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악인은 많았다. 그런데 그 악인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재욱은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를 통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김재욱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특유의 퇴폐미와 섹시함이 어우러지며 모태구라는 대체불가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에게 물었다. 대중들이 왜 이렇게 모태구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답했다. 데뷔 16년차 배우 김재욱은 자신의 내면에 축적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그 여파는 꽤나 컸다.

10. ‘보이스’가 종영한지 꽤 지나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김재욱 : 원래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막상 끝날 시점이 되니까 모태구를 말로 어떻게 풀어야 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든 말로 풀어야겠다고 느꼈다.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게 됐다.

10. 그만큼 캐릭터가 주는 여운이 강렬했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될까?
김재욱 : 이 순간 내가 모태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작품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남아 있다. 어떻게 해소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더라. 작품이 끝나고 다시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과정인데, 잘 흘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10. 김재욱의 ‘보이스’ 캐스팅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김재욱 : 최대한 잘 숨겨서 가자는 작전을 짰는데 기사가 나갔다. 특별 출연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보이스’에 출연한다는 게 공식화가 돼있었다. 초반에는 입만 나왔는데 시청자들이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나를 백성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고,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나.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다는 걸 실감했다.

10. 모태구 역에 어떤 식으로 접근을 했는지.
김재욱 : 모태구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에너지가 잘 표현되길 원했다. 어려웠다.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상류층의 대기업 오너로 있을 때의 모태구와 완전히 본능에 몸을 맡기고 살인 행각을 하는 모태구의 갭(Gap)이나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모태구를 더욱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했다.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10. 모태구 역을 위해 참고했던 캐릭터가 있다면?
김재욱 : 대본을 받고 제작진을 만나 얘기를 하면서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을 생각했다. 모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고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영화를 다시 찾아서 봤다. 살인 행각을 위한 연습을 하거나 사이코패스에 대해 찾아본 것은 없었다. 모태구가 살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췄다. 패션적으로는 슈트가 주는 신뢰가 분명히 있었다. 본성이 안 보이는 옷 중에 하나가 슈트다.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한기나 차가움에 도움을 받았다.

10. 슈트가 잘 어울려서 모태구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김재욱 : 모태구가 악인이지만 매력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슈트가 잘 어울린다거나 멋있다는 칭찬은 기분 좋은 덤이었다.

10. 배우로서 악인을 연기하는 매력은?
김재욱 : 성향이나 감정이 극단에 치달아있는 인물은 매력적이다. 호기심이 가고 탐구를 해보고 싶다. 표현하는 작업이 즐거울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완전히 반대로 내 옆에 있는 사람같은, 친근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10. ‘보이스’가 방영될 때 유독 악인 캐릭터가 많았다. 그런데 대중들은 모태구에 가장 큰 열광을 보여줬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김재욱 : 미드(미국 드라마)에는 모태구 같은 결을 가진 캐릭터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장르물 자체도 제작이 많이 안 된다. 아마 OCN이라는 채널에서 ‘보이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태구가 이렇게까지 표현이 된 것 같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류층이 소위 말하는 미친 광기를 오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던 게 아닐까. 아, 어떻게든 내가 잘났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웃음) 아마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그만큼 내 에너지가 축적이 돼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매 촬영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다. 아마 여러 요소가 다 섞여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10. ‘보이스’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김재욱 : 마지막 장면에서 모태구가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시즌2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 모태구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다. 뭐가 됐든 시즌2가 제작되면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할 것이다. 시즌제 드라마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드라마 환경도 시스템이 잘 다듬어지고 갖춰져서 시즌제로 갈 수 있으면 한다. ‘보이스’가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김재욱 / 사진=더좋은 이엔티 제공
10. 모태구를 연기하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을 꼽자면.
김재욱 : 김재욱이 모태구 같다는 말이 좋았다. 지인들도 많이 좋아해줬다. 사실 내 작품을 모니터하는 사람들은 아닌데 ‘보이스’를 재미있게 보면서 나한테 ‘잘하고 있다’는 응원도 많이 해줬다.

10.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김재욱 : 20대 때는 캐릭터가 중요했다. 30대 때는 작품 전체를 생각하게 됐다. 이 역할이 작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피게 됐다. 관점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자신감이 없거나 나와 어울리지 않은 옷이라고 판단이 되면 아예 배제를 해왔다. 지금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그런 캐릭터라도 선택하려고 한다. 전보다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자 하는 것이 바뀌었다. 30대 때부터 후회가 남지 않을, 떳떳한 선택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10. 김재욱은 어떤 배우이고 싶은가.
김재욱 : 배우로서는 늘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역할이나 비중이 어떻든 김재욱을 늘 궁금해해주셨으면 좋겠다.

10. 월러스라는 밴드 활동도 하고 있지 않나.
김재욱 : 음원 발매나 공연을 못한지가 꽤 됐다. 1년이 넘었다. 월러스는 프로젝트 밴드에 가깝다. 각자 본업이 있다. 자기 필드에서 열심히 하다가 뭉친다. 빨리 만남을 추진하고 싶다.특별한 장르를 지향하기보다 그때그때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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