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개그콘서트’에서 걸쭉한 사투리로 웃음을 안겼던 양상국을 떠올렸다면, tvN ‘소사이어티 게임’을 보고 소름이 돋았을지도 모른다. 코미디언 양상국은 두 개의 대립된 사회(마동, 높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지난 16일 첫 방송은 물론, 2회에서도 그는 마동의 리더로서 누구보다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해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웃음을 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생소했지만, 그래서 좋았다.

‘최고의 리더를 뽑는다’는 말에 흔쾌히 출연을 허락했고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생존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 ‘소사이어티 게임’으로 많은 걸 얻었다는 양상국은 언제까지나 개그맨이란 자부심, 베풀 줄 아는 따뜻함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을 조금 바꾸니,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10. 2회가 방영됐다. 첫 회는 멤버들과 다 같이 모여서 봤다고 하던데.

양상국 : 2회는 다 모여서 보지 않았다.(웃음) 그래서 SNS 단체 대화방이 쉴새 없이 울렸다.

10. 다 같이 볼 때와 혼자 볼 때가 다르던가.
양상국 :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라는 의문이 드는 건 똑같다.(웃음) 같이 볼 땐 옆에 있으니 직접 물어볼 수 있었지만, 2회는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확인했다.

10. 2개월 이후 방송되는 만큼, 다시 찍는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양상국 : 사실 24시간을 찍었기 때문에 방송에 나오는 분량은 정말 짧다.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내가 저랬었나?’ 싶을 정도니까.(웃음) 밥을 지어먹는 과정은 사실 프로그램에 필요 없는 부분이니까 생략됐다. 정치적으로 세고, 독하게 했던 말과 상황들만 나오는 거다. 같이 한 입장에서는 출연자들이 욕을 먹으니까, 마음이 아프더라.

10. 욕먹을 각오는 하지 않았나. 예상했을 것 같은데.(웃음)
양상국 :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기준점이 다르더라. 이 프로그램은 정말 사람의 본심과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제작진이 참 잘 만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은 사회를 하나 구성해 놓고, 배신을 하라고 자리를 만들었지 않나. 방송을 보고 느낀 건, 우리 역시 살아남는 것에만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 회에서 (윤)마초가 욕을 많이 먹었다. (신)재혁이가 떨어졌을 때는 모두 놀랐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의 연속이다.

10. 출연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양상국 : ‘최고의 리더’를 뽑는다기에 쉽게 결정했다. 두뇌, 신체, 감각 세 부분이라는데 두뇌를 안 하면 되는 거니까.(웃음) 리더로서의 자신감은 있어서 선뜻 출연하겠다고 했다.

10. 프로그램을 하면서는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양상국 :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마찬가지다.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2회 때 보인 눈물이 또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양상국 : 나도 보면서 ‘갑자기 왜 울지?’ 싶었다니까.(웃음) 신재혁이 떨어지자마자 운 게 아니라, 멤버들과 정이 정말 많이 들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그 더운 곳에서 장작을 피우며 다 해먹이면서 누군가를 밟아야 한다는 게 힘들어졌다. 내가 내일 할 수 있을까, 우리 애들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싶었다. 2박 3일 수학여행에서 캠프파이어를 할 때도 우는데(웃음) 모략질을 해도 우린 살을 비비면서 밥을 해 먹은 사이다. 그게 컸다. 복잡한 감정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

10. 초반부터 그랬다면, 할수록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양상국 : 제작진이 진짜 무서운 것 같다. 같이 밥을 해 먹고, 자게 만들었지 않나. ‘더 지니어스’의 경우에는 게임을 마치고, 팀원을 배신하더라도 집에 가면 된다. 다음 녹화 때까지 배신한 친구랑 밥도 먹고, 인간적으로 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나. 근데 ‘소사이어티 게임’은 배신을 해도 같이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는 거다. 그게 너무 무서웠다.

10. 우는 모습을 앞으로도 더 볼 수 있겠다.(웃음)
양상국 : 매주 운다.(웃음) 우리가 울면, 다음은 저쪽에서 울고.

10. 울기도 하겠지만, 진심으로 화나는 순간도 있을 텐데.
양상국 : 그건 갈 수록 더 세다.(웃음)

10. TV 화면에서도 느껴지더라. 더움이…올 8월 얼마나 더웠는지 모두가 아는데, 정말 고생했겠다. 폭염에 이성적인 판단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양상국 : 리더라 어느 정도는 시원한 곳에서 잤다. 다른 친구들은 문 칸막이도 없는 상태로 잠을 잤다. 올여름, 집 앞에서 잤다고 보면 된다.(웃음) 그리고 방에서 나오면 강렬한 햇빛에, 불도 직접 피워서 밥을 했다. 덥지, 짜증 나지,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웃음)

10. 2회가 방송됐고, 종료될 때까지 주위에서 결과를 계속 물어볼 텐데. 함구하는 것도 힘들겠다.
양상국 : 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 본 사람들은 다 궁금해한다. 근데 그걸 알려주지 않는 재미도 쏠쏠하다.(웃음) ‘그냥 봐’ 그런다. 알고 보면 재미없다.

10. 1, 2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착한 척’에 대한 반응도 많았다.
양상국 : 연예인이고 이미지 관리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는 그게 한계가 있다. 24시간을 그 공간에서 있는데, 연기와 가식이 쉽지 않다. 1, 2회 때 보여준 행동에 있어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가식은 하나도 없었다. 가식이라면 다 알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었다.(웃음) 상금 배분과 블랙리스트에 아무도 적지 않은 건, 그때의 진심이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상형의 리더 방식을 보여주려고 했다.

10. ‘소사이어티 게임’을 하기 전과 후, ‘리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아니면 여전한가.
양상국 : 약간의 변화는 있다. 그렇지만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0. 게임을 진행하면서, 블랙리스트에 아무도 적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아쉬움은 없었나.
양상국 : 전혀. TV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나 역시도 지금 시청자인데 누군가를 쓰는 게 맞을 수도 있고, 그게 통쾌하고 멋있을 수도 있다. 정답은 없는 건데, 리더라면 끝까지 같이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블랙리스트로 죽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임에 져서 상대편이 죽는 것만 봐도 슬픈데, 같이 밥 먹고 생활한 팀원을 블랙리스트로 죽여야 하나, 그 사람은 이유도 모른 채 나가는 것 아닌가. 마음이 불편했다.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마동의 리더가 아닌, 실제 양상국의 삶도 그런가.

양상국 : 내가 사는 방식은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사람들에게는 다 퍼준다. ‘소사이어티 게임’을 통해서 엄청난 걸 느꼈다.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정이 들 수 있구나라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10. 가치관도 조금 달라졌나.
양상국 : 시청자들은 ‘내가 리더라면 잘 할 거다’라고 생각할 거다. 근데 리더를 하는 동안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선택이 중요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았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정말 무서운 게임이다.

10. ‘소사이어티 게임’ 속 양상국 리더는 스스로 만족스럽나.
양상국 : 나름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1, 2회와 3회 예고편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더라.(웃음) 잘했다고 믿었는데, ‘저랬어?’라는 게 많다 보니까…이제 모르겠다.

10. 사실 리더의 자리는 쉬운 게 아니다.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위치이고. 비단 ‘소사이어티 게임’ 속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양상국 : 내가 믿음을 준 만큼 상대도 그랬으면 한다. 의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의리로 살아왔고, 배신의 느낌이 든다면 다시 안 보면 된다.

10. 자를 때는 확실히 자르는 성격인가 보다.
양상국 : 실제로 안 본다. 좋은 사람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불순한 의도와 생각을 지닌 사람과는 안 보면 그뿐이다. 이용만 하려고 하는 사람을 안 만나면, 그 사람이 손해인 것 아닌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내 사람에게는 해줄 수 있는 만큼 다 해준다. 그러고 싶다.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10. 높이 날아올랐을 때, 행복하지 않았다고. 가슴 아픈 말이더라.
양상국 : 슬럼프라기 보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엄청난 꿈을 갖고 왔다. 버라이어티에 진출하고 싶었고, 그게 최종 목표였다. 그걸 한다면 내 인생의 목표를 다 이뤘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목표였다. KBS2 ‘인간의 조건’을 할 때가 서른 즈음이었다. 프로그램도 잘 됐고, 시청자들도 좋아해 주시더라. 그 때 다 이룬 거다. 시골에서 큰 꿈을 안고 왔는데, 설마 이룰 줄 모르고 목표로 삼은 걸 이룬 거다. 다음부터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멍한 상태가 됐다. 예를 들면 그때 유재석, 강호동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행복한 게 없었다. ‘개그콘서트’ 를 위해 출근을 할 때도 공허했다. ‘개그콘서트’에 합격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심부름만 하는데도 즐겁고 설레고. 프로그램의 가장 마지막 코너 ‘네가지’를 하고 있는데도 행복하지가 않더라. 당시엔 힘들다고 이야기도 못 했다. 막내들은 그때 나를 보면서 ‘행복해보인다,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오히려 후배들이 더 행복해보였고, 부러웠다.

10. 지금은 완전히 극복한 것 같다.
양상국 : 벗어나고 느꼈다. 한동안 활동이 뜸할 때 여행을 많이 다녔다. 정말 행복했다. 그 누가 나보다 돈이 많고, 잘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을 달리하면, 행복해지더라. 모든 건 자기 기준이라는 걸 느꼈다.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양상국/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버라이어티 중에서도 정말 힘든 프로그램만 연이어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에 MBC ‘진짜 사나이’, 그리고 이번 ‘소사이어티 게임’까지.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잘 맞나.

양상국 : 그런 것 같다. 하면서도 느끼는데, 더 맞다. ‘인간의 조건’부터, 뭐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어릴 때 가재 잡고, 산에서 놀던 애라 그런지 그게 좀 다른 것 같다.(웃음)

10. 무대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이 버라이어티로 갈 때,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 그래서 ‘못 한다’는 편견이 있고, 이제는 또 바뀌어서 개그맨은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머리를 쓰는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낼 거라고 기대한다. 부담이 클 거다.
양상국 :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고, 배우와 가수보다 멋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개그맨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한 편이다. 그래서 자존심도 지키려고 한다.

10. 그렇다면 앞으로 ‘개그콘서트’, 혹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볼 수도 있겠다.
양상국 : ‘개그콘서트’에 대한 애정도 크다. 살짝 주춤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10. 당분간은 ‘소사이어티 게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양상국 : 민주주의가 과연 완전하게 행복할까라는 의문부터, 높동과 마동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을 거다.

10. 끝으로 양상국이 꿈꾸는 내일은?
양상국 : 항상 열심히 할 것이다.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 하는 사람도.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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