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배우 김소연 / 사진제공=나무액터스
배우 김소연 / 사진제공=나무액터스
“행복하고 후련해요.”

배우 김소연이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 51부의 대장정을 마치고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소연은 극 중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남편 유현기(이필모)의 외도로 이혼, 서지건(이상우)과의 새 사랑을 꿈꿨으나 그마저도 쉬운 게 없었던 봉해령 역을 연기했다.

김소연에게는 처음으로 도전한 엄마 연기인데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감정 연기의 연속이었을 테다. 그럼에도 잘 해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 봉해령이 되어 가슴 저린 연기로 안방극장을 울린, 김소연을 만났다.

10. 종영 소감부터 들어보자.
김소연: 오그라들 수 있는데, 큰 산은 아니고 적당히 아차산 정도를 힘겹게 올라갔다가 무사히 잘 내려온 기분이다. 51부 내내 이 감정을, 이 연기를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제야 무사히 등반한 기분이다. 이제 산을 내려와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일만 남았다.(웃음)

10.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김소연: 너무 좋았다. 감독님한테 ‘우리는 진짜 착한 배우들만 섭외한 거 아니냐’고 매일 물었다. 배우끼리 단체 메신저 방이 있다. 윤다훈 선배가 항상 ‘이 방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편하게 숟가락만 얹었다.

10. 반면 ‘가화만사성’ 속 김소연은 매일 울었다.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소연: ‘눈물의 여왕’까지는 아니다. 울 때 너무 안 예뻐서.(웃음) 극 초반에 잘 짚고 넘어간 것 같다. 제작진이 봉해령의 가장 큰 아픔을 심도 있게 찍어주셔서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었다. 매주 수요일에 대본이 나오는데 수요일마다 51부 중에 우는 신이 많았는데 초반에 잘 잡아주신 덕에 막상 현장에 가면 잘 할 수 있었다.

10.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소연: 납골당 신. 대본보고 모두 다 걱정했다. 페이지로 12장 정도 됐다. 이 장면을 설득력 있게 그리면 봉해령을 조금 답답해하시는 분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마지막에 목이 쉬어서 촬영 중단이 됐을 정도다. 또 후반부에 이필모씨와 포장마차 신이 있었다. 연애 시절 이야기를 나열하다가 손을 잡으면서 ‘그래, 이 손. 서진이 낳을 때 말이야. 이 손만은 선명했어’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진짜 서진이를 낳은 것처럼 울컥하더라.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모성이겠지만 진짜 가슴이 아팠다. 당시에 실제로 술을 마시고 연기 했는데 소주 한 병을 마셨다더라. 기억은 안 난다.(웃음) 몰입이 정말 잘 됐다. 촬영이 끝나고도 집에 못 가겠더라. 또 있다. 이상우씨의 집에 가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 대기실에서 거울 보면서 ‘김소연, 정신 차려. 이 신 찍으려고 1부 부터 달려온 거야’ 다짐하고 연기했다.

10. 이필모·이상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소연: 이필모 오빠는 사기캐릭터다. 한 달 전부터 ‘연천 오빠’라고 불렀다. 연기 천재다. 이필모 오빠가 연기하는 걸 넋 놓고 바라본 적이 많다. 남녀소를 불문하고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가 있을까, 관람하면서 봤다. 이상우 오빠는 진짜 청량한 사람이다. 진실된 사람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좋았다. 특히 우리 가족들도 팬이어서 엄마와 큰언니가 너무 좋아했다.
두 분 덕분에 제가 잘 할 수 있었다. 전부터 항상 남자 캐릭터를 생각할 때 두 분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첫 대본 연습하고 나서 필모 오빠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셋이 합이 잘 맞았다.

배우 김소연 / 사진제공=나무액터스
배우 김소연 / 사진제공=나무액터스
10. 처음으로 ‘엄마’ 연기에 도전했다.
김소연: 다큐멘터리나 주위의 엄마들을 많이 보고 참고했다. 초반에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초반 봉해령의 아픔은 빙산의 일각이더라. 지금도 그 감정을 이해하거나 알고 했다는 말은 감히 못 드리겠다. 미혼이고 아이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그 감정이 왔다. 10회가 넘어가고부터는 우는 신이 아닌데도 서진이 이야기만 나오면 목이 메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10. 그런 모성애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김소연: 조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들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조카가 애틋하다.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웃음) 내게 신 같은 존재다. 어려운 장면이 있으면 전화해서 ‘이모가 이 신을 잘할 수 있을까?’ 물었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더니 30부쯤 지나서는 ‘이모, 그만 좀 물어보세요’라더라.(웃음)

10.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소연: 늘 그랬다. ‘가화만사성’을 하면서 이 캐릭터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봉해령, 너무 가엾고 답답하고 바보 같은 여자야’ 하면서 언제쯤 이 여자에게 편안한 일상이 올까, 그립고 기다려졌다. 잠깐이지만 행복하게 촬영했다.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결말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10. 시청자 입장에서 봉해령이 유현기와 서지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소연: 저는 신기하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현기와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의 아픔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 않나. 내가 봉해령이었어도 내 행복을 양보하고 유현기 옆을 지켰을 것 같다. 1, 2년 전이었으면 나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봉해령은 자기의 행복은 안위에 없는 여자다. 그래서 이해가 됐다. 유현기가 서진이 아빠이기 때문에 가는 길을 잠시라도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을 거다. 한편으로는 유현기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와 아빠의 아픔이 똑같을 텐데 나만 골방에 갇혀 있었으니까. 과거 장면을 찍을 때 늘 미안했다. 저렇게 밝았던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갈팡질팡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0. 연기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
김소연: 공백기 동안 절실함이 생겼다. 벌써 7년 지났는데도 안 잊혀지더라.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어떤 장면을 찍을 수 있는 건 오늘 이 순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다가도 다시 일어나 대본을 보게 되고, 6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이 추위에, 더위에 모니터에서 컷 하는 순간을 위해 모인 것이니 내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또 선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니까 닮아가려고 하는 것도 있다.

10. 선배 원미경이 김소연의 엄마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김소연: 너무 좋았다. 원미경 선생님은 대인배, 천사다. 우리 엄마랑 약간 닮아서 진짜 엄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았던 신 중에 하나가 봉해령이 조기 폐경임을 알게 됐을 때다. 엄마가 앞에서는 “괜찮아”하고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리허설 때부터 울었다. 우는 신이 아니었는데 못 참겠더라. 여자 스태프들이 많이 울었다. 원미경 선생님과 보석 같은 신들이 많았다. 영광이고 좋았다.

10. 반대로 서이숙과는 치열한 고부 갈등을 겪었다.
김소연: 나는 시어머니의 팬이다. 성격이 진짜 너무 좋으시다. 친 언니 같고, 친 이모 같고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서이숙 선배가 너무 연기를 잘하니까 봉해령이 더 산 것 같다. 마지막에 시어머니가 봉해령에게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에서도 둘 다 엄청 울었다. 이것도 우는 신이 아니었는데 1회부터 고난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몰입이 확 됐다. ‘가화만사성’에서 케미가 가장 좋았던 커플은 서이숙 선배와 나였던 것 같다.(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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