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전 노련해지고 싶지 않아요.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모르게 노련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완벽한 것보다 조금은 부족하고 싶어요.”

변요한은 배우로서 늘 치열하게 고민한다.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제작 라인필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명민은 “변요한은 또래 배우들에 비해 생각이 깊고 자세가 좋아서 놀랐다”고 언급했을 정도. 완벽함을 추구할 것 같은 변요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천천히 가고 싶어요. 계속 공부해서 작은 표현이라도 다르게 연기하고 싶거든요. 그게 최선인 거 같아요. 뭔가 거창한 게 아니에요. 넘치지 않게, 조금은 모자라게. 고요한 게 좋아요. 호평, 혹평 모두 다 노력해야죠. 메시지의 감정을 울림 있게 전하고 싶어요. 지금 20~30대는 고민이 많을 거예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를 거고. 저도 마찬가지에요.”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김명민)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변요한은 아내를 구하지 못한 남자 민철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 타임슬립 장르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상엽 영화 주연 데뷔작을 치른 변요한은 두 번째 상업 영화로 타임루프 장르를 택했다.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죠. 신선하지도 않고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타임슬립을, ‘하루’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하는 만큼 확실히 공부를 하고 들어갔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거든요. 메시지가 중요했죠.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가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얘기해요.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어요.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했습니다. 타임루프라는 소재보다는 영화 속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가 좋아서 작품을 선택했죠.”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하루’는 도전적인 작품이다. 김명민과 변요한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혔고, 행동 하나로 조금씩 변화하는 상황과 감정 상태를 표현해야 했다. 사랑하는 이가 계속해서 죽는 고통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표현했다. “(소중한 이가 계속 죽는다는)영화 속 설정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상상할 수가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막막했지만 김명민 선배님이 한 달 전에 이미 촬영에 들어가서 모둔 시스템을 잡아뒀어요. 믿는 구석이 있었죠. 첫 촬영부터 명민 선배님의 멱살을 잡았는데,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힘들었지만 이미 가이드라인을 세워둔 선배님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촬영할 수 있었죠.”

김명민과 변요한은 SBS ‘육룡이 나르샤’에 함께 출연했다. 김명민은 변요한에게 ‘하루’ 시나리오가 간 걸 알고 적극적으로 변요한을 추천했다. 드라마 촬영 때 그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변요한은 “나 같은 후배가 대선배와 촬영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면서 “연기를 얼마큼 하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너무 대단해 보였다. 연기를 할 때 막막하고 딜레마가 있어서 질문을 던졌고,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오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 나간다고 해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연기하는 동안은 단 한명의 대중이라도 더 공감하고 교류하고 싶죠. 김명민 선배님이나 김윤석·이경영·이성민 선배님을 봤을 때 연기는 멋부림보다 클래식이더라고요. 본질에 충실해야죠. 전 현장에서 아는 척 하지 않았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질문했고, 선배님은 친절하게 답해줬죠. 문자도 해줬어요.(웃음)”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변요한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매 질문에 진지하고 진중한 답변을 하는 변요한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친구들과 있을 때 변요한은 어떤지 말이다. 그는 “내가 익숙한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친구들하고도 예의를 갖추는 걸 좋아한다. 남들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린 뜨겁다. 그런 사람들과 만날 때 더 힐링이 된다”고 웃어 보였다.

“어렸을 때는 성격이 소심했어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늘 오래 가져가는 편이었죠. 그런데 아버지가 유학도 보내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줬어요.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죠. 경각심을 가지고 최대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해요. 온전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성 있잖아요.”

변요한은 늦깎이 배우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연기자의 길에 쉽게 올라서지 못했다. 중국 유학 후 군대를 다녀온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09학번으로 뒤늦게 자신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독립영화계 전설’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연기를 어렵게 시작했어요. 잔머리를 굴려서 연기를 하게 됐지만, 진짜 연기를 시작하니까 잔머리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노력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독립영화를 찍다보니까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들과 ‘어떻게 연기를 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죠. 연기 선생님이 ‘연기는 언제까지 할지 모른다. 대신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늘 고민하고 치열하고 후회 없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요한은 김명민이 ‘이 놈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는 “책에 쓰인 글을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내 표현이 한명보다는 두 명, 세 명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똑같은 고민이지만 이게 나를 버티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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