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동갑내기로 연기한 동생들이 저를 극 중 캐릭터인 마진주로 바라봐줬습니다. 진심으로 걱정해줬어요. 그 덕분에 진짜 같은 이야기가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무 살을 연기할 땐 되도록 뻔뻔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하하.”

최근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서 38세와 주부와 20세 대학생을 오가며 열연한 배우 장나라의 얘기다. 실제 나이보다 16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20세 연기에 이질감이 없었다는 반응에는 “함께 연기한 동생들 덕분”이라고 했다.

‘고백부부’는 결혼을 후회하는 38세 동갑내기 부부 마진주(장나라)와 최반도(손호준)가 이혼하려는 순간 20세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금토드라마에다 오후 11시 방송이라 처음엔 기대치가 낮았다. 하지만 신선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소비주도층인 20~49세 시청률 동시간대 1위, 화제성 지수 1위 등을 기록하며 뜻밖의 열풍을 일으켰다.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그 중심에는 장나라가 있었다. 장나라는 독박 육아와 소통의 부재로 지쳐가는 주부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코믹한 장면은 물론 엄마와 아들에 대한 사랑이 드러나는 감정 신까지 능란하게 소화해 호평받았다. ‘배우’ 장나라의 재발견이었다고 할까.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아서 100%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육아게시판 등을 읽으며 주부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고, 하병훈 PD님도 제가 느끼고 표현해야 할 감정을 섬세하게 설명해줬죠. 위로와 공감이 됐다는 시청자 반응에 말로 다 못할 행복을 느꼈습니다. 배우로서 엄청난 성과를 얻은 느낌이에요.”

특히 엄마 역의 김미경과 함께 하는 신은 매번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죽었던 엄마를 다시 만난 마진주가 ‘엄마 껌딱지’가 된 모습, 엄마와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이 공감을 일으켰다. 장나라는 김미경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남자 배우랑 멜로를 찍을 때모다 더 감정이 진했다”고 했다.

“김미경 선생님과는 2011년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선생님이 절 쳐다보는 것만 해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고백부부’ 촬영을 앞두고 내 엄마 역이 누구냐고 했더니 선생님이라는 거예요. 고민할 것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죠.”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배우 장나라 / 사진제공=라원문화
이른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만큼, ‘고백부부’는 장나라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웬만큼 감정이 진한 장면을 찍고도 돌아서면 훌훌 털어버리던 그가 ‘고백부부’ 종영 후엔 이틀 동안 술을 마셨다고 했다.

“평소에 눈물이 별로 없는데 이번 드라마는 끝난 뒤 이틀 동안 눈물이 났어요. 제 연기를 보면서 운 적이 없는데, 이번엔 두 번이나 울었죠. 그중 하나가 즉흥 여행 장면이었어요. 바다를 보며 다 같이 즐겁게 노는 장면인데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어요. 드라마가 끝나도 계속 만날 친구들인데도 마치 그들을 과거에 두고 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장나라는 드라마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사람’을 꼽았다. 함께 연기한 허정민·한보름·장기용·이이경·조혜정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유난히 예뻤어요. 그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처럼 까르르 웃음이 나왔거든요. 특히 붙어 다닌 보름이, 혜정이와는 놀이동산도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장나라는 2001년 1집 앨범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로 데뷔했다. 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시작으로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며 청춘스타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학교 2013’(2013) ‘운명처럼 널 사랑해’(2014)‘ ’너를 기억해‘(2015) ’한번 더 해피엔딩‘(2016) 등으로 쉼 없는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연기는 아직도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처음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대본 리딩 때 첫 대사를 뱉기 전까지 심장이 터질 것 같거든요. 시청자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배우의 존재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런 배우가 되도록 간절하게 노력하겠습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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