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배우 최민호로 돌아왔다.

숱한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넓혀왔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 속 진일은 인생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미소년의 아이콘이 도전하기엔 쉽지 않았을 캐릭터. 최민호는 해냈다. 그것도 아주 잘.

최민호는 연기에 대한 칭찬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은데 좋게 봐줘 얼떨떨한 마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과거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고 성장하기 위해 애썼다. 최민호의 미래를 더욱 기대케 만든 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10. 영화 크래딧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가수로서 무대에 섰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최민호: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할 때는 반응이 LTE급으로 온다. 디테일한 것 보다는 조금 더 과자해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영화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마치고 그것이 전달되기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설렌다.

10. 최민호의 무대를 보는 사람은 팬이라면, 영화는 불특정 다수가 본다.
최민호: 최근에 서울 외곽지역에 사는 친구가 ‘두 남자’를 봤다고 하기에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다고 하더라. 어르신들이 내가 출연한 작품, 내 연기를 봐준다는 게 그저 신기했다.

10. 처음부터 연기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준비과정을 걸쳤을까?
최민호: 2010년에 단막극으로 첫 연기에 도전했었다. 지금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연기에 대해 지금보다 더 무지한 상태였다.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렀다. 잘 하고 싶은데 한계가 생겨 고민이 많았다. 처음으로 돌아가 나를 찾아가는 과정부터 시작했었다.

10. 스스로를 깨닫는 과정이란 게 어떤 말인가?
최민호: 고등학생 때, 연습도 많이 못한 상태에서 데뷔를 했다. 데뷔 초가 슬럼프였다. 내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데 그걸 감추고 연예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완벽해보이고 싶고, 성숙한 척 하고 싶었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10. 생각에 변화를 맞은 계기가 있나?
최민호: 샤이니 앨범이 나오고,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했는데 연기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작품은 없고 계속 삐거덕거리기만 했다. 뭐가 잘못됐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방송과 실제 내 모습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10. 그렇게 두 남자를 만났다. 가출청소년이라는 캐릭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민호: 왜 극중 진일이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진일과 나의 공통점은 남자라는 점 하나였다.(웃음) 나는 따뜻한 가정환경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학교 땡땡이도 친 적이 없었고 데뷔 이후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내 소중한 기억을 지우게 됐다. 콘서트를 했던 기억,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먹었던 기억 등을 지우고 나니 진일과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고 나니 두렵더라. 자꾸 스스로를 구석으로 모는 모습을 연기하며 말 못할 감정들이 많이 생겼다.

10. 외적으로도 진일과 가까워졌다고 확신한다. 담배며 욕설, 자연스러웠다.
최민호: 연기를 하는 데에 있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담배였다. 처음 감독님과 미팅을 할 때도 담배를 못 핀다고 하니 ‘안 펴도 된다. 연기를 잘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담배의 유무가 이미지 구축에 큰 힘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루에 수십 번씩 고민했다. 잠을 자다가도 눈이 떠지더라. 결국 대본을 다시 정독한 이후에 담배를 피겠다고 감독님께 말하니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아니 그 안 좋은걸 왜 피냐’고 하시더라.(웃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용기가 생겼다.

10. 실제로 피지 않고 연기만 할 수도 있었지 않나?
최민호: 흡연자가 내 연기를 보고 ‘뭐야 가짜네’라고 하는 것이 싫었다. 가짜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담배를 사고 뜯고 입에 물기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 크랭크인 전에 바로 담배를 시작했다. 헛구역질하고 밥맛도 떨어졌지만 ‘캐릭터를 위해서야’라고 스스로를 응원했다.

10. 끊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최민호: 솔직히 못 끊을 줄 알았다. 일어나서 스케줄 가기 전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물게 되더라. 영화 촬영을 마친 후에 2주는 더 폈었다. 스스로와 한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이 되기 싫어 담배를 버렸다. 다음날 허벅지를 엄청 꼬집었다.

10. 다 연기 열정으로 보인다. 연기가 그렇게 좋은가.
최민호: 연기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한테 뭐라고 한다. 현장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연기의 매력이다. 또 작품을 끝냈을 때 남는 소중한 경험이 너무 좋다.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배우 최민호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10. ‘연기돌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최민호: 선입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을 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나 역시 인정을 받을 만큼 열심히 해서 조금씩 나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

10. 다방면에서 활동을 한다는 게 지칠 수도 있겠다. 너무 바쁘니까.
최민호: 몸이 딱 3개였으면 좋겠다. 연기를 하는 몸, 가수를 하는 몸, 쉬는 몸까지. 그래도 자신할 수 있는 건 내가 체력이 강하다는 거다. 주변에서는 ‘너 이러다가 죽는다’고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단지 스케줄이 겹치는 경우에 더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두 남자’를 선택할 때도 잠을 못 자도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정말 안 재우더라.(웃음)

10.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다. 수많은 청소년 팬들이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아쉬운 점은 없을까?
최민호: 영화 심사에서 청불 판정을 받은 날 감독님께 ‘저희 영화…청불이네요…’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솔직히 15세 관람 등급을 받을 줄 알았다. 그래도 감독님이 영화는 역시 청불이라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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