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80세까지만 산다 쳐도 아직 50년은 더 할 수 있는데…때가 되면 다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 10월 방송된 KBS2 ‘마녀의 법정’에서 ‘한정미 기자’ 역을 맡아 정려원과 호흡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은 그가 영화 ‘야경:죽음의 택시’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에도 ‘기자’를 연기한다. 서울시 중구 청파로 텐아시아에서 ‘중고 신인’ 주민하를 만났다.



10.영화 ‘야경:죽음의 택시'(개봉:12월 20일)는 어떤 작품인가?
주민하:공포·호러 장르의 저예산 영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명했던 42번 국도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페이크 다큐'(다큐멘터리의 특징인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하여 만든 극영화) 형식으로 찍었다. 굉장히 생동감 있고 긴장감이 넘친다.

10. 또 기자 역을 맡았는데.
주민하: 이번에는 여주인공 ‘최민하 기자’ 역을 맡았다. 특종에 목말라 있는 프리랜서 기자다. 특종 욕심 때문에 경찰에 신고 하지 않고 직접 위험한 현장에 나서는 인물이다. ‘야경:죽음의 택시’는 4월에, ‘마녀의 법정’은 10월에 촬영했다. 방송은 ‘마녀의 법정’이 먼저였지만 영화에서 먼저 기자를 연기했다.

10. 어쩐지 ‘마녀의 법정’에서 실제 기자처럼 연기가 자연스럽다 싶었다.
주민하: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웃음) ‘마녀의 법정’ 오디션 때 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캐스팅 감독님이 연기를 보고 ‘아나운서 해 볼 생각은 없었느냐’고 물어봤다.

10. ‘야경:죽음의 택시’ 촬영을 앞두고는 기자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나?
주민하: 방송을 하는 기자와 안 하는 기자가 있지 않나. 영화 속 민하는 방송을 하는 기자다. 특파원이나 취재기자들이 뉴스를 리포트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모니터 했다. 앵커와 기자는 또 달랐다. 데스크에서 진행하는 느낌이 아니라 현장감 있게 보도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10.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주민하: 공포영화 ‘소녀괴담'(2014)에 출연하면서 오인천 감독님과 인연이 됐다. 감사하게도 저를 좋게 봐 주셨다. ‘다음에 또 함께 하자’고 했는데 이번 작품에 불러주신거다.

10. 그동안 ‘노크’ ‘소녀괴담’ 등 공포·스릴러물에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연기가 어떻게 달라졌나?
주민하: 영화 자체를 일반 촬영 기법으로 찍지 않았다. 리얼 다큐를 찍듯 카메라 한 대로 있는 그대로를 촬영했다. 감독님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금이라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순간 작품이 망한다고 생각했다. 짜여진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경우도 많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연기했다.

10. 촬영이 이틀만에 끝났다던데.
주민하: 런닝타임은 80분이 넘는데 21시간만에 촬영을 마쳤다. 역시나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했기 때문에 NG 없이 쭉쭉 갔다. 배우 입장에서는 편했다.

10.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주민하: 사회문제를 다루기보다 주인공 최민하 기자라는 인물의 ‘성공’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해 생긴 비도덕적인 부분, 그것에 대한 갈등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한두 가지 덧붙이자면, 겨울에 나온 공포영화다. 더 추우실 거다.(웃음) ‘추격자’처럼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제작된 스릴러물은 특히 여성들이 보기엔 무섭다. ‘야경:죽음의 택시’ 또한 실제 있었던 일을 리얼하고 현실감 있게 그렸다. 제41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 감독님이 현지에 다녀왔다. 40대 여성이 영화를 보다가 기절했다더라.

영화 ‘야경:죽음의 택시’에서 주인공 여기자 역을 연기한 배우 주민하. 사진=조준원 기자
영화 ‘야경:죽음의 택시’에서 주인공 여기자 역을 연기한 배우 주민하. 사진=조준원 기자
10. ‘마녀의 법정’에서는 정려원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호흡은 어땠나?
주민하: 첫 촬영부터 정려원 선배 뺨을 때려야 했다. 뺨을 때리거나 맞는 역할을 많이 해봐서 긴장 되진 않았다. 보통은 시늉만 하는데 한 번은 제대로 때려야 했다. 그때 정려원 선배는 오히려 편하게 하라고 했다. 선배가 잘 맞아줘서 두 번 만에 오케이 됐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신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차라리 내가 맞는게 낮다.

10. 정려원과는 첫 만남이었나?
주민하: 처음이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뺨을 때린 거다.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배우다. 정말 예뻤다. (웃음) 연기 분석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매회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지 고민하는 등 주인의식을 확실하게 갖고 있었다. 털털하고 생기가 넘치는 분이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10. ‘마녀의 법정’에서 있었던 재미 있는 에피소드는?
주민하: 오 부장으로 나온 전배수 선배가 성 추행 연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하루 종일 담배도 안 피우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고생하셨다. 촬영이 시작되고 “편하게 오세요” 라고 말씀 드렸는데 머뭇머뭇 제대로 다가오질 못하셨다. 여러 번 촬영 끝에 좀 지나치다 싶어서 안 될 줄 알았던 장면이 뜻밖에도 오케이 됐다. 선배님이 눈 질끈 감고 시도하셨는데 그게 방송으로 나갔다.

10. 데뷔한 지 11년이나 됐는데 아직 신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주민하: 데뷔 3~4년 차 때부터 지금까지 ‘중고 신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처음엔 ‘나는 언제쯤 잘 될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말이 불쾌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의 장점이 정년이 없다는 것 아닌가. 80세까지 산다 쳐도 아직 50년은 더 할 수 있는데 3~4년만에 되지 않았다고 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속상해 하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았다. 일찍 되는 사람도 있고, 늦게 빛 보는 사람도 있다. 나도 때가 되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네 중고예요. 그래서 정말 잘해요” 라고 말한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이 연기 할 때 도움이 된다. 오디션 현장에서도 “그들이 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해서 도와줘야 한다”는 프로의식이 생겼다.

10. 처음에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주민하: 거창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 연기 아카데미 광고를 보고 “너도 저런 거 해볼래?” 라고 물어보셨다. 그 한 마디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 보다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마음이 훨씬 크다. 더 소중해서 놓고 싶지 않다.

10. 배우로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은?
주민하: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장희빈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 초등학교 때 정선경 선배가 장희빈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많이 따라하기도 했다.(웃음) 사극이나 시대물을 하고 싶다.

10. 50년 넘게 연기 할 날이 남았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또 배우를 할 건가?
주민하: 할 거다. 내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날 때도 그런 ‘운명’을 타고 났으면 좋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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