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가수 데뷔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온 신예 키세스 / 사진제공=D.C Records
가수 데뷔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온 신예 키세스 / 사진제공=D.C Records
신인가수 키세스(KISSES)의 본명은 서정원이다. 곧을 정(貞) 으뜸 원(元)을 쓴다. 한 길로 쭉 나가 으뜸이 되라는 뜻이다. 이름을 따라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여덟 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간 미국에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노래 가사를 받아 적으며 우리말을 잊지 않으려 했고, 춤과 노래를 따라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한인축제 무대에 오르며 실력을 쌓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키세스는 21살,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미국에서 열린 송 캠프에 참석하러 온 한국의 음악 프로듀서들을 만나 D.C Records라는 크루를 결성하고 국내에서 데뷔 앨범을 내놓았다. 지난달 첫 번째 싱글 ‘K1SESS’로 가요계에 첫 발을 뗀 키세스를 만났다.

10. 키세스라는 예명은 어떻게 지었나요?
키세스: 운전하면서 들은 노래의 제목이에요. 차를 타고 갈 때 항상 음악을 랜덤으로 재생해 놓는데 한 노래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목을 보니 ‘키세스’였어요. 가수는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그 즈음 예명을 짓느라 고민하고 있던 터라 ‘이거다’ 싶었죠.

10. 같은 이름의 초콜릿 브랜드가 유명해서 고충도 있을 텐데요.
키세스: 이름을 지을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어요. 사실 ‘키세스’란 노래를 듣고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뒤에서 누가 제 차를 세게 받아서 폐차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죠. 그런데 저는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어요. 키세스라는 단어가 기적처럼 느껴졌어요.(웃음) 같은 이름의 초콜릿이 있다는 건 그 다음에야 생각났어요. 포털사이트에 키세스를 검색하면 저보다 초콜릿이 훨씬 더 많이 나와요. 앞으로 제가 더 노력해야죠.(웃음)

10. 미국 LA에서 오래 생활했다면서요?
키세스: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때 LA로 이민을 갔어요. 다시 한국에 온 건 고등학교 졸업 후예요. 가족들은 아직도 LA에 있어요.

10.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을 하느라 힘들었겠어요.
키세스: 알파벳도 모른 채로 가서 2년 정도는 힘들게 지냈어요. 처음 학교에 간 날엔 스쿨버스를 잘못 타서 모르는 곳에 내리고… 제가 당황해서 막 우니까 기사님이 뭐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 채고 집까지 바래다 주셨어요. 당시 학교에 한국인 학생도 거의 없었거든요. 덕분에 영어는 빨리 늘었어요.(웃음)

10. 언제부터 가수를 꿈꿨나요?
키세스: 음악을 좋아한 건 아주 어릴 때부터였고요. 초등학교 5학년 때 LA에서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이 열렸어요. 친구들과 한 달 동안 소녀시대 선배들의 춤을 연습해서 오디션에 나갔죠. 심사위원 앞에서는 무척 떨렸는데 노래와 춤을 연습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진로를 고민하게 됐는데 당연하게 ‘나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보컬 레슨을 받고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그러면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진지해졌어요.

10. 한국에 오기 전에 공연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들었어요.
키세스: LA에서 열리는 한인축제에 여러 번 참여했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의 설렘이 있어요. 마치 제가 진짜 가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공연을 했는데 당시에 너무 떨려서 프롬프터(무대 위에 가수가 볼 수 있도록 가사를 써놓는 장비)만 보고 노래를 부른 기억이 나요.(웃음)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수를 꿈꾸는 한국인들이 많아요. 저도 그 중 하나였고요. 당시 여러 공연을 다니면서 래퍼 킬라그램 오빠, 재즈힙합을 하는 케로원 등의 뮤지션들을 만났어요. 그들과 함께 곡을 작업하고 공연을 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웠죠.

키세스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음악을 들으며 K팝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 사진제공=D.C Records
키세스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음악을 들으며 K팝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 사진제공=D.C Records
10. Mnet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래퍼 킬라그램이요?
키세스: 맞아요.(웃음) 처음 만났을 때는 킬라그램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썼어요. 오빠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친구들과 다 같이 굿바이 파티를 해줬던 기억이 나요. 치킨집에서요.(웃음) 오빠와는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요. 제가 데뷔하고 나서도 오빠가 ‘항상 파이팅하라’면서 엄청 기뻐해줬어요. 고마워요.

10. 10년 넘게 미국에서 지냈는데도 우리말이 서툴지 않아요.
키세스: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셨어요. 한국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요. 또 어릴 때부터 K팝을 들으며 가사로 한국말을 공부했어요.(웃음) 신곡이 나오면 가사를 외우고 싶어서 공책에 받아 적었거든요. 아직도 집에 그 때의 공책들이 있어요.

10. 주로 누구의 음악을 들었나요?
키세스: 소녀시대, 원더걸스 선배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라 두 그룹의 노래를 주로 들었어요. 새로운 앨범이 발표되면 가사는 물론 타이틀곡의 안무도 다 외우고 따라했어요.

10. 걸그룹으로 데뷔하기를 바랐나요?
키세스: 어릴 때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면 당연히 걸그룹으로 데뷔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형태가 어떻든 가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솔로로 데뷔하게 돼 너무 감사해요.

10. 데뷔 과정이 궁금합니다.
키세스: 미국에서 열린 송 캠프를 통해서 데뷔앨범의 PD님을 만났어요. 당시 송 캠프에 참여하러 온 PD님, 스태프들의 통역을 제가 맡았거든요. 캠프 내내 함께 작업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악 성향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고 PD님이 “아예 한국에서 음악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준 덕분에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10.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키세스: 미국에서도 음악을 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어요.(웃음) 한국이 내 자리라는 생각을 늘 가졌고 한국에 오기 위해 노력했어요. 부모님도 어릴 때부터 제 꿈을 응원해주신 터라 바로 허락해주셨고요. 지금은 아버지가 저를 보러 가끔 한국에 오세요. 어머니는 “밥은 잘 먹고 다니냐”면서 매일 전화하시고요. 남동생은… 누나에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웃음)

10. 지금 혼자 지내나요?
키세스: 숙소 생활을 해요. 가끔 이모 댁에도 가요. 한국에 아는 친구가 많이 없어서 주로 혼자 놀아요. 이모 댁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혼자 카페에 가서 책 읽거나 음악 듣고… 그것보다 더 자주 있는 곳은 연습실이지만요.(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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