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최강 배달꾼’에서 열연한 고원희. 그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최강 배달꾼’에서 열연한 고원희. 그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고원희는 2010년 CF를 통해 데뷔한 후 ‘궁중잔혹사’ ‘고양이는 있다’ ‘별이 되어 빛나리’ 등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항상 사연 있는 캐릭터였고, 한계에 부딪혔다. 고원희는 지난 9월 23일 종영한 KBS2 ‘최강 배달꾼’을 만나며 틀을 깼다. “이 고원희가 저 고원희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부모님에겐 골칫거리인 말썽쟁이, 감정 표현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개념 금수저’ 지윤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발랄함을 맞춤옷처럼 소화하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고원희를 만났다.

10. 전작들에선 정적인 분위기의 인물들을 맡아왔다. 이번엔 색다른 변신이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고원희: 나 역시 지윤 역의 오디션을 제안 받고 깜짝 놀랐다. 공백기가 길어지다 보니 조급함도 있었고 연기 갈증도 있었다. 예전에 밝은 캐릭터 오디션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감독님이 ‘너는 로맨스나 코미디는 못 한다. 우울한 분위기가 있다. 사연 있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단정 지었다.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래서 이번에 지윤 역을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최강 배달꾼’ 감독님과 작가님 앞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편안한 분위기여서 내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왔다.

10. 부잣집 딸인데 가출을 감행했고 삼각김밥을 먹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윤을 맡았다. 캐릭터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고원희: 지윤이는 20년 동안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살았다. 처음 가출을 할 땐 성공보단 탈피의 목적이 더 컸을 거다. 가출로 시작해 독립까지 하고 직접 돈을 버는 모든 과정을 재미있다고 느낀 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던 것 같다.

10. 초반엔 강수(고경표)를 좋아했지만 티격태격하던 진규(김선호)에게로 마음을 틀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고원희: 지금까지도 작가님께 감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개가 통쾌했다. 지윤이에게 강수는 첫사랑 같은 존재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기에 훅 들어온 사람이라 첫눈에 반한 거다. 반면 진규와는 톰과 제리처럼 다투며 미운 정을 쌓았다. 때문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워낙 지윤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기도 했고. 하하.

10. 극 중 진규와 계약연애로 묶여 티격태격 하는 신이 재미있었다. 진규 역의 김선호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고원희: 너무 좋았다. 극에서 하도 티격태격하다 보니 실제로도 말을 놓게 되고 편안하게 웃으며 연기할 수 있었다. 애드리브도 많이 했는데 편집된 장면이 꽤 많다.

10. 삭제돼서 아쉬운 신을 소개해준다면?
고원희: 지윤과 진규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다. 지윤이 진규가 졸업한 대학교 이름을 듣고 “공부 잘했나봐”라고 했다. 진규가 “승마특기생”이라고 애드리브를 했다. 내가 “아 그럼 정유…”라며 말끝을 흐렸는데 편집됐다. 선호오빠와 ‘우리가 너무 많이 갔나봐’라며 아쉬워했다. ‘마음이 머리보다 빠르다. 마음이 시키는 걸 해. 뇌를 믿지 말고’라는 대사에도 공감이 많이 됐는데 편집돼서 안타까웠다.

10. 김선호와 케미가 좋아 두 사람의 분량을 아쉬워한 시청자들이 많았다.
고원희: 시즌2가 나온다면 진규와 지윤의 얘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KBS2 ‘최강 배달꾼’에서 열연한 고원희는 “힘들어도 연기가 좋아서 버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최강 배달꾼’에서 열연한 고원희는 “힘들어도 연기가 좋아서 버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청춘극인 데다 또래 배우들이 모였다. 촬영현장 전체가 화기애애했을 것 같은데.
고원희: 나는 보통 혼자 연기를 하거나 선호 오빠와 붙는 신이 많았다. 배달부들과 붙는 신이 많이 없어서 외로웠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에 대한 팬심이 깊어졌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나면 ‘어머, 드라마 너무 잘 보고 있어요’라고 했다. 경표오빠가 ‘우리 다른 드라마 찍냐’고 하더라. 하하. 그래도 나중에 경표오빠가 배우들끼리 모이는 엠티 자리를 주선했다. 이후로 많이 친해졌다. 단체 채팅방이 생겼는데 활성화돼 있어 드라마가 끝난 것 같지 않다.

10. 지윤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 실제로도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나?
고원희: 연기가 좋아서 뛰어들었는데 하다 보니 내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더라.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직업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갖고 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나 보다.

10. 힘들어도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고원희: 내가 좋으니까. 모든 일이 다 힘들다. 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쉽게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기라서 참게 된다. 버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직업이다.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물론 주위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을 낼 수도 있고.

10. ‘최강 배달꾼을 잘 마쳤는데,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고원희: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면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기분을 느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 연기가 재미있어지니 빨리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고원희: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 중이다. 예전에 선호오빠가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이 다시 찾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박정민 선배가 쓴 산문집 ‘쓸 만한 인간’엔 ‘난 연기를 못하니 적어도 한 시간 전엔 현장에 도착해서 준비한다’고 썼더라. 선배들이 한 좋은 말들을 모으는 중이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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