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역적’
‘역적’
“위를 능멸하는 풍습을 통렬히 뿌리 뽑으라”

7일 방송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 12회는 무오사화로 광기를 폭발시키는 연산(김지석)에게 현미경을 들이대며 몰입도를 높였다.

할아버지 세조에 대한 추문을 듣고 분개한 연산은 할아버지를 능멸하는 것은 왕인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역모라 여기며 반역의 흔적을 찾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 사초에 손을 뻗었다. 출세에 목말라했던 서자 출신 유자광은 조의제문(옛날 중국 초나라의 황제였던 의제가 신하였던 항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슬퍼하는 내용)을 세조가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것을 은근히 빗대어 세조의 잘못을 이야기한 글로 둔갑시켰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간신과 광기에 사로잡힌 폭군이 만든 파장은 지독했다. 연산은 조의제문을 쓴 김종직의 관을 열어 목을 베라고 명령했다.

‘역적’은 출생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입신양명에 눈이 먼 인물과 그 욕망을 기민하게 이용하는 연산을 중심으로 무오사화를 새롭게 펼쳐냈다. 서자 출신인 실존 인물 유자광은 물론, 길동(윤균상)의 형 길현(심희섭) 역시 그 축이다. 증광시에 붙어 입궐한 길현은 씨종의 아들로 살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회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연산에 충성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빛났던 것은 긴 세월 잠재워둔 분노를 터뜨린 연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것을 안 아들, 신하들의 성화에 숨도 자유롭게 쉬지 못했던 왕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했다. 연산의 분노를 착실하게 쌓아온 김지석은 무오사화로 급변하는 연산을 터질 듯이 그렸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결과다. 김지석은 “미리 짐작하고 계산한 결과가 아니라 내가 현장에서 오롯이 느끼는 감정에 더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연산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김지석이 펼칠 광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오사화로 절대 왕권을 거머쥔 연산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 김지석은 앞으로 더 짙은 광기를 장착할 연산의 앞날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김지석표 연산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되는 ‘역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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