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래퍼 타이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래퍼 타이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어떤 사람에게 받는 느낌이나 인상을 우리는 이미지(image)라고 한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특히 스타들은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이미지가 확립된다. “실제로 보니…”로 시작되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래퍼 타이미는 그런 지점에서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1’를 통해 떠올린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어딘가 날이 서있고 센 느낌일 것이라는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소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말투에 배시시 웃는 미소까지, 무대에서 내려온 타이미는 온화한 여성 그 자체였다. 물론 무대 위에서는 얼마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지 익히 봐서 알고 있지만.

1년 2개월의 공백을 깨고 타이미가 신보를 들고 나왔다. 완성도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날개를 펼친 그의 비상이 기대된다.

10. 오랜만에 신보를 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타이미 : 음악 작업에 매진했다. 이제 음반이 나오는게 실감이 난다. 어떻게 만들었고, 어떤 노래인지 설명드릴 수 있어서 좋다.(웃음)

10. 1년 만의 신곡이다.
타이미 : 팬들이 기다려줘서 감사했다. 만족할만한 작업물이 나올 때까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대체 뭐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웃음) 원하는 느낌의 곡이 안 나와서, 워낙 까다롭게 작업하다 보니까 신중했다.

10. 시간이 흐를수록 겁도 났을 것 같은데. 기다리게 한 만큼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니까.
타이미 : 맞다. 그래서 부담을 느끼긴 했다. 오래 준비한 만큼 완성도 있게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10. 신곡 제목은 ‘신데렐라’. 음반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
타이미 : 지난해 6월 발표한 ‘사랑은’이란 곡이 대중적이었다. 제목도 그렇듯이 멜로디컬한 흐름에 편하게 랩을 하는 노래였는데, 당시에 ‘내 색깔과 맞나’ ‘내가 가장 잘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에는 타이미하면 생각나는 곡을 만들고 싶었고, 그때보다는 강하고 센 곡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세고 강한 느낌으로 구성돼 있다.

10. ‘신데렐라’의 제목은 전혀 센 것 같지 않은데.(웃음)
타이미 : 클럽에서 듣기 좋을 정도의 빵빵한 느낌의 곡이다. 착한 신데렐라가 아닌, 나쁜 신데렐라로 설정해서 나의 인생 이야기, 평소 가치관을 담아냈다. 그걸 좀 과격하게 혹은 거칠게 풀었다.

10. 많은 곡 중에 ‘신데렐라’를 타이틀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
타이미 : 사실 수록곡 중에서 타이틀감이 많았다. 싱글로 낼까 고민될 정도로 말이다. 근데 그중에서도 ‘신데렐라’는 마니아분들이 들어도 좋고, 처음 듣는 분들도 편하게 들어줄 것 같았다. 내용 자체가 인생에 관련된 이야기라 타이틀로 강력하게 밀었다.

10.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대중적인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썼나.
타이미 :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대한 신경을 안쓰려고 한다. 대중의 입맛에 맞춰서 쓰게 되면 발전이 없고, 나만의 색깔을 잃게 된다. 의식을 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 위주로만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마니아 팬들이 만족할만하고 대중들이 거부감 없게 잘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준비했다.

래퍼 타이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래퍼 타이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만족스러운 표정이다.(웃음)

타이미 : 만족스럽다. 이번 음반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에는 작곡, 작사는 물론이고 믹스와 마스터링 작업까지 쫓아가서 일일이 수정하고 스태프들을 귀찮게 했다.(웃음)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만족스럽게 나와서 다행이다.

10. 원래 곡 작업에 있어서는 꼼꼼한 편인가 보다.
타이미 : 원래 성격이 그렇다. 완벽하지 않으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음반이 더 소중한 것 같다. 이름을 타이미로 바꾸고는 처음 내놓는 음반인 만큼 ‘이제 제대로 뭔가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10.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으로 팬을 넘어 대중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방송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나.
타이미 : 방송 나오기 전에는 힘들었다. 그 시기가 조금 지나면서 미술 학원에서 강사를 했고, 생계 걱정에 진로 고민 등을 하고 있을 때 ‘쇼미더머니’를 나갔는데 안좋은 모습으로 떨어졌다. 이후 ‘언프리티 랩스타’의 제안을 받은 거다. 인지도는 생기겠지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기에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졸리브이가 나온 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싸우기 싫은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타이미로 이름을 바꾼 걸 알리자는 생각에 출연했다. 방송 후 바뀐 건,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으며 힘을 얻기도 했고.

10.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인데, 매주 촉박한 시간에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였겠다.
타이미 : 맞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굉장히 힘들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가사를 잊어버리는 순간도 많았고, 나의 곡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속상하고 답답했다.

10. 그래도 힘든 만큼 성장했겠지.
타이미 : 진짜 많이 컸다. 자극도 받았고. 래퍼들과 진지하게 대결을 벌이고 라이벌도 생겨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담과 압박을 이겨내고 한 회를 마치고 조금씩 자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0. 힘든 시기, 미래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음악을 선택했다.
타이미 : 그만두려고 했던 건 무대의 영향이 컸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있지 않은 무대를 보여줬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내가 없었다면 ‘언프리티 랩스타’의 기회도 오지 않았고 또 지금의 모습도 없을 거다. 음악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놓을 수가 없어서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 뭔가 숙명 같은 느낌이다.

타이미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타이미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마침 ‘언프리티 랩스타’의 시즌3가 방송되고 있다. 시청은 했나.

타이미 : 본 방송을 챙겨보지는 못하고, 이동하면서 영상으로 보고 있다. 자기 생각과 다르게 나갈 수도 있고 속뜻과 다르게 비칠 수도 있다. 모든 건 정신력의 싸움이다.(웃음)

10. ‘신데렐라’에는 안무도 있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구상한 건가.
타이미 :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욕심을 낸 것보다는 음악을 들었을 때 안무가 자연스럽게 생각날 수밖에 없는 곡이다. 안무가 들어가면 느낌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서 제안을 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중인데, 파스도 붙이고 온몸이 뻐근하다.(웃음)

10. 방송을 통해 볼 수도 있을까, 기대되는데.(웃음)
타이미 : 방송을 하게 된다면 안무팀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버스킹을 통해서는 많이 보여드릴 생각이다.

10. 오랜만에 나온 만큼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많이 계획하고 있겠다. 버스킹부터.
타이미 : 공연을 많이 할 것 같다. 길거리 공연 외에도 페스티벌로 전국 투어도 예정 중이다. 소속사 뮤지션들과 진행하는 공연인데 서울 홍대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를 돌 것 같다. 이벤트를 많이 구상 중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하는 이벤트도 생각하고 있고.

10. 힙합, 그리고 래퍼에 대한 시선이 전과 다름을 느끼지 않나. 많이 대중화됐다.
타이미 : 힙합이 대세라는 것이 체감될 수밖에 없다. 나도 오랫동안 랩을 했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과 다르다. 일반 대중들이 소화하기 힘든 랩을 구사하는 래퍼들도 인정받고 인기를 얻고 있다. 랩을 듣는 귀가 고급화됐다고 해야 할까, 리스너들이 많은 만큼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많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 기쁘다.

10. 듣는 이들이 많은 만큰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음반에 가장 녹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타이미 : 힙합이란 장르가 많은 색을 갖고 있고, 메시지도 다양하게 넣을 수 있다. 센 음악들을 많이 수록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거기서 거기인 곡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신데렐라’는 내 인생에 빗대서 멋있는 모습을 이야기했고, 다른 트랙에서는 ‘나’의 우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곡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은 러브송인데,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이야기는 싫어서 센 음악으로 남녀에게 하는 충고를 담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을 통해 다채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10. 고등학교 때부터 랩을 시작했다고. 힙합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타이미 : 가요는 꾸준히 들었는데, 중학교 때 원타임의 음악을 접했다. 거기에 푹 빠져서 힙합 장를 알았고, 레코드 숍에 가서 가장 인기가 많은 힙합 음반을 달라고 했다. 그게 바로 CB Mass의 음반이었다. 푹 빠져서 계속 듣고 또 들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부터 다양한 곡들이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다. 거칠고 반항적인 매력에 끌린 것 같다.

10.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으니, 미술을 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타이미 :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그림으로 대학을 간 뒤에는 음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을 했다. 경희대학교를 들어가서 미술을 공부했고, 지금도 모임 등을 통해서 미술을 계속 놓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디자인을 배워 음악을 하면서 필요한 포스터, 재킷, 뮤직비디오를 내 손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택했다.



타이미_3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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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음악과 미술, 예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서 더 다양한 분야에 욕심을 낼 수도 있겠는데.

타이미 : 뮤지션으로 활동하지만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여러 가지를 계속 생각한다. 지금은 꿈만 꾸고 구상하는 정도지만, 언젠가는 이뤄졌으면 좋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오기 마련이니까, 그때까지 계속 뭔가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을 생각이다.

10. 음악부터 그림까지, 창작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타이미 : 가사를 쓸 때 힘들기도 하고 고통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TV를 보는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나와서 한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창작의 고통은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러니 창작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었는데, 마음에 와 닿았다.

10. 고통이 있는 반면, 또 음악만이 주는 짜릿함과 희열이 있지 않나.
타이미 : 짜릿함을 제대로 느끼는 건 무대 위다. 무대에서 내가 생각한대로 환호를 해줄 때, 관객들이 호응이 예상한 대로 흘러갈 때 정말 희열을 느낀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또 가사를 쓰면서도 많이 느끼는데, 머릿속에 떠다니는 말들이 가사로 완성되고 글씨가 소리로 나올 때 신기하고 즐겁다.

10. 가사 작업에 특히 흥미를 느끼는 것 같은데, 특별히 영감을 위해 하는 취미가 있나.
타이미 : 다른 분들은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다. 무언가 이미지르 보고 나면 잔상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멀리하게 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대화를 하다가 나오는 것들이 가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걸 다른 이를 통해서 듣는 거지.

10.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방송에서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타이미 : 가사에는 센 말들이 많지만, 평소의 나는 푼수 같은 면이 있다.(웃음) 노는 걸 좋아하고. 그러다 가사를 쓰면 팍! 터지는 뭔가가 있다.

10. 긴 공백을 깨고 나온 만큼 활발히 활동하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타이미 : 신경을 많이 쓴 음반이라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세상에 나왔으니, 앞으로의 곡들은 쭉쭉 나오게 할 생각이다. 어느정도 부담감은 떨쳐낸 느낌이라 이제부터는 조금 더 즐기면서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에 세고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 거다. 다음에는 희망적이고 밝은 곡도 내고 싶다. 계속 스케치를 하고 있고, 이제는 1년 넘는 공백은 없을 것 같고, 한 달에 한 곡씩 내고 싶은 바람이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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