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토마스 크레취만/사진제공=쇼박스
토마스 크레취만/사진제공=쇼박스
“나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산 체제에서 억압받았던 기억이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죠. 사복 경찰이나 한 체제가 사람들을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은 일찌감치 할리우드에 진출해 ‘킹콩’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명한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여러 작품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가 첫 아시아 진출작으로 ‘택시운전사’를 택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취재하러 온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실재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은 느꼈죠. 그 당시 광주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힌츠페터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하려고 노력했어요. 저에게는 오히려 이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입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작품을 했던 토마스 크레취만. 그는 스스로를 ‘외국인 전문배우’라고 칭할 만큼 외국 생활에 익숙하고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낯선 환경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연기했지만 촬영 중반쯤 되면 적응을 마쳤고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한국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죠. 한국어는 저에게 굉장히 이국적인 언어였고 강세도 특이했기 때문에 문장이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도 알 수 없었어요. 문화적으로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내가 호의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했죠. 모든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느꼈는데 다음에 또 불러준다면 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웃음)”

토마스 크레취만/사진제공=쇼박스
토마스 크레취만/사진제공=쇼박스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송강호를 비롯한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과 작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에 대해 묻자 단번에 “그레이트(great)”라고 외쳤다.

“그가 한국 최고의 배우로 불린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았어요. 송강호는 가볍게 연기하다가도 어느 순간 전환해서 깊이 있고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이죠. 그와의 작업은 재미있고 쉽게 진행됐어요. 나는 한국말을 못 하고 그는 영어를 못해서 소통이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었어요. 정말 즐겁게 연기했습니다.”

독일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독일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맡는 역할은 한정돼 있어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나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죠. 그 외의 기회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 다양한 배역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번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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