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정소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9살 여배우가 한 작품에서 여고생과 40대 아저씨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에서 아빠와 몸이 뒤바뀐 딸 도연 역을 맡은 배우 정소민의 이야기다. 또래보다 5살 정도는 어려 보이는 앳된 외모를 가진 정소민에게 여고생 역은 비교적 수월했지만 40대 아저씨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마치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숙제 같았다. 하지만 정소민은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그리고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 정소민은 선생님에게 숙제를 검사 맡는 학생의 마음으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10. 영화를 본 소감은?
정소민: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는 거여서 나도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 영화를 찍은 지 좀 돼서 촬영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또 나 혼자 본 게 아니라 기자분들, 관계자분들과 함께 봐서 더 감회가 새로웠다.

10. 남녀가 몸이 바뀌는 설정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많이 쓰였던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정소민: 이미 아는 맛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안 먹지는 않는다. ‘아빠는 딸’도 그런 이치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바디 체인지 소재를 식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식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첫 번째 임무였던 것 같다. 또 요즘 웃을 일이 잘 없는데 우리 영화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기 때문에 관객들이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 극중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동안 이미지가 있지만,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고등학생 연기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정소민: ‘아빠는 딸’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생이라는 부담감보다 아저씨 연기를 해야 한다는 더 큰 숙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 고민할 새도 없었다. 동안 이미지 같은 경우에는 내 나잇대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자주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그보다는 오래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다.

배우 정소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정소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아저씨 연기에 많이 신경 썼을 것 같은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정소민: 일단 극 중 아버지 역을 맡았던 윤제문 선배님의 자세와 행동을 많이 관찰해서 따왔다. 대본리딩을 할 때도 서로 바꿔서 연습하고, 선배님을 뵐 수 있을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관찰했다. 그렇게 선배님의 행동이 몸에 익을 때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남자처럼 연기를 한다 한들 가장의 무게감, 고달픈 인생 같은 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아저씨처럼 보일 수 있게 많이 노력했다.

10.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도 그렇고, 영화 ‘아빠는 딸’도 모두 아버지에 관련된 작품이다.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듯한데?
정소민: 나 역시 ‘아빠는 딸’의 도연이처럼 아버지에게 살갑지 못하고, 학창시절에는 아버지가 괜히 무섭고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다가 20대가 넘으면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고 두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더 변하게 된 것 같다. 최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극장에서 영화도 봤다.

10. 전작 ‘마음의 소리’에 이어 ‘아빠는 딸’까지 주로 코미디 장르를 하는 건 자신이 있기 때문인가?
정소민: 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코미디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내가 가장 못 할 것 같은 장르였는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빠는 딸’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너무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려고하니 너무 막막하더라. 언제 어떻게 치고 빠져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런 센스 같은 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미 상황이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으니 나는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촬영에 임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 편해졌고, 그 다음 ‘마음의 소리’를 찍었을 때는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생기더라.

배우 정소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정소민/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어느덧 서른을 앞두고 있다. 30대가 된 정소민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있나?
정소민: 아직 30대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에 대한 판타지는 가지고 있다. 굉장히 어른스러울 것 같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나이다. 빨리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아직은 애인 것 같다. (웃음)

10. 데뷔한지 8년 차가 됐다. 지난 8년을 되돌아보면 어땠나?
정소민: 데뷔 초에는 정말 정신없이 뭣도 모르고 활동했었다. 중간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반면, 지금은 마치 직장인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 보니 최근 연달아서 사전제작 작품을 했는데, 한 작품 끝내고 쉬고 한 작품 끝내고 쉬고 반복하니까 안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다.

10.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정소민: 사실 ‘잘 된다’라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 딱 여기까지였고, 그 외에 인기나 대중의 관심 같은 건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묵묵하게 연기하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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