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JTBC ‘한끼줍쇼’ 방현영 PD /사진제공=JTBC
JTBC ‘한끼줍쇼’ 방현영 PD /사진제공=JTBC
JTBC ‘한끼줍쇼’의 방현영 PD는 전라남도 광양 출신인 것을 밝히며, 어릴 적 서울이 너무나 궁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방 PD의 지인들은 “서울에 뭐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재미없을 거란 편견이었다. 그러나 ‘한끼줍쇼’는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르고 있었던 내가 사는 동네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매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0. 시골 인심을 노리면 한 끼 얻어먹는 것은 쉽지 않을까? 왜 담벼락 높은 동네의 초인종을 누르는 건가?
방현영 PD: 일리 있는 말이지만 ‘한끼줍쇼’의 처음 콘셉트는 도시의 저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제작진·시청자·MC 모두 도시에 사는 사람인데 정작 우리 동네에 대해 단편적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는 동네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정을 짜고 싶었다.

10. 방송 초기에 초인종을 누르는 원초적인 미션에 비판적인 시선들도 있었다.
방현영 PD: 제작진도 그렇게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심이 좋고, 대문을 열어주기 쉬운 시골보다 도시에서 이런 미션을 해결할 때 의미도 있고 임팩트도 크다고 생각했다. 도시인들이 도시인들의 저녁으로 어렵게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10. ‘한끼줍쇼’가 방문하는 동네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특색이 있다.
방현영 PD: 정말 미묘하게 다르다. 심지어 동네 개들의 눈빛조차 다르다. 청담동은 확실히 다른 동네에 비해 경비가 삼엄했고, 부산 초량동에선 촬영하고 있으면 이웃주민들이 나와 어떤 집들이 있는지 일일이 설명해준다. 평창동은 대부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걸어다니는 우리들을 보고 신기하게 쳐다보더라.

10. 동네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방현영 PD: 초반에는 초인종 누를 수 있는 집들이 많은 동네들이었다. 활기찬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주민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적절히 섞인 동네들을 많이 택했다. 그러다 점차 특색 있는 동네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청담동은 엄두가 안 났지만 풍경을 보여주자는 느낌으로 갔었다. 지난주와 다른 느낌을 주는 동네를 고르려 노력했다. 이제 네 달 가까이 다니니 특색 있는 동네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도 사전 답사를 다니다 보면 아직도 잘 모르는 동네들이 나온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부동산 시세도 알게 된다.(웃음)

JTBC ‘한끼줍쇼’ 서래마을 편 / 사진제공=JTBC
JTBC ‘한끼줍쇼’ 서래마을 편 / 사진제공=JTBC
10. 사전 답사는 어떻게 하나? 버라이어티 게임 만들 때처럼 제작진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없을 텐데?
방현영 PD: 우리가 한 끼 달라고 벨을 눌러볼 수 없으니 답사를 정말 꼼꼼하게 한다. 주택가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린이대공원이나 벽화 골목처럼 가볼 만한 곳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실패할 때를 대비해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미리 파악해둔다.

10. 어느 정도 ‘한끼줍쇼’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지지 않았나? 방송 초창기에 비해 문이 열리기 쉬워졌을 것 같은데?
방현영 PD: 생각보다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열어주는 분들도 많다. 우리도 과연 어떤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는 걸까 고민해봤다. 사실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것에 쿨한 분들이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10. 매주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사람 사는 느낌이 난다.
방현영 PD: 성수동에서 처음 한 끼를 먹었을 땐 얼떨떨해서 몰랐는데 그 다음 창신동에서 할머니와 손녀를 만나고 확신했다. 우리 일찍 폐지는 안 되겠구나.(웃음) ‘한끼줍쇼’의 생명력은 문이 열릴 때마다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있다. 여기에 새로운 밥동무가 함께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패턴이 만들어지지만 않는다면 매주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재미있어 질 것 같다.

10. ‘한끼줍쇼’는 동네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프로그램 같다.
방현영 PD: 맞다. 동네는 고를 수 있지만 사람 냄새, 다양한 가족들은 우리가 미리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가장 정확히 안다. 이들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순간의 진정성은 섭외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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