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다윗은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고민 끝에 이다윗은 도전할 것을 택한다. 그렇게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한 이다윗은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한다.

이다윗은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에서 자폐 성향을 가졌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 역을 맡았다. 연기 경력 14년 차인 그에게도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지만, 이다윗은 자신을 향한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또 한 번 멋지게 성장했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이다윗: 내 캐릭터에 대한 걱정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도 크게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다행이다.

10. 극 중 캐릭터가 자폐를 가진 역이다. 선뜻 출연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이다윗: 처음 대본을 받고 읽어봤는데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모르겠더라. 원래 다른 캐릭터 같으면 한두 번 보면 대충 이런 느낌이겠다 감이 오는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고민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못 하겠다고 말씀드려야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날 자기 전에 ‘레전드’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톰 하디가 연기를 미친 듯이 잘했다. 그 영화에서 톰 하디가 1인 2역을 맡아서 연기하는데 그걸 배우가 직접 제안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톰 하디도 계속 도전하고 그런 과정이 쌓여서 지금의 톰 하디를 만들었을 텐데, 나는 항상 인터뷰에서 ‘영화계에 중심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도망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지금은 내가 쌓아가야 할 시기고, 많은 거름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못 해도 내가 얻는 게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한 번 해보자는 생각 들었다.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영화를 찍으면서 괜히 했다 싶은 적은 없었나?
이다윗: 찍으면서 계속 막막했다. 생각만 해도 불안하고 떨렸다. 그래서 맨날 감독님한테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영화 내내 도와주시던 지적장애 심리 상담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공부하고 배웠다. 혼자서 생각하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서 감독님을 많이 찾아갔다.

10. 감독님을 찾아가면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
이다윗: 감독님도 명쾌하게 답을 주시지는 않았다.(웃음) 대신 ‘같이 만들어가자, 같이 고민해보자’고 하셨다.

10. 얼마전 VIP 시사회를 마쳤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이다윗: 원래는 영화가 나오면 시사회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영화를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떨리더라. 이렇게 떨린 적은 처음이다. 사람들을 초대해놓고도 너무 떨렸다. 그런데 다행히 다들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셔서 조금 안심됐다.

10. 언론시사회 후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이다윗: 주변에서 기사를 많이 보내주신다. 유지태 선배님도 나에 대한 칭찬 기사가 있으면 문자로 보내주신다. 그런데 또 관계자들이 보는 거랑 관객들이 보는 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떨린다. 이렇게 개봉이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다.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볼링이라는 소재가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는데?
이다윗: 그렇다.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지금까지 없었고, 나에게도 볼링은 생소했다. 그래서 관객분들이 어려워하실까 봐 걱정했었는데, 일단 영화를 보면 볼링을 치는 장면이 큰 화면에 담기고, 핀이 넘어가는 소리도 경쾌하고, 통쾌하다. 나 또한 볼링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아니었는데, 영화를 보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없었다. 그래서 관객분들도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10. 유지태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이다윗: 일단 그렇게 온화한 미소를 처음 봤다. 너무 자상하시고, 잘 챙겨주셨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내가 연기하기 편하게 선배님께서 90% 정도 상황을 다 만들어 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하나씩 던지기만 하면 됐다. 선배님이 이미 그 신을 만들어 놔서 부담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었다.

10. 영화 속에 먹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고생 많이 했다던데?
이다윗: 정말 많이 먹었다. 권해효 선배님, 유지태 선배님, 이정현 선배님과 중국집 원탁에 않아서 자장면 먹는 신이 있었는데, 다섯 그릇을 먹었다. 다들 눈치껏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선배님들은 옆에서 연기하시는데 눈치 볼 정신도 없었다. 차라리 먹는 게 편하더라. 그런데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위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웃음)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다윗이 1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중 어느 게 더 본인에게 잘 맞는 것 같나?
이다윗: 캐릭터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 영화의 포맷이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드라마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호흡이 빠르고, 짧은 순간에 어떻게 캐릭터를 보여줄지 계산해서 연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런 게 힘들고 어려웠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

10. 인생의 반 넘게 연기를 했는데 지치는 순간은 없었나?
이다윗: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해 회의감이 든 적은 많다. 내가 연기를 오래 해왔고, 좋은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해’ 이런 부담을 갖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성장을 못 하는 것 같을 때 부담을 많이 느낀다.

10. 그런 부담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
이다윗: 일단 맡은 역할을 나 스스로 만족스럽게 잘 해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연기를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셨을 때 그런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풀린다.

10. 영화 ‘스플릿’이 본인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이다윗: 엄청 힘들었고, 고민했었고, 답답했던 작품. (웃음) 그래서 나중에 혹시라도 연기에 대해 나태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 이거 찍으면서 고생했고, 고민했고, 어려웠지만 내가 도전했었지’ 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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