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박근형이 최근 서울 울 낙원동 프레이저 스위트 서울 호텔에서 텐아시아와 영화 ‘그랜드파더’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근형이 최근 서울 울 낙원동 프레이저 스위트 서울 호텔에서 텐아시아와 영화 ‘그랜드파더’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올해로 57년차 연기 경력의 배우 박근형은 200편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모두가 인정하는 ‘대배우’다. 지난 2013년에는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꽃보다 할배’에 출연,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친숙한 ‘할아버지’가 됐다. 그런 그가 액션 느와르의 주인공이 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개봉한 영화 ‘그랜드파더’(감독 이서)에서 박근형은 별 볼일 없던 노인이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위해 엽총을 든 야수로 변하는 과정을 57년 연기 내공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박근형은 지금도 연기를 향한 열정만큼은 언제나 ‘꽃청춘’이다.

10. 상당히 강한 액션 신들을 소화했다. 반드시 체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평소에도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인가?
박근형: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30분 정도 빠지지 않고 한다. 그리고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자주 치지는 못하고 스윙 연습을 수시로 한다. 습관처럼 하고 있는 운동들이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몸무게가 좀 나가야하고, 근육이 필요할 것 같아 체육관에서 근육 운동만 집중적으로 했고.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니까 6주 정도 투자해서 대형 1종 면허를 취득했다.

10. ‘그랜드파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형: 제작자인 정윤철 감독이 “이건 같이 어우러져 사는 이웃 사이에서도 내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편하게 살기 위해서 엄청난 위해를 가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조직적인 범죄에 대항하는 상투적인 이야기였으면 출연을 안 했을 텐데, ‘그랜드파더’는 지금까지 내가 해본 적 없었고, 본 적도 없는 역할이라 출연을 결심했다. 저예산 영화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도 크고, 상업적인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관계자들끼리 보고 만족하는 영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환영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였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던 것이고.

10. 그런 각오로 덤볐어도, 분명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박근형: 삼복더위에 촬영을 했다. 총 50회 동안 찍는 스케줄이었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포기를 못했다. 30도가 넘는 좁은 공간에서 스태프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온열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어지럼증이 생기더라. 응급실 가서 바로 치료하고 또 다시 촬영장 오고. 거의 죽겠더라. 진짜 용케 살아남았다.

10.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과 비교를 많이 하더라.
박근형: ‘테이큰’은 딸이 어느 조직에 납치된 설정이다. 또, ‘테이큰’의 주인공은 잘 훈련된 사람 아닌가. 우리 영화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노인이고, 고엽제로 인해 알콜중독에 빠졌던 사람이 자기 유일한 혈육인 손녀를 위해 총을 들었다. 그가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한 과정은 잔잔하면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테이큰’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르가 처음인 영화에, 이렇게 감정의 기복이 큰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배우 박근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근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이런 독특한 영화에 출연한 것을 다른 또래 배우들이 부러워하진 않나?
박근형: 물론 부러워할 거다. 다른 배우들이 많은데 나한테 섭외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만약 다른 분들이 하셨으면 또 다른 다른 할아버지가 나왔을 거다.

10. ‘제 20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코리아 판타스틱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근형: 깜짝 놀랐다. 내가 연극을 하느라 개막식·폐막식에 참여를 못했다. 폐막식 전날 시상식을 하는데, 정윤철 감독이 연극 공연하는 곳에 찾아와서 “상 받으셨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전해줬다. 어떤 상이든 받으면 기쁜 것 같다. 국제영화제에서 나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상을 탄 건 처음인 것 같다.

10.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박근형: 걱정된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우리 구조가 그렇지 않으니까. 될 수 있으면 많은 상영관 확보해서 두고두고 봤으면 좋겠다. 오락성을 강조해서 천만을 넘는 것보다, 저예산 예술 영화도 끊임없이 육성했으면 좋겠다. 다양성을 추구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으니 안타깝다.

10. 까마득한 어린 후배 고보결과 호흡을 맞췄다.
박근형: 호흡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처음 만나서 대본을 합독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감이 온다. 모두 자기 역할에 대해 숙지해있는 상태고 감독의 지시도 있고, 현장에서 의견을 나눠보면 역할에 대해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들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배우 박근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근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정진영이 존경하는 배우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박근형: 고마울 따름이다. 서로 일하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또, 모이더라도 같이 어울리기도 힘들고. 그래서 서로 작품을 통해 본다. 나도 정진영을 ‘왕의 남자’ 등을 통해 멋지고 참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정진영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이제 좋게 표현하기 위해 ‘존경하는 배우’라고 말해준 게 아닐까 싶다. 극중에서 정진영이 내 상대역으로 많이 도와줬다. 조직폭력배는 연기하기 쉽지만 그가 맡은 양돈은 아들딸을 키우면서, 먹고 살기 위해 남을 이용해먹는 남자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10. 영화 ‘장수상회’에서는 70대 노년의 사랑을 표현했었고, ‘탐정 홍길동’에서도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박근형: 내 연기자 인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도전이다. 내가 안 해본 역할이나, 흔히 볼 수 없었던 역할에 마음이 간다. 그래서 ‘그랜드파더’의 기광도 보석같이 다가온다. 시간이 흘러도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과거 제도권시대에선 사회 비판이 불가능했거든.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해서 사람들이 피폐해진다는 말을 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런데 이젠 사회가 자유로워져서 사회와 구조를 비판할 수 있어서 좋다. 이제는 장르도, 표현도 다양해진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처럼 노년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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