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엠낫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은 임헌일, 양시온, 김준호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지난 2006년 브레멘으로 데뷔했다 해체, 각자의 길을 걸었다. 임헌일은 메이트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 활동했고, 양시온은 정준일, 이적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김준호는 스픽아웃의 드러머로 활동했고 또 뮤지컬 무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야말로 음악계를 종횡무진하던 이들이 아이엠낫으로 다시 뭉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그러므로 아이엠낫 데뷔 후 2년 만에 발표된 정규 1집 ‘홉(Hope)’에는, 더 오랜 시간이, 그리고 경험과 내공이 담겼다.

10. 다들 어떻게 지냈나.
임헌일: 우선 앨범 작업을 열심히 했고, 그 전에 솔로 활동도 했다. 올 초에 정기 공연 ‘독백3’을 열었는데, 그 시기부터 이번 앨범 작업을 위주로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임헌일은 호원대학교 실용음학과 교수로 출강했다).
김준호: 저는 생업을 했다.(웃음) 뮤지컬 ‘드림걸즈 내한 공연’,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한국 공연 등에 세션으로 참여했다.
양시온: 이 친구들이 바쁠 동안 제가 정규 1집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일동 웃음)

10. 앨범 작업과 여러 일을 병행하는 건 어땠나.
임헌일: 쉽지는 않았던 껏 같다. 가사도 만들어야 했고, 그래도 실질적으로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시온이가 많이 맡아줘서 꽤 수월했다.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일정에 맞춰 앨범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김준호: 당연히 (일정 내 앨범이 나오는 게)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작곡은 저도 참여를 했는데 편곡은 많이 참여하지 못해 미안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시온이가 자기만 믿으라면서 다 해줬다. 대단한 친구다.

10. 배로 노력한 만큼, 양시온의 감회가 남다르겠다.
양시온: 믿어주니까 할 수 있었다. 작업 했는데 ‘이거 이상하다’라고 했으면 안 했을 거다.(일동 웃음) 좋다고 응원 해주니까 잘 굴러간 것 같다
임헌일: 저희가 또 별로였으면 별로라고 했을 거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곡이 잘 나왔다. 편곡에 욕심이 나기도 했는데, 제가 어설프게 손을 대는 것보다 시온이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 만족스럽다.
양시온: 저도 만족한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런 아쉬움은 끝이 없는 거잖나. 어느 정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10. 아이엠낫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내는 정규 앨범이다.
임헌일: 저희가 2006년 브레멘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었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때 생각이 문득 났다. 당시 원년 멤버 그대로 모이지 못했지만, 그 시절부터 음악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었던 친구들과 10여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했다. 우리 잘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각자 성장을 해서 음악적인 역량도 넓어지고, 소화할 수 있는 색깔도 다양해졌다. 또 음악적으로 알고 지내는 인맥도 넓어져서 시너지가 생긴 것 같다.
김준호: 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친구들이다. 따로 활동할 때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가 돼 이렇게 같이 음악을 하게 됐다. 제가 기대한 것보다도 이번 앨범이 잘 나온 것 같아서 이 음악들로 공연이나 활동을 하는 것들이 기대가 된다. 또 이 다음에 할 작품들도 기대된다.

아이엠낫 정규 1집 재킷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정규 1집 재킷 / 사진제공=그래비티
10. 10여 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임헌일: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했다. 내가 돋보여야 하고 화려해야 하고, 이 곡 안에 내가 가진 걸 다 쏟아 부어야 한다는 욕심이 많았다. 이제는 그런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이 곡이 더 돋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이 음악이 어떻게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질 수 있을까, 그런 방법들을 나름대로 갖게 됐다.
양시온: 비슷한 맥락이다. 옛날에는 무조건 채워 넣어야 했다면, 지금 앨범들은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조금 더 곡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테면, 저희는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사나 노래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을 버릴 줄 알게 됐다. 이번 앨범도 밴드로서 보여줘야 할 것만 보여주려 했다

10. 앨범 타이틀은 ‘희망(HOPE)’, 타이틀곡은 ‘플라이(Fly)’다. 단어들이 갖고 있는 느낌이 밝고 긍정적이다.
임헌일: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먼저 곡들이 다 나왔었다. 가사 없는 곡들을 나열해 보니까 분위기에서 오는 느낌이 있더라. 저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지금 겪고 있는 일들, 지금 우리가 30대 중반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진정성 있을까, 그런 데 초점을 맞췄다. 희망하면, 가슴 벅찬 느낌도 물론 있다. 저희가 말하는 희망은 그것과 조금 다르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함께 나온 키워드들로 행복, 구원 등도 있었다.

10. 이전의 아이엠낫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임헌일: 이전까지 아이엠낫의 음악이 거칠고 선이 굵은 느낌이었다. 사실 ‘플라이(Fly)’는 제가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예전에 만들었던 곡이다. 아이엠낫 앨범에 이 곡을 싣게될 줄 몰랐다. 제가 솔로 1집 때 재킷 사진을 찍으러 경포대에 간 적이 있다. 경포대 일출을 보는데 기가 막히게 아름답더라. 그때 이 곡의 가사를 생각해냈다. 해가 하늘로 떠오르는 건, 날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누군가 노력해서 되는 모습이 아니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아름다움,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 다른 멤버들은 달라진 색깔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김준호: 좋았다. 헌일이가 원래 잘했던 걸 만들었다. 결정체 같은 느낌이랄까. 이전에 메이트나 솔로 임헌일에게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 담겼다.
양시온: 사실은 저희가 가장 잘 하는 음악이기도 했다. 브레멘이 블루스 밴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거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보자, 해서 이번 앨범이 완성됐다. 저희가 말하긴 그렇지만, 저희가 스펙트럼이 넓다.(일동 웃음)
김준호: 각자 경험이 많다. 또 세션맨의 경험이 있다 보니까 웬만한 장르를 다 소화한다.(웃음)

아이엠낫 임헌일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임헌일 / 사진제공=그래비티
10. ‘음악 천재들’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임헌일: 그거 저희가 소문내고 다니는 거다.(일동 웃음) 요즘 천재들이 많다. 큰 의미를 둔 말은 아니다. 진짜 천재는 정재일님 같은 분들이다. 이번에도 저희 음악의 편곡을 부탁드렸다.

10. 겸손한 답이다.
김준호: ‘곡을 써오자’고 하면 바로 다음 날 진짜 곡을 만들어내기는 한다.
임헌일: 저희 장점은 성실한 거다. 열심히, 게으르지 않고 계속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 원하는 게 분명하고 기술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신 그 좋은 결과물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10. 타이틀곡 ‘플라이’에 이승열이 피처링했다.
임헌일: 곡이 나오고 이승열 형님의 목소리가 생각이 많이 났다. 형님의 곡들 중에도 ‘비상’에 관한 곡들도 많다. 부탁을 드렸는데 기쁘게,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너무너무 감동 받았다. 한참 선배님인데도 저를 ‘프로듀서님’이라고 부르시고 제가 요구하는 대로 다 해주셨다. 최근에 라이브 클립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때도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했다.
김준호: 현장에서 작은 실수를 해도 계속 미안해하셨다. 저희가 만든 곡이니까 선배님이 익숙지 않은 것은 당연한데도 미안하다고 하셔서. 겸손하신 분이다.

10. 또 다른 작업 에피소드가 있다면.
임헌일: 일이 많았다. 새로 산 스피커가 나간다든지.(웃음) 그 외에도 여러 돌발 상황들이 있었다.
양시온: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잘 되려나 보다 했다.
김준호: 잘 될 징조라고 보고 싶다.

아이엠낫 ‘Fly’ 뮤직비디오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Fly’ 뮤직비디오 / 사진제공=그래비티
10. ‘잘 됐다’, ‘성공했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양시온: 기준이 되는 건 공연을 꾸준히 할 수 있고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을 받는 꿈도 꾸지만.(웃음)
김준호: 어떤 분야든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다면,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임헌일: 예전에는 그 기준이 단순했다. 내가 리스펙트할 수 있는 음악계 선후배, 동료들이 좋게 기억해주고 또 오래 듣고 싶어 하는 앨범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주변에서 훌륭한 뮤지션들이 음악을 그만두는 경우들이 있다. 투자한 앨범에 대해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지 않는다. 이다음에 퀄리티 있는 앨범을 또 만들려면 음원차트에서도 힘 써야 하고 공연도 더 잘 돼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말하는 건 아니다.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으면 한다.

10. 그런데 음원을 자정에 공개했다. 요즘 차트 개혁 때문에 정오 아니면 오후 6시를 선호하는 편인데.
임헌일: 이번 앨범이 감상하기에 0시가 좋지 않을까 싶었다.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잖나.
양시온: 정오는 식사하고 나면 졸리니까.(일동 웃음)

10. 대중들로부터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
양시온: 오래 듣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 10년 뒤에 들었을 때, 지금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
임헌일: 음악 만들 때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살면서 되게 좋은 순간들이 있잖나.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술을 한 잔 하면서 기분이 좋을 때, 그럴 때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기를 바란다. 저도 드라이브를 할 때 날씨가 좋으면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다.
김준호: 이번 앨범에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위로 받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사실 음악이 위로해준다는 것,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선공개곡 ‘해피티스(HAPPINESS)’가 발표됐을 때, ‘뻔한 위로, 말뿐인 위로가 아니라 공감되는 위로라 특별했다’던 분들이 많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얻았으면 좋겠다.

10. 마지막으로 활동 각오.
임헌일: 아티스트는 제목 따라 간다는 이야기가 있잖나. 덕분에 기분 좋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듣는 분들도 그렇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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