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조여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조여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인형 같이 예쁜 외모는 물론이고 듣기 좋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언니~”라고 외쳤다. 호감형의 이 여인이 어느 순간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어린 아이의 토끼 인형 귀를 가위로 자르며 분노를 드러냈고 사랑이라는 핑계로 한 가정을 뒤흔들었다.

지난 2일 종영한 KBS2 ‘완벽한 아내’에서 사이코패스 이은희 캐릭터로 열연한 배우 조여정은 달랐다. 외모 칭찬에 아이처럼 좋아했고 몸에 밴 애교로 인터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자신과 닮은 점이 단 한 구석도 없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조여정이 말하는 ‘완벽한 아내’, 그 뒷이야기.

10. 극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런 엔딩에 만족하나.
조여정: 너무 좋다. ‘완벽한 아내’는 본래 재복(고소영)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때문에 갖은 고난을 겪더라도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재복의 모습이 비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희(조여정)가 살아있다면 계속해서 재복의 인생을 흔들지 않았을까.

10. 역대급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조여정: 처음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시놉시스엔 ‘문제적 주부’라고 적혀있었다.(웃음) 은희는 참 이해불가 행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려웠다.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볼 때 거부감이 들까봐 걱정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캐릭터를 위해 힘써줘서 조금은 미움을 덜 받지 않았나 싶다. 저지른 악행에 비해서 말이다. 마지막에 은희가 죽을 땐 안쓰러웠다고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전달이 됐다는 생각에 기뻤다.

10. 악역임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조여정: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감사하다. 댓글 같은 걸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인들이 좋은 말들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말도 안 된다. 악역에게 이런 칭찬을 해주다니. 내 노력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찡했다.

10. 연기를 하면서도 은희가 정말 살벌하구나느꼈던 장면이 있을까.
조여정: 인형의 귀를 자르는 장면을 찍다가 ‘컷’소리를 듣고 나면 ‘얘 왜 이러나 몰라’라고 말했었다. 후반부에 정희(윤상현)의 방을 뒤지는 장면을 찍은 후에도 ‘얘 너무 싫어, 왜 뒤지는 거야’라고 했었다.(웃음)

10. 주변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조여정: 엄마가 매 회 드라마를 본 후에 메시지를 보내준다. 19회 방송 이후엔 은희가 집착증을 고친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해당 장면을 보고 엄마가 ‘반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 사실 속내를 숨긴 채 겉으로 괜찮은 척 하는 연기가 많이 힘들었다. 제대로 속여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실제로 속으니까 기뻤다.

10. 고민이 많았던 어려운 캐릭터였다.
조여정: 나와 비슷한 부분이 단 하나도 없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어려웠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자꾸 어려운 숙제에 던져져야 내가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언니~’라는 대사 하나에도 표정과 톤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안 어려운 대사가 없었다.

10. 고소영과의 투톱에 대한 생각은?
조여정: 고소영 언니는 내 최고의 스타다. 굉장한 미녀지만 ‘한 앵글에 잡히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냥 내가 스타와 만난다는 생각뿐이었다. 신기했다. 내가 배우를 하니까 고소영 언니랑 작품을 하는 날도 온다.(웃음)

10. 호흡은 어땠나.
조여정: 고소영 언니가 실제로 엄마다. 엄마가 가지는 여유가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극 중 재복은 언니가 가진 매력이 담긴 인물이었다. 은희가 그렇게 악행을 저질러도 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봐주고 괜찮으냐고 물어봐줬다.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마음 아닐까. 언니가 연기해서 비로소 완성된 캐릭터다.

10. 유일하게 은희를 감싸준 브라이언(차학연)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조여정: 조금 일찍 나타났으면 좋았을걸. 너무 귀여웠다. 내 편이 생겼다는 마음에 더 좋았던 것 같다. 뭐든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했다. 나도 학연이 나이의 동생이 있고 그 역시 내 나이의 누나가 있더라. 그래서 누나동생처럼 편하게 연기했다.

배우 조여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조여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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